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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이 치통 유발 … 우울증에 삶의 질까지 저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4-29 16:08:35
  • 수정 2016-05-02 18: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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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환자 치아건강 악화 위험 8배 높아 … 양치질 덜하는 비율은 30% 높아져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치통은 밤잠을 설치게 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흔히 치통 원인을 충치, 치수염, 치주염, 치아뿌리 조직염증에 등 치아 자체적인 문제에서 찾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치아 외적인 요인 탓에 치통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비치성 치통이라고 한다. 비치성 치통은 건강한 치아를 뽑거나 치통 원인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병을 키울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심리적인 요인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등으로 삶의 질이 낮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치통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김신영 서울성모병원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는 “삶의 질 측면에서 우울·불안·불편감을 느끼거나, 정신건강 측면에서 스트레스·우울감·자살충동 등을 갖는 사람은 치통 발생 빈도가 더 잦다”고 설명했다.

한 해외연구 결과 우울 증상이 심하면 치아건강이 나쁠 위험이 최대 8배까지 증가했다. 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치통과 잇몸출혈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18%, 턱관절장애는 41%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양치질을 덜하는 비율이 30%, 이가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는 비율이 43% 더 높았다. 우울증이 무기력으로 이어지면서 구강질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치통 자체가 우울증 정신적인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조직이 손상되면 혈액 속 특정 단백질이 늘어나면서 면역기능이 억제돼 염증이 만성화된다”며 “염증은 치통이나 우울증과 연관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과의사는 치통이 있는 환자를 대할 때 심리적 요소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우울증 환자의 치아건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 우울증을 자주 느끼는 중년 여성, 수험생들은 심리적 요인에 따른 비치성 통증의 발생률이 높다. 대부분 통증 양상이나 부위가 시간에 따라 변하고 환자 자신도 통증을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이런 경우 마음을 압박하는 요인을 해소하면 치통이 점차 개선된다.

이밖에 비치성 치통 원인으로는 근막통증, 상악동염, 타석증, 구강종양, 심장질환, 편두통, 신경통 등 다양하다. 근막통증은 음식을 깨무는 역할을 하는 근육인 교근근육이 뭉쳐 근육통이 발생하고, 연관통으로서 위·아래 어금니 부근에서 치통이 동반되는 증상이다. 근육성 치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상악동염은 축농증 등으로 생긴 고름이 상악동(위턱 위에있는 빈 공간)에 고이면서 주변 치아신경을 건드려 발생한다. 위 송곳니나 어금니 부근이 아프고 주로 고개를 숙이거나 움직일 때 치통이 나타난다. 이럴 땐 상악동에 고여 있는 고름을 제거해야 치통을 없앨 수 있다.

타석증은 침샘의 관이 석회화된 물질에 막혀 돌이 생기는 질환이다. 혀밑샘이나 턱밑샘에 돌이 생기면 아랫니에 통증이 느껴진다. 레몬즙 같은 신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심해진다. 신맛을 느끼면 침샘에서 침이 많이 분비되고, 침샘에 고인 침이 돌에 의해 막힌 관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침샘의 관을 막고 있는 돌을 없애면 치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면편두통도 치아에 통증을 일으킨다. 치통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가 동반되면서 치과검진 시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편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치통을 일으키는 신경통은 말초신경통과 중추신경통으로 구분된다. 잇몸 아래나 턱 주변을 지나는 말초신경에 통증이 있는 경우 인접한 치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대개 한쪽 부위에서만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난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왼쪽 치아나 아래턱에서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심장통증을 전달하는 미주신경과 안면통증을 전달하는 삼차신경이 중추신경에서 합쳐져 전달되면서 대뇌에서 혼동이 일어난다. 이런 증상이 지속될 경우 심장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3차신경통으로도 불리는 중추신경통은 안면 감각과 통증을 관장하는 신경인 3차신경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눈·코 주위나 아래 턱 부위에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 경우 아래턱이나 위턱의 치아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3차신경통은 이름부터 일반인에게 생소한 병명이다. 1만∼1만5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며 원인과 증상이 다양해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상당수 환자가 치통이나 편두통 등으로 오해해 치과치료를 받거나 뇌혈관촬영 등을 요구할 때도 있다.
흔히 전기충격이나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며, 통증은 짧게는 수 초에서 길게는 수 시간에 걸쳐 지속된다. 참을 수 없는 통증 때문에 환자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해 ‘자살질병(suicide disease)’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극심한 삼차신경통을 앓다보면 정신건강도 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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