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황모 씨(39)는 얼마 전부터 두통을 호소하는 초등학생 딸 걱정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처음엔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식욕도 줄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근 의원을 찾았지만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일 뿐 별다른 이상은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두통을 성인만의 질환으로 여겨 자녀가 두통을 호소해도 꾀병으로 여길 때가 많다. 물론 아이기 부모와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해 거짓으로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편두통, 뇌막염, 뇌종양, 머릿속 내압 상승, 만성 납중독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어 무조건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통을 장기간 방치하면 심리적·정서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두통은 아이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10세 미만의 소아기, 11~20세 미만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두통은 증상이 성인과 달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보통 7세 미만 소아의 40%, 15세 미만 청소년의 75%가 두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 등 1차성 두통이 90% 이상이고 나머지는 뇌신경계 질환이나 뇌진탕, 축농증, 안질환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인 2차성 두통이다.
소아두통은 성인과 달리 통증이 양쪽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성인과 비슷한 일측성 증상이 뚜렷해진다. 두통 지속 시간도 성인은 4~72시간인데 비해 소아청소년기에는 최소 30분으로 짧은 편이다.
또 성인 두통은 증상이 심할 경우 빛공포증(눈앞에 번쩍번쩍 하는 불빛이 보이는 증상)이나 소리공포증(소리가 조금만 커도 신경이 곤두서는 증상)을 겪게 된다. 하지만 소아에서는 이런 증상이 흔하지 않고, 구토와 복통 등 위장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두통이 시작되기 전 시야가 좁아지는 시각적 이상이나 복통 등 전조 증상도 발생한다. 대개 쉬거나 자면 호전되고, 운동이나 특정 음식과 관련돼 두통을 겪기도 한다. 긴장성 두통이 오면 머리와 목과 어깨 주변의 근육이 긴장하면서 머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조이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문제는 외부충격, 감염, 혈관질환, 뇌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2차성 두통이다. 이런 경우 두통이 수일에서 수주까지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다가 점차 심해진다. 구토, 식욕 및 체중 감소, 의식이나 성격 변화, 시력 약화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극심한 통증 탓에 잠에서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두통이 계속되기도 한다.
소아두통은 감기나 충치, 치아 부정교합에 의해서도 생긴다. 책이나 텔레비전을 가까이에서 보다가 두통을 호소하면 시력저하, 고도근시, 난시 등 안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두통과 함께 기침을 열흘 이상 하거나 누런 콧물이 지속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축농증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뇌진탕 등 충격으로 인한 두통은 불안과 만성피로, 기억력 감퇴, 성격변화 등을 동반한다. 심한 두통이 수초 또는 수분 만에 최고 강도에 도달하거나, 심한 운동 직후 두통이 느껴지거나, 통증이 목 아래나 어깨 사이로 퍼지는 경우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의 두통은 변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유수정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두통과 변비가 동반될 경우 변비를 치료하면 두통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실제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25~50%에서 두통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와 장기의 신경계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두통과 위장관증상을 동시에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소아 편두통은 지속시간이 짧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이마에 찬물을 적신 수건을 대거나 진통제를 복용해 임시 조치를 취한다. 다만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만성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불안과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요인이므로 소아의 정신과적 평가를 통해 잠재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가정환경 문제, 심한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이 있는 소아와 청소년은 가족과 함께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두통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거나, 마비·보행이상·감각이상 등 비정상적인 신경학적 징후가 동반되면 성장지연·학습장애가 유발되고 성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소아·청소년기 두통을 예방하려면 자녀들이 잠을 충분히 취하게 하고, 혈당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기 위해 끼니를 제 때 챙겨먹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과도한 일광 노출, 육체 운동, 시끄러운 소리, 피로, 차멀미 등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은 미리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두통은 10명 중 3명 정도 경험할 만큼 흔히 발생한다. 이 시기의 두통은 변비 등 소화기계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 문진과 신체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정밀검사를 통해 편두통 등 1차성 두통이나 뇌 또는 뇌혈관의 문제로 인한 2차성 두통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