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막바지 추위 기승 … 핫팩 쓰다가 응급실 간 사연은

정책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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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기자
등록 2016-02-17 13:55:27
수정 2022-05-24 17:28:13

40~50도 저온화상 유발, 방심하다 치료 늦어 환자 80%가 3도화상 … 내용물 흡입시 내분비계 영향

저온화상은 낮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특성상 고온에 의한 화상보다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최근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춤했던 손난로(핫팩)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핫팩은 가격이 저렴한데다 몇번 흔들어주기만 하면 3~4시간 뜨거운 열을 내 겨울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장시간 주머니에 오래 넣어두고 깜빡하거나 맨 살에 직접 대는 경우 저온화상의 원인이 된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 오랫동안 노출돼 생기는 저온화상은 화상을 인지할 땐 이미 피부조직 깊숙이 손상된 경우가 많아 수술이 필요하다. 내용물 중 철가루가 눈이나 호흡기에 들어가 고통을 주는 사례도 적잖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부터 2015년 9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접수된 핫팩 위해사례 107건을 분석한 결과 화상이 100건(93.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핫팩이 터지면서 눈에 가루가 들어간 사례가 5건, 터진 분말이나 액체를 삼킨 사례가 2건으로 조사됐다.

화상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심각해진 사례도 많다. 소비자원 통계 결과 화상 피해 100건 중 병원 치료까지 받은 사례가 85건에 달했고 이 중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2도 화상(69.4%)이나 3도 화상(20%)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화상 부위는 다리·엉덩이(33.6%), 상반신(27.3%), 팔·어깨(18.2%), 발·발목(13.6%) 순으로 많았다.

핫팩은 흔들어서 열을 내는 분말식 일회용 핫팩과 ‘똑딱이’로 불리는 액체형 핫팩으로 분류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말형 핫팩 안에는 다량의 철가루, 활성탄가루(숯), 소량의 수분, 소금, 톱밥 등이 들어 있다. 보통 쇳가루 60%, 활성탄 8%, 소금 2%의 비율로 제조된다. 이 중 열을 내는 주성분은 철가루다. 철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붉은색 녹으로 산화되는데, 이 과정에서 철과 산소가 반응하면서 열이 발생한다.
즉 공기 중 산소와 철가루가 반응할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기와 접촉이 차단된 밀폐 상태에서는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포장비닐을 뜯고 흔들면 철가루가 산소와 접촉하는 면적이 많아지면서 열감이 생기게 된다.
열은 최대 10시간까지 유지되며 한번 열을 낸 분말형 핫팩은 또 사용할 수 없다. 쇳가루가 모두 산화돼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똑딱이 손난로로 불리는 액체형 핫팩에는 투명한 아세트산나트륨 과포화 용액과 작은 금속판이 들어 있다. 금속판을 앞뒤로 계속해서 구부리고 꺾으면 주변에 하얀 결정이 나타난다. 이처럼 금속판이 아세트산나트륨 용액에 녹고 아세트산나트륨은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산된다. 사용 후 끓는 물에 담그면 재사용할 수 있지만 분말형보다 덜 뜨겁고 유지 시간도 짧다.
종류별로 최고 온도가 달라 똑딱이 손난로는 46도, 붙이는 핫팩은 59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흔드는 방식의 핫팩은 약 74도에 달한다.

핫팩은 처음 개봉해서 흔들어 열을 내면 70도 가까이 온도가 상승했다가 차츰 낮아져 평균 40~50도 사이를 유지한다. 화상을 입기엔 비교적 낮은 온도지만 2시간 이상 지속해서 피부가 노출될 경우 자신도 모르게 피부 깊숙이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저온화상을 입는다.

사람들은 흔히 고온에서만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하지만 100도의 액체나 물체는 스치기만 해도, 68도에서는 1초, 48도 온도에서는 5분간만 접촉해도 생긴다.
핫팩에 의한 화상은 대부분 40∼70도 온도에서 발생하는 저온화상이다. 피해자들은 핫팩을 붙이고 자거나 특정 부위에 장시간 올려 놓다가 화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저온화상은 낮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특성상 고온에 의한 화상보다 상처 면적은 좁지만 깊이는 깊다.

화상 전문 베스티안병원의 조사 결과 핫팩으로 저온화상을 입은 환자는 2013년 94명에서 지난해 141명으로 증가했다. 고온 화상보다 상처가 적다보니 치료를 미루다 상처를 키운 사례도 많았다. 저온화상 후 24시간 이내 방문한 환자는 15%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은 상처가 발생한지 5일 이후에 병원을 찾았다. 문덕주 베스티안병원 부원장은 “핫팩 등으로 인한 저온화상은 고온화상보다 상처 면적이 작다보니 자가치료를 시도하다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저온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80%가 3도 화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3도 화상은 피부 표피는 물론 진피까지 열기로 인해 손상된 상태다. 심하면 피부가 괴사되거나 신경조직까지 손상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피부이식 등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피부가 얇아 열이 피부 깊숙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고 말초신경 퇴화로 온도에 무뎌져 화상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는 화상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치료 기간도 길어진다.

문 부원장은 “40도 정도의 열기면 후끈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2시간 이상 피부가 노출돼 피부 속 단백질 변성되고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피부색이 변하거나, 가렵고, 수포가 생기면 화상 크기가 작더라도 저온화상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핫팩 평균 온도는 40~50도로 최소 1~2시간, 최대 12시간 정도 유지된다. 핫팩을 수시로 옮겨가며 사용하면 괜찮지만 주머니에 오랜 시간 넣어두면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다. 또 맨살에 2시간 이상 접촉할 경우 저온화상 위험이 높으므로 옷 위에 붙여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하고 약한 노인과 어린이,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피부 보습력이 낮아 저온화상에 발생 위험이 높다.

핫팩 사용후 피부가 붉어지고 얼룩덜룩해졌다면 곧바로 사용을 중지하고 로션을 발라 보습을 해주고 피부를 마사지한다. 피부가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을 땐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유·소아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가 핫팩 안 철가루 등을 입이나 눈에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핫팩을 과도하게 주무르거나 눌러 터질 경우 제품 내부의 디-n-옥틸프탈레이트(DNOP), 디이소노닐프탈레이트(DIN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용출돼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손난로는 199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해 주로 문구점을 통해 유통됐다. 저렴한 데다 휴대용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사용한다. 국내 손난로 시장 규모는 연간 250억원, 세계 시장은 약 7000억~1조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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