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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사망’ 옥시, 조직적 증거인멸·침묵으로 ‘자충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4-21 17:55:42
  • 수정 2020-09-13 19: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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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케미칼 제공 보고서 10년치 삭제 … ‘데톨’‘비트’ 부작용 문제도 미온적 대응, 사명 변경해 불매운동 피해
226명의 영유아와 임산부의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롯데마트가 대국민 사과를 한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제품을 생산한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 RB코리아)는 여전히 ‘침묵’을 유지해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피해자 보상은커녕 조직적인 ‘증거 인멸’ 및 ‘책임 회피’ 정황이 포착되면서 ‘살인기업’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지난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드리며 피해자 보상을 위해 1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에 대한 판매업체 측의 사과는 가습기살균제의 문제가 확인된 2011년부터 5년 만의 일이다. 이 회사가 판매한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는 전체 사망자 중 226명 중 셋째로 많은 22명의 사망자를 냈다.

하지만 사망자의 70%(103명)가 사용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제조·판매사인 옥시는 공식사과는커녕 피해보상 대책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으며 언론 등 외부에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옥시 측 실무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옥시가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를 압수수색한 끝에 옥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 성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 MSDS는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관리를 위해 주요 성분과 주의사항 등을 담은 자료다. 옥시가 폐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MSDS는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치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옥시는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시장에 판매해왔다. 당시 SK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MSDS를 첨부해 원료를 공급했다. 일반문서와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제공된 MSDS는 ‘SKYBIO 1125’를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향후 민·형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 옥시가 제품 유해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판단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옥시가 서울대·호서대 연구팀에게 돈을 주고 관련 보고서를 조작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 회사는 회사측이 원하는 실험 조건을 주고 이에 맞춰 실험하는 대가로 각 연구팀에 2억5000여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연구 책임교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태가 확산하던 2011년 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해 처벌을 회피하려는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되던 2014년에는 사명에서 옥시를 완전히 빼 버리고 레킷벤키저의 스펠링만 딴 RB코리아로 바꾸는 꼼수도 부렸다.
이밖에 소비자가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홈페이지에 올린 부작용 관련 게시글을 검찰 수사 전 의도적으로 삭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옥시 제품에서 발생한 안전성 문제에 대해 회사 측이 미온적인 대응을 보인 것은 가습기살균제가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주방세제인 데톨이 산성도가 높아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라 회수 및 환불조치됐다. 이 제품의 수소이온농도지수(pH)는 평균 4.0으로 보건복지부가 고시로 규정한 1종 세제 기준인 6.0~10.5보다 산도가 강해 손에 묻은 세제를 충분히 씻어내지 않으면 피부염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존재했다. 당시 의협은 데톨 제품에 의협의 명칭과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추천했다가 거센 비판과 수익금 논란에 휘말리며 추천을 취소하기도 했다.

옥시가 제조 및 판매한 제모크림 ‘비트’의 경우 살갗 벗겨짐과 색소침착 등 부작용이 비일비재했다. 이 제품은 ‘설파이드’나 ‘글리콜레이트’ 등 화학성분으로 털을 녹인다. 이들 성분은 털의 주성분인 케라틴을 녹이지만 같은 케라틴으로 구성된 피부 각질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향제 ‘에어윅(에어윅 전기식 방향제 릴랙싱 라벤터)’은 국가기술표준원 조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메탄올이 검출돼 환불 조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옥시는 매번 느슨한 사후처리로 지적을 받았다. 데톨 사태 당시에는 본사 고객센터나 홈페이지 환불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은 없었다. 오히려 부작용 등 안전 문제의 발생 원인을 소비자 탓으로 돌렸다.

그동안 옥시는 세탁세제인 ‘파워크린’과 항균제 ‘데톨’, 제모제 ‘비트’, 변기세정제 ‘이지오프뱅’, 위산식도역류 치료제 ‘개비스콘’, 빨아먹는 인후염치료제 ‘스트렙실’, 콘돔 ‘듀렉스’, 방향제 ‘에어윅’ 등 다수의 제품을 사명이 아닌 브랜드명을 강조해 마케팅을 펼쳐왔다. 잦은 사건사고로 인한 불매운동 등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였던 셈이다.
옥시는 ‘건강·위생·가정’을 회사 3대 가치로 내세우며 고객 중심의 이미지를 강조해왔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건강과 위생을 해치고 가정까지 파괴하는 우를 저질렀다. 무대응과 침묵을 통한 책임 회피가 아니라 피해자와 국민에 대한 진정어린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옥시레킷벤키저는 영국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가 2001년 동양화학의 계열사이던 옥시의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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