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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 공포 … 겨울철 가습기 사용가이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1-18 01:57:57
  • 수정 2017-11-16 20: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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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토않고 허가내준 보건당국이 만든 人災 … 과산화수소 등 화학세제로 청소 금물

지난해 1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적당한 습도는 감기 등 호흡기질환을 예방 및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실내환경을 쾌적하게 한다. 겨울철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난방을 하면 습도가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목이 아플 정도로 건조해진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게 가습기다. 가습기는 전기에 의해 물을 입자화하거나 수증기로 만들어 뿜어내 건조해진 실내환경을 개선한다.

하지만 가습기는 치명적인 건강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2011년 이후 가습기에 사용하는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으로 산모, 영유아 등 약 120여명이 연이어 사망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잇따른 사망 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알려졌다. 당시 의료기관의 신고로 임산부 7명과 남성 1명 등 8명에 대한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같은 해 8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11월에는 인체독성을 공식 확인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제와 판매중단·회수 권고를 내렸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정부의 소극적인 피해자 구제로 인해 잠재적 피해자들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가 전국 19세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 대해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22.0%가 가습기살균제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9%는 ‘호흡기질환 등 건강상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센터에 알려온 3차 신고자 수가 2015년 12월 26일 현재 466명”이라며 “1·2차 피해자와 합하면 모두 996명으로 집계됐고, 사망자 수는 기존 151명에 59명이 추가돼 210명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는 1997년 국내에 처음 출시돼 2011년 사실상 판매중단되기까지 20여종 제품이 연간 약 60만개(20억원) 판매됐다.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14년간 전국 가정에서 약 840만개가 사용된 셈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대부분 처음에는 특이 증상이 없었지만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이는 전형적인 간질성 폐질환과는 다른 양상이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교수팀은 “전체 소아환자 가운데 60%에 달하는 80명이 숨졌다”며 “중증 폐질환이나 급성호흡부전증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의 사망률이 약 25%인 것을 고려하면 가습기살균제 관련 소아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Oligo (2-)ethoxy 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 PGH),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세 가지다. 이들 물질은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보다 5분의 1~10분의 1 정도 수준이어서 샴푸나 물티슈 등 여러 제품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들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연구결과가 없어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다. PHMG와 PGH의 경우 임상실험에서 유해성이 확인돼 관련 업체가 처벌됐고 현재 모든 가습기살균제 유통은 중단됐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부족하고, 일부 가정에서 과산화수소 등 화학제제를 이용해 내부를 청소하는 경우도 여전해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국내 기업들의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관리체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김용화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PHMG와 PGH 위해도 계수(1 기준)는 각각 1만1000, 4만3600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치로 제품 출시 전 기업과 정부가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다면 당연히 개발 및 판매가 금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환경독성학적으로 검토한 결과 위해성평가 미흡, 용도 변경시 재평가 부재, 고분자물질 자료 면제 등이 문제점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된다. 공기청정기와 마찬가지로 자주 필터를 갈아주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전염병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가습기에 고인 액체 샘플의 75%에서 곰팡이가 발견됐으며 87%에서는 박테리아가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습기는 물론 병원에서 쓰이는 가습기도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미생물에 오염된 가습기에서 나온 수증기를 들이마시면 폐렴, 천식, 발작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미 만성 호흡기장애가 있는 사람은 상태가 더욱 악화된다. 에일린 마티 의학박사는 “습도가 높아지면 천식이나 알레르기 환자가 호흡하기 쉬워지지만 가습기가 오염된 수증기를 분사시키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가습기에 남아있는 물을 이틀만 방치해도 엄청난 양의 미생물이 번식하므로 필터를 최소 두 달에 한 번씩은 교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습기는 크게 에어워셔, 가열식, 초음파식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초음파가습기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초음파를 만들어내는 진동자가 물을 진동시켜 미세한 알갱이로 만들어 분사한다. 가열 방식이 아니어서 화상 위험이나 전력 소모가 적고 분무량도 많다.
하지만 위생관리가 어려운 게 단점이다. 분무량은 많지만 입자 알갱이가 수조 안에 있던 세균 등과 함께 분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습기살균제 파동도 살균제 성분이 물 알갱이와 함께 분무돼 사람의 폐에 축적된 사고다. 즉 수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가습기가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방식이라면 에어워셔는 수분의 자연 기화원리를 이용한다. 가습기가 없을 때 적신 수건을 실내에 널어놓는 것과 같은 원리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파동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에어워셔는 초음파가습기보다 수분 입자가 작아 분무 범위가 더 넓고 위생관리가 수월하다. 단점은 가격이다. 분무량이 같다는 조건 아래 에어워셔가 초음파가습기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가열식가습기는 ‘난로 위 주전자’와 같은 원리다. 가습기 안에서 물을 가열해 기화되는 수증기를 분무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습도와 함께 실내온도가 소폭 오른다. 살균된 수증기를 분무하기 때문에 세균 관련 문제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가열로 수증기를 만들다 보니 전력 소모가 많고 물을 자주 채워줘야 한다. 뜨거운 수증기가 나와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 사용하기엔 위험하다.

가습기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물이나 알코올이 든 세제로 내부를 닦은 뒤 완벽히 건조시킨다. 과산화수소가 들어간 화학세제는 폐에 치명타를 줄 수 있어 사용을 피해야 한다.
여과수, 생수, 염분이 제거된 탈염수처럼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 가습기가 수명을 다하면 청소해도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싼 가습기를 장만해 장기간 사용하기보다는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구입해 수년에 한 번씩 교체해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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