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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크려다 종합병원 된다 … 성장호르몬 주사의 허와 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07 02:23:22
  • 수정 2020-09-14 12: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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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마트로핀’, 사망률 30% 높여 발진·두통·부종·피로감 유발 … 적응증 외 치료 비급여, 年 치료비 1000만원 소요

성장호르몬 주사는 키 크는 주사가 아닌 호르몬결핍증 등에 사용하는 치료제로, 정상인이 사용할 경우 각종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자녀의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기 위해 애쓰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키가 여자는 165㎝, 남자는 180㎝ 이상이길 바란다. 하지만 무작정 키를 키우려는 노력이 오히려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성장호르몬 주사요법이다. ‘키 크는 주사’라는 일부 병원의 홍보전략에 막무가내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아달라는 부모나 청소년들이 많다. 의사가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이 적합하지 않다는 처방을 내리면 다른 클리닉을 가서라도 기어코 맞고 보는 추세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를 키우고 싶은 부모 및 아이들의 욕심과,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일부 병원의 ‘비양심’이 맞물려 비정상적인 시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제제는 정상인을 위한 ‘키 크는 약’이 아니며 성장호르몬 분비가 병적으로 부족한 소아나 결핍증을 가진 성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정상인이 잘못 사용할 경우 발진, 척추기형, 시각이상, 오심, 구토, 복통, 소변량 증가,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모든 부작용에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들어가는 ‘소마트로핀(Somatropin)’ 성분이 관여한다. 키 크는 약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원래 성장장애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소아나 성장호로몬 결핍증을 가진 성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되고, 이런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 국내에서 성장호르몬 치료효과가 인정된 의학적 적응증은 △소아 성장호르몬결핍증 △터너증후군(여아의 성염색체 이상에 따른 저신장증) △만성신부전에 의한 저신장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프래더윌리증후군(염색체 이상에 따른 저신장증) △누난증후군(남성 터너증후군) △자궁내 성장지연에 의한 저신장 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장호르몬주사인 소마트로핀 처방건수는 2011년 1만4115건에서 2012년 2만1381건, 2013년 상반기 1만2525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처방받은 인원의 4분의 3이 정상인 아이라는 점이다. 즉 치료를 위해 사용해야 할 약물이 키 크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소마트로핀 공급액은 685억2800만원인 반면 건강보험공단 청구액은 234억600만원에 불과했다. 소마트로핀이 치료제의 용도뿐만 아니라 성장클리닉 등에서 단순 성장발달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장호르몬주사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2010년 12월 프랑스 SAGhE(연구원 컨소시엄) 연구에 따르면 소마트로핀을 투약한 사람은 일반인보다 사망률이 약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럽의약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마트로핀 사망률 위험에 대한 안전성 평가에 들어갔다. 

국내 부작용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2008년 2건이던 국내 유해 사례 보고 건수는 2013년 9월 기준 67건까지 늘어났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부종, 발진, 유방비대, 혈당상승, 갑상샘기능저하, 척추측만증, 시력손상 등이 나타났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매년 1만~2만명의 청소년과 부모들이 치료목적 또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로 어쩔 수 없이 키 크는 주사를 맞히면서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특별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성장호르몬 주사가 비용 대비 효과가 낮고 치료효과도 개인마다 달라 성장 정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한 성장클리닉 원장은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성장효과가 떨어져 용량을 더욱 올리게 되고, 이런 경우 부작용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다”며 “성장호르몬 주사를 오남용하면 발진, 부종, 유방 비대, 혈당상승, 갑상샘기능저하, 척추측만증, 시력손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동규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의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두통이 나타나지만 대개 용량을 줄이면 완화되거나 없어진다”며 “수분·전해질 대사의 주 조절인자인 혈중 나트륨의 배설을 억제해 얼굴이나 몸이 붓는 부종이 동반되거나, 당뇨병이나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서는 증식성 망막변증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팔다리 부위 근육통, 관절통, 갑상샘기능저하증에 의한 피로감, 목 부위 부기, 혈당 상승에 의한 빈뇨·야뇨증·체중감소, 척추측만증 등도 성장호르몬 주사의 부작용 중 하나다.
최근 성장호르몬이 성장 이외에 혈중 지질대사, 항인슐린 작용, 체형변화, 노화 등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명확한 임상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비용 대비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보통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데,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는 비급여진료라면 연간 치료비가 검사비를 포함해 1000만원 수준이다. 1주일에 6~7회 내원해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해 성장호르몬 제제를 키 크는 약으로 오·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장호르몬 제제 안전하게 투약하기’라는 이름의 리플릿을 배포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리플릿을 통해 성장호르몬 제제가 정상인을 위한 키 크는 약이 아닌 성장 장애를 치료하는 의약품이며 정상인이 잘못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성장호르몬 결핍진단을 받은 후 사용을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키는 몸이 건강할 때 가장 잘 자란다. 자녀의 키가 유독 잘 자라지 않는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성장호르몬 주사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니라면 부작용 우려가 있는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처방받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진단 후 성장호르몬 주사요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확한 사용법을 따라야 한다. 진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근육이나 진피(피부)가 아니라 배, 팔, 허벅지, 엉덩이 등 부위의 피하조직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며 “반복적으로 주사하는 경우 주사 부위를 바꿔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주사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알코올 솜으로 주사부위를 잘 닦은 후 45도나 90도 각도로 주사하며, 이 때 주사바늘은 소독하지 않는다. 주사 후에는 알코올 솜으로 가볍게 10초간 눌러주며, 이 때 주사 부위는 약간 부풀어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밤에 가장 활발히 분비되므로 성장호르몬 제제는 자기 전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 주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사 시간을 놓친 경우 기억이 나는대로 빨리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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