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수술 시 수혈을 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해도 환자 회복에 문제가 없고 발열, 오한, 무기력감 등 수혈 부작용과 수혈로 인한 감염 등의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경봉수 원장(정형외과 전문의)팀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바른세상병원에서 수혈 없이 양측 무릎에 동시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한 환자 72명의 예후를 관찰한 결과 모든 환자에게 빈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7일 밝혔다. 특히 무수혈수술을 받은 72명의 환자가 수술 2주 경과 후 수혈이 필요한 조건인 헤모글로빈(혈색소) 수치 7g/㎗을 훨씬 상회하는 10~14g/㎗을 사이의 혈색소 수치를 보여 무수혈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수혈은 출혈이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주요한 치료법으로 1세기 이상 사용돼왔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 위험도 보고된 게 사실이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3년간 수혈 이상반응이 3배나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수혈을 통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비용혈성·발열성 수혈 부작용, 알레르기반응, 혈소판불응증, 거대세포바이러스감염 등이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잘 알려진 에이즈(AIDS)도 수혈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수혈로 인한 부작용은 무수혈수술의 필요성을 부각시켰고 미국에서는 1957년 최초의 무수혈수술이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약 30년 후인 1987년 첫 무수혈수술이 실시됐다.
경봉수 원장은 “여전히 대다수 수술이 수혈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고 여전히 현대의학에서 중요한 치료법으로 인식되지만 최근에는 무수혈수술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간염이나 에이즈 등 발생위험이 없고 항생제 사용량이 적은 무수혈수술이 인공관절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수혈수술은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므로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입원기간이 단축된다. 이는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도 줄어듬을 의미한다.
통상 수혈을 할 땐 혈액형뿐만 아니라 10여가지 검사를 거쳐 적합한 혈액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잘 고른 혈액도 막상 남의 몸에 들어가면 크고 작은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경 원장은 “인공관절수술시 한쪽 무릎에 혈액 두팩을 수혈하는데 이런 경우 수혈하지 않는 수술에 비해 감염률이 두 배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며 “이번 연구로 실제 임상에서 수혈을 하지 않아도 수술과정 및 회복에 문제가 없고 부작용이 적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환자가 무수혈수술을 받을 수는 없다. 수술 전 헤모글로빈 수치가 7g/㎗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굳이 수혈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의사가 무수혈수술을 결정하면 수술 전 환자에게 적혈구를 잘 생성할 수 있는 조혈제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올리는 철분제를 투여한다. 환자 자신의 몸에서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수술 중 출혈로 줄어든 피 용량만큼을 수액으로 채워준다. 수혈이 꼭 필요한 환자는 주치의의 판단 하에 다른 사람의 수혈팩으로 제한적인 수혈을 실시한다.
인공관절수술에서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수술이 가능해진 것은 철분주사제의 발달로 수혈 필요성이 줄고 수술 기술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인공관절수술의 경우 최소절개만으로도 인공관절 교체가 가능하고 수술시간이 크게 줄었다. 과거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하려면 피부를 15~20㎝를 절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12㎝ 절개만으로도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소요시간은 2~3시간에서 1~1.5시간 이내로 단축됐다.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환자는 대부분 고령이어서 젊은 환자보다 신체 면역력이 떨어진다. 혈액순환 장애 등 수혈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고 수술 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 원장은 “무수혈 인공관절수술은 환자 안전과 이익을 우선하는 치료법인 만큼 수술 전 과정을 세심하고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특히 무수혈 최소절개 인공관절수술은 빠른 판단력과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