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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술 강권 분위기 여전 … 과음에 새내기 건강 멍든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2-26 10:30:11
  • 수정 2016-03-02 12: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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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66% 사람 사귀려 술마셔 … 간질환·췌장염 위험 급증, ‘소맥’ 술 초보자에게 치명타

올해 초 수도권 모 대학에 합격한 오모 군(19)은 주말에 예정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대학 교내 인터넷 카페에서 그가 지원한 학과가 예전부터 강도 높은 음주문화로 유명하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뒤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셔봤지만 한두 잔이 전부였다. 간간히 보도되는 대학 신입생 음주사고로 사망 소식은 술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매년 2~3월이 되면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고 장밋빛 미래를 설계해야 할 대학 신입생들이 입학하자마자 과음에 따른 폭행, 추락, 교통사고, 급성 알코올중독 등을 겪는 사고가 급증한다.
한국은 만 19세부터 음주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신입생 중에는 입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술자리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술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들뜬 마음으로 과음하면 잘못된 음주습관을 갖게 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몸이 감당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면 호흡과 맥박이 느려져 주의력, 운동능력 등이 저하되는 급성알코올중독에 걸리게 된다. 흔히 취했다고 표현되는 증상이다.

흔히 OT(오리엔테이션)로 불리는 신입생환영회는 대학의 특성과 학과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다. 최근 대학가에서 ‘무 알코올’, ‘무 사고’, ‘무 숙박’ 등 ‘3무 오리엔테이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도교수의 말을 흘려듣고 여전히 밤새도록 리조트, 콘도, 펜션 등에서 술을 강권하는 OT가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음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선배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술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술이 학업 또는 사회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한 포털이 대학생 35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3%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대답했다. 대학 입학 후 모임마다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서는 잘 마시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술 없이 사람들과 만나는 게 어색하고 더 친근해지기 위해 술자리를 찾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종교적 문제나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못마시는 이는 새로운 집단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술잔을 거절하면 예의 없거나 이기적이며 꽉 막힌 신입생으로 낙인찍히는 경우도 많다. ‘사발식’이나 ‘의리게임’ 등 강제로 술을 먹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원샷’, ‘파도타기’와 같이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나홀로 술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간이나 췌도 등 각종 장기의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먼저 선배들이 나서 술을 강권하는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알코올을 자주 섭취하면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고, 알코올 대사산물이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술을 자주 마시면 간세포가 재생될 시간이 없고 체내의 영양이 부족해져 간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음주를 계속하면 약 20~30%에서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하고 이 중 10% 정도가 간경변증으로 악화된다. 심할 경우 복수, 황달, 정맥류 출혈 등이 동반된다. 뒤늦게 술을 끊더라도 딱딱해진 간조직은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술을 마실 때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사람은 알코올대사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알코올 독성에 취약하다. B형간염, C형간염 등 만성 간질환자는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고위험군이므로 음주를 삼가야 한다. 

젊었을 때 지나친 음주는 급성 췌장염도 유발한다. 이자로도 불리는 췌장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효소를 생성 및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글루카곤 등의 혈당조절호르몬을 만든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복통, 오심, 구토 등이 동반된다. 누우면 복통이 더 심해져 배를 움켜지고 새우처럼 구부리고 있게 된다. 이밖에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염, 십이지장궤양, 위산식도역류 등이 단기간의 과음으로 쉽게 초래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선영 이대목동병원 췌장담도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에서 췌장조직이 썩는 괴사로 악화되면 췌장에 가성낭종 같은 물주머니가 생기고 주요 장기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중증·급성 췌장염은 사망률이 10~15%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으로 합병증이 오기 전에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숙취를 줄이고 장기를 보호하려면 술 마시기 전 식사를 든든히 먹는게 좋다. 음주 전 음식 섭취는 알코올에 의해 위장이 상하는 것을 최소화한다. 빈 속에 알코올을 섭취하면 술에 빨리 취해 급성알코올중독이 올 수 있다.
음주 중에도 안주는 틈틈이 먹어야 한다. 과도한 안주는 뱃살의 주범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알코올 분해 성분이 있는 음식과 함께 먹으면 알코올 흡수속도가 낮아져 숙취가 덜하다. 저열량 고단백인 생선, 두부, 비타민이 가득한 과일·채소류가 좋다.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는 소맥 등 폭탄주도 자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폭탄주는 10~15도 사이로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알코올 도수라 쉽게 취하고 많이 마시게 된다. 때문에 술이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최근에서 술에 이온음료, 에너지드링크, 탄산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돼 기억을 잃을 수 있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은 “성인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의 양은 160~180g 정도로 하루 80g 이상의 알코올이면 위험 수위로 본다”며 “술을 강권하는 선배들의 문화를 후배들이 답습하게 되고 사회생활로 이어진다”며 “모두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음주문화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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