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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보복운전, 경제양극화·개인주의 산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10 18:02:32
  • 수정 2016-03-14 1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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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성 보장돼 인내심이 느슨해져 분노 폭발 … 차 속도 낮춰 도발 응대 피해야

우발적 폭행이나 살인 등 ‘묻지마 범죄’는 터져나오는 분노를 참지 못해 발생한다. 분노는 도로 위에서도 표출되는데 요즘 ‘보복운전’이 이슈가 되고 있다. 앞차가 단지 깜빡이를 틀지 않고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클락션을 계속 누르거나, 뒷차가 불쾌감을 유발하는 운행을 했다고 해 느닷없이 급제동하거나, 상대방을 노상에 세우거나 심지어 집이나 사무실까지 쫓아가 욕설이나 폭행을 퍼붓기도 한다. 운전자가 노약자나 여자라면 보복운전을 당할 위험이 급증한다.

보복운전은 ‘도로 위에서 사소한 시비를 이유로 자동차를 이용해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특정인에게 의도적인 위협을 가한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난폭운전과 구분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보복·난폭운전 신고건수는 1496건으로 2014년의 929건에 비해 500건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보복운전이 급증한 이유로 충동·분노조절장애를 꼽는다. 서신영 차병원 차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동·분노조절장애는 누적된 억울함 또는 분한 감정이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고 억압되다가 갑작스러운 화로 표출되는 현상”이라며 “감정을 일으키고 받아들이는 뇌내 중심 부위의 ‘변연계’와 감정을 조절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뇌 앞쪽의 ‘전두엽’의 신호전달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엔 변연계에, 한꺼번에 심한 충격 또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전두엽에 과부하가 걸려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즉 자기도 모르게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서신영 차병원 차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두엽 기능은 뇌를 다칠 경우 손상되기 쉽다. 가령 뇌중풍(뇌졸중)에 걸리면 뇌혈관이 막히거나 출혈이 일어나 뇌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병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성격 변화 및 우울증이 초래될 수 있다. 불면증, 식욕부진, 불안, 비관, 짜증, 분노, 감정기복이 동반되기도 한다

각박하고 개인화된 사회환경은 이같은 충동·분노조절장애의 발생률을 높이는 주원인이다. 고도화된 사회 내 경쟁과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차를 모는 개인들의 ‘분노조절장치’를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사회 속에서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게 하고,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갑작스러운 분노를 표출시킨다.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할수록 타인의 침범이 더 불쾌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자신의 것을 침해받지 않겠다’는 개인주의 성향이 더해져 도로 위의 작은 불쾌한 상황에도 쉽게 분노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서 교수는 “운전 중 나타나는 분노조절장애는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가 불특정 다수일 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 안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본다는 생각에 인내심이 느슨해지면서 분노가 폭발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보복운전을 예방하려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운전해야 한다. 상대 운전자가 내 지인일 수도 있다는 배려와 여유가 필요하다. 차선 변경 후 손을 흔들거나 비상등을 켜서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보복운전을 피할 수 있다. 보복운전을 당하고 있다면 속도를 낮춰 도발에 응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운전 중 창문을 주기적으로 열어 환기를 시켜주면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껌을 씹거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동승자와 가볍게 대화하는 것도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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