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회사, 시장 변화에 따른 적극적 공략 시작하지 않으면 늦을 것
CJ가 운영하는 올리브영 매장
최근 드럭스토어가 헬스·뷰티 시장의 돌파구로 나서고 있다. 다양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데다 일반 화장품시장에서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제약회사들이 다각적 판매망 구축 차원에서 드럭스토어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럭스토어는 원래 일반의약품을 기본으로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웰빙과 뷰티 상품을 집중 판매하는 매장이다. 대표적인 외국 드럭스토어로는 미국 월그린, 영국 부츠, 홍콩 왓슨스, 일본 마쓰모토기요시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1999년 CJ의 올리브영이 최초로 매장을 연 뒤 코오롱의 W스토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왓슨스, 롯데그룹의 롭스(LOHB’s)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업체는 2011년 일부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일반소매점 판매가 허용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점포 수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은 2009년엔 1500억원 정도에서 2012년엔 6000억원 대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점포 수는 2009년 153개에서 2014년 7월 669곳으로 증가했다. 이중 올리브영이 420개로 최다 점포수를 가지고 있다.
모두가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카페베네가 2012년 셀프코스메틱을 표방한 드럭스토어 브랜드 ‘디셈버24’를 연다고 했다가 2013년 2월에 포기한 사례도 있다. 코오롱의 W스토어도 광동제약이 인수하려다 포기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약국이 셀프 메디케이션 시대와 제약회사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일본처럼 앞당겨 준비해야 한다는 견해다. 국내 주요 드럭스토어의 매출 비중은 화장품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황영환 일동후디스 이사는 “최근 25년 간 편의점이 기하급수적 성장을 보인 이유는 다양한 식품 구비, 택배 서비스 도입, ATM(현금자동인출기) 설치 등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했기 때문”이라며 “약국도 업종 절대 고수가 아닌 혁신을 수용할 때”라고 말했다.
제약회사들도 드럭스토어와 판매제휴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약국판매망에는 강하지만 일반 소매시장은 턱없이 약했다. 제약회사에서 출시한 대부분의 치약은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벽을 넘지 못하고 할인마트나 편의점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소매점 형태의 드럭스토어는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제품 등을 파는 이미지가 잡혀 있어 제약사의 납품계약이 속속 이뤄지는 양상이다. 동국제약의 화장품 ‘마데카크림’이나 치약 ‘인사덴트’, 보령수앤수의 압박스타킹 ‘슬림워크’, 유한양행의 화장품 ‘바이오-오일’과 이너뷰티 제품 ‘아쿠아 플러스 이엑스’ 등이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일본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일본 화장품시장의 판매경로별 점유율은 약국과 드럭스토어가 27%를 차지했다. 화장품 전문점이 이보다 적은 2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최근 일본 화장품 업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홍보전략을 한다. 이 경우 온라인 홍보를 통해 실제 매장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위치 정보, QR코드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매장을 지나가는 동안 할인상품이나 이벤트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 시니어 세대의 화장품 구매 증가, 중국 특수에 따른 면세점 시장 확대, 화장품 및 의약외품의 부작용보고 제도 강화 등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 특수에 따른 면세점 확대 움직임은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14년 4월 1일 기준으로 5700여개였던 면세점 수가 같은 해 10월 1일 9361개로 확대되는 등 중국 특수에 따른 면세점 증가가 폭발적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자국 내 면세점 수를 1만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대 앞에 왓슨스 점포가 2개나 있을 정도로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의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사가는 화장품은 상상 이상으로 커서 캐리어 하나 이상을 채우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한 번에 10억원 어치를 사가겠다는 사람도 간혹 나타난다”며 “중국 사람들이 한국 연예인을 선망하는 만큼 비록 제약기업이나 영세 화장품 업체라도 과감히 중국에 널리 알려진 연예인을 캐스팅해 공략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한류 초창기에는 억대 이상 사갈 경우 50%까지 할인해 공급한 적도 있다”며 “중국인의 특성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적극 공략하면 대기업만 성공하란 법은 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화장품시장을 쉬운 틈새시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대기업들도 외국계 기업과 합자를 통해 커나가고 있는 드럭스토어 시장이 조만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무시했다간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