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엔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인대가 경직되고 관절도 뻣뻣해져 넘어졌을 때 부상을 입을 위험이 높다. 특히 뼈가 약한 노인이나 골다공증 환자는 빙판길 낙상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젊은층은 손목이나 발목, 인대, 허리손상이 많은 반면 노인은 고관절 및 척추 골절의 발생 위험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골절 환자는 2009년 187만2030명에서 2013년 221만2054명으로 18.2%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전체 진료인원의 1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령층 남성은 ‘손목 및 손 부위 골절’, 고령 여성은 ‘늑골·흉골·흉추 골절’이 많았다.
겨울에는 추위로 인해 관절이 굳고 근육이 수축돼 골절 환자가 급증한다. 평균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달은 12월로 평균 31만6000명이 진료받았으며, 2013년 1월의 경우 약 36만8000명으로 근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철우 대전자생한방병원 원장은 “겨울철에 추위 때문에 실외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활동량이 줄고 근육과 관절이 많이 굳는다”며 “이런 상태에서 넘어지면 뼈와 관절이 평소보다 큰 타격을 받으면서 염좌, 근육파열, 골절, 부종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층은 낙상으로 사망까지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겨울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인 골절은 둔한 균형감각, 유연성, 신체적 능력이 떨어진 움직임 등이 원인이 된다. 근육이나 지방량도 적어 충격이 그대로 척추나 고관절로 전달돼 골절상이 많이 나타난다.
빙판길에 넘어지면서 고관절부터 허리까지 충격이 전해지면 ‘척추압박골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골절질환은 넘어지면서 받는 충격으로 척추뼈가 납작해지듯 모양이 변형되는 것으로 골다공증 환자, 뼈가 약한 노인, 폐경 이후의 중년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다.
김헌 강남 연세사랑 병원 척추센터 과장은 “척추압박골절은 주로 고령의 골다공증 환자가 허리를 잘못 움직이거나 넘어지는 사고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움직임이 줄면서 골다공증이 악화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압박골절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3~4개월간 뼈가 자연히 치유되길 기다려야 한다. 치료를 충분히 시행했는데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골절이 심해지면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도입된 부갑상선 호르몬치료는 주사를 이용한 비수술적 치료방법이다. 척추골절 치료 초반에 뼈를 붙게 만들어 추가적인 골절 악화를 최소화한다.
노인층에게 가장 위험한 부상은 고관절골절이다. 고관절은 골반뼈와 넙적다리뼈를 연결하는 부위로 체중을 지탱하고 걷기와 달리기 같은 다리운동이 가능하게 돕는다. 두터운 관절막으로 둘러싸인 데다 볼과 소켓 형태로 이뤄져 안정적이면서 운동 범위가 크다.
고관절이 부러지면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면서 전혀 움직일 수 없고, 허벅지 안쪽으로 출혈이 생겨 사타구니와 넓적다리가 붓는다. 통증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지내면 욕창, 폐렴 등 감염질환, 운동부족으로 인한 장폐색, 혈전에 의한 색전증 등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원래 앓고 있던 지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6개월 내 사망률이 최대 20~30% 치솟는다.
고관절골절은 대퇴경부골절과 대퇴전자부골절로 구분된다. 골절이 생기면 부러진 뼈를 서로 맞춰 붙이는 게 기본적인 수술법이다. 대퇴경부골절인 경우 수술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 처음부터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반면 대퇴전자부는 뼈의 골밀도가 높아 수술 후 비교적 잘 붙기 때문에 뼈를 고정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골다공증이나 무릎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고관절골절 위험이 급증한다. 골다공증 탓에 무릎관절염은 심해지면 거동이 줄면서 다리근력이 약해진다. 이로 인해 균형감각까지 떨어져 고관절골절로 이어지게 된다.
2차 부상을 막으려면 미끄러져 넘어진 뒤 대처가 중요하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몸을 움직이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고관절이 완전히 부러지지 않아 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치료를 미루면 골절된 뼈가 어긋나고 날카로운 골절편이 주위 조직을 찔러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채동식 국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넘어졌을 때 급하게 일어나지 말고 통증 부위를 먼저 확인한 뒤 천천히 움직이는 게 좋다”며 “통증이 심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병원을 찾아 골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낙상사고 위험을 줄이려면 외출 전 스트레칭으로 하체근육과 인대를 이완시킨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규칙적인 운동은 낙상 위험을 17% 가량 감소시킨다.
두껍고 무거운 외투를 입으면 몸과 동작이 둔해져 낙상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으면 체온 유지에 도움되고, 민첩성을 높여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평소보다 보폭을 줄여 종종걸음으로 걷고 보행속도를 30~50% 수준으로 줄인다. 허리와 무릎을 살짝 구부리면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된다.
노년층은 지팡이나 등산용 스틱 등의 지지대를 이용해 걷고, 녹내장과 백내장이 있으면 낙상 위험이 커지는 만큼 1년에 한 번 시력검진을 받도록 한다.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의사나 약사에게 약물을 보여주고 졸리거나 어지럽게 하는 등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약물인지 최소 1년에 한 번씩 확인하여 미리 조심해야 한다. 어지럼증 유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질 경우 최대한 무릎을 굽히며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옆으로 구르는 게 좋다. 넘어질 때 몸의 무게 중심을 뒤가 아닌 앞으로 둬야 골절이나 뇌진탕을 예방할 수 있다.
최철우 대전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온찜질을 하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혈액순환이 개선돼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며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뼈와 근육을 강화하고, 유연성과 평형감각을 높이도록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