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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C 보충제, 왜 계륵됐나 … 암 예방효과 여전히 안갯속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28 10:40:36
  • 수정 2016-03-31 09: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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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비타민, 항산화제 억제해 만성질환 위험 낮춰 … 보충제 유효성 입증결과는 부족

직장인 서모 씨(38·여)는 출근 전과 퇴근 후 비타민C 영양제를 복용하는 게 일상이 됐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영양제를 복용했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비타민C가 암 예방에 도움된다는 정보를 보고 ‘복용하길 잘했다’고 확신했다.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 상황에서 비타민제라도 챙겨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비타민제를 복용할 때를 놓치면 식은땀까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비타민C가 암 예방에 도움된다는 주장이 일부 학계와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 제기되면서 관련 정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전문가들은 비타민C의 암 예방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비타민C 보충제와 암 예방간 관련성을 조사한 7편의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음식이 아닌 보충제 형태로 비타민C를 복용할 경우 암 발생률 및 사망률이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활성산소계(Reactive Oxygen Species)는 산화작용을 통해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비타민C 같은 항산화제는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해 암 등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된다. 천연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낮다는 것을 밝힌 연구결과도 많다. 하지만 비타민C를 보충제 형태로 복용했을 때 암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결과의 일관성이 떨어진다.

2009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연구결과에서도 비타민C 복용과 암이나 심혈관계질환 예방 사이에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원 연구진이 만 65세 노인 약 6000명을 대상으로 종합비타민과 위약을 12년간 섭취하게 한 뒤 기억력 시험을 한 결과 실험군과 대조군의 기억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명 교수는 “이같은 선행 연구결과는 화학적 구조가 같은 물질을 섭취하더라도 음식이냐 보충제의 형태냐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각에서는 비타민C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바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비타민C가 암 예방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마그릿 바이서스(Margreet Vissers)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팀이 지난 22일 열린 ‘비타민C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암 환자에서 채취한 조직은 정상 조직보다 비타민C 수치가 최대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 조직내 비타민C 수치가 낮은 환자의 암제거수술 후 생존율은 38.3%로 비타민C 수치가 높은 환자(67.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비타민C의 만성 중증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매번 결과가 상반돼 일관성 및 유효성이 부족하고 의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마스터 비타민(Master Vitamin)’으로도 불리는 비타민C는 백혈구와 세포 손상을 막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감염 부위 백혈구에서는 외부물질 및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분비한다. 이 때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분비되면 주변에 정상적인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비타민C는 항산화효과를 통해 활성산소가 백혈구 자신이나 감염 부위 근처의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또 비타민C가 부족하면 세균에 저항할 능력을 잃어 감염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또 비타민C는 세포 사이의 공간을 구성하는 콜라겐 재료로 사용돼 세균이 세포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이런 역할 탓에 비타민C는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돼왔다. 특히 1970년 노벨 화학상·평화상 수상자인 미국 라이너스 풀링 스탠퍼드대 교수가 “고용량 비타민C를 먹는 것만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뒤 이런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과도한 양을 섭취하면 흡수되지 못한 비타민C가 장내에 남아 메스꺼움, 복부팽만 등이 나타나고 신장에 결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위장이나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고용량의 비타민C 섭취를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섭취량은 여성은 75㎎, 남성은 90㎎, 임신 여성이나 노인은 120㎎ 정도다. 하루 권장량이 식품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정도여서 굳이 고농도 비타민C 제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비타민C 함량이 많은 식품은 딸기(99㎎), 브로콜리(98㎎), 케일(83㎎), 고추(72㎎), 오렌지(46㎎), 귤(35㎎) 등이다.

비타민은 대부분 식품에 조금씩 함유된 복합유기화학물질로 체내의 다양한 생리반응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 비타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00여년 정도 됐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물의 성장과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성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물 등 5가지로 설명됐다. 하지만 이들 물질만으로 사료를 만들어 동물을 사육한 결과 생존하지 못했다. 학계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1912년 폴란드의 화학자 캐시미어 풍크는 쌀겨로부터 각기병에 효과가 있는 성분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에 질소를 함유한 유기물질인 아민(amine)이 함유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라틴어의 ‘생명’을 의미하는 ‘vita’를 붙여 ‘vitamine’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의미다. 이후 다른 화학자들이 모든 비타민이 아민을 함유한 게 아니라는 것을 밝히면서 철자는 ‘vitamine’에서 ‘vitamin’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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