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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 든 샴푸 쓰면 자궁질환 노출? … 제거한 종양서 샴푸향 난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6-29 17:49:38
  • 수정 2019-12-18 20: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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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체의 지나친 ‘공포마케팅’ … 샴푸, 입자 커 모세혈관 통한 체내 흡수 어려워

샴푸는 대체로 입자가 커 모낭 입구에서 피지와 각질을 걷어내는 정도만 가능할 뿐 모낭에 연결된 모세혈관을 타고 인체에 흡수되지는 못한다.

기자는 최근 대학 후배를 만나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 계면활성제가 든 샴푸를 쓰면 난소에 암이 생기기 쉽다더라.” 여기까지는 납득했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는 ‘왠 뚱딴지같은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이 암 제거수술을 받으면 종양 덩어리에서 샴푸냄새가 확 난대.”

그래서 본인도 기존에 쓰던 샴푸를 국내 굴지의 다단계판매회사인 N사의 샴푸로 바꿨다고 했다. 머릿결은 좀 푸석해졌지만 예전보다 머리숱도 늘었고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여자 자궁은 두피랑 이어져 있대. 언니도 내가 산 샴푸 써보는 게 어때?”라고 구입해볼 것을 권했다. 괜찮다고 웃어넘겼지만 듣도보도 못한 이야기에 당황했다.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라기엔 뭐하고 ‘고객을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신조어)으로 아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공포를 느낄 만한 이야기다.

실제로 ‘두피는 자궁’이라는 키워드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특정 업체의 샴푸 선전만 주르륵 쏟아졌다. 가격은 기존 샴푸보다 2배 정도 비싸고 용량은 2배 적다.

이들 업체는 자궁이 좋지 않으면 두피에서 악취가 나고, 자궁·유방암 수술을 받으면 암덩어리에서 샴푸냄새가 난다고 주장한다. 두피를 통해 들어온 샴푸의 유해성분이 5분 안에 모세혈관을 통해 유입돼 여성은 자궁에, 남성은 신장에 쌓인다는 것. 남성도 신장결석을 제거하면 진한 샴푸냄새가 난다고 했다. 기자의 아버지도 신장결석을 제거했지만 딱히 결석에서 샴푸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당장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에게 자문 전화를 걸었다. 자궁근종이나 난소 혹, 자궁경부암을 제거한 뒤 종양에서 샴푸 냄새가 나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말도 안된다”며 일축, 어처구니 없이 웃었다. 

그는 이처럼 샴푸에 관한 루머를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했다. 샴푸에 들어 있는 향료들이 화장품에 사용되는 향들과 특별히 차별화되지 않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또 샴푸는 대체로 입자가 커 모낭 입구에서 피지와 각질을 걷어내는 정도만 가능할 뿐 모낭에 연결된 모세혈관을 타고 내려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N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놀랐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부각, 과장한 것으로 본다. 어떤 식품, 의약품, 화장품이든 위험도가 기준치를 넘는다면 판매할 수 없다.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들은 전부 사내, 국가 안전성 부서들로부터 꼼꼼히 검사받게 된다.

N사가 지적하는 문제의 계면활성제는 두 물질의 경계면에 흡착해 성질을 현저히 변화시키는 물질이다. 처음에는 천연 성분으로 만들었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계면활성제를 개발하면서 석유계 화학물로 제작됐다.

이 성분에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N사가 잘못된 정보를 주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게 문제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합성계면활성제는 세정이 잘 되는 게 장점이나 제대로 헹구지 않아 두피에 남으면 각질이나 두피에 존재하는 천연보습인자 등의 방어막을 녹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분히 헹궈내면 해결될 문제다.

계면활성제를 샴푸에서 빼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계면활성제가 없으면 세정이 되지 않고, 샴푸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세정이기 때문이다. 대신 함유량이 적거나 천연재료를 활용한 샴푸를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샴푸 속 계면활성제 자체보다 ‘환경호르몬’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샴푸만 바꿨다고 여성질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샴푸·비누 등 합성세제를 비롯, 화장지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도 환경호르몬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환경호르몬 중 제노에스트로겐(xenoestrogen)은 체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와 기능을 가져 정상적인 에스트로겐의 기능을 방해 또는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외부에서 비롯되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의미에서 ‘제노에스트로겐’으로 불린다. 샴푸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매니큐어, 각종 세제, 화장품, 생리대 같은 제품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제노에스트로겐은 인체에서 스스로 분비되는 호르몬의 활동을 방해해 생리 이상, 자궁근종, 자궁경부 형성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성은 샴푸가 아니더라도 잘못된 식습관과 더불어 매일 수많은 화학제품에 둘러싸여 에스트로겐 과다 위험에 1년 365일 노출돼 있다. 과다 분비된 에스트로겐은 자궁 안에서 근육층의 세포가 더 쉽게 변이를 일으키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자궁근종의 경우 가임기 여성 2명 중 1명이 앓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에스트로겐에 과다 노출된 환경 속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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