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대결절·후두염·성대구증 주의해야 … 성대결절 80% 음성치료만으로 회복 가능, 레이저
이번 주부터 전국적인 봄꽃 축제가 시작되면서 나들이나 야외운동을 계획 중인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러나 갑작스런 야외활동은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성대의 경우, 눈에 띄는 상처나 통증이 없다고 혹사시키다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성대질환은 쉰 목소리가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후두염, 성대결절, 성대마비, 성대폴립, 성대구증, 성대낭종, 후두종양 등이 있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봄에는 건조한 날씨와 황사, 꽃가루 등의 외부 요인들로 인해 성대가 손상되기 쉬워 성대결절, 성대폴립과 같은 음성질환에 노출되기도 쉽다”며 “갑작스런 목소리 변화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성대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대에는 이상이 없는데, 소리가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신·심리학적 원인과 잘못된 발성습관으로 인한 기능성발성장애로 연축성발성장애, 근긴장성발성장애 등이 해당된다. 기능성발성장애는 긴장하면 목소리가 떨리거나 잠기고 끊기는 현상이 특징으로 주로 20~30대 사회생활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자주 발병하면서 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상 성대는 성대 점막 고유층의 연조직이 풍부하다. 이 조직은 발성할 때 성대가 충분히 닫히는 것을 도와 성대가 적절히 진동할 수 있게 돕고 잡음을 없애준다. 반면 부족한 연조직으로 인해 말할 때 양쪽 상대가 충분히 닫히지 않거나 진동이 원활하지 못하면 성대결절이 생긴다. 성대결절이 오면 바람새는 소리·거친 소리 등 부드럽지 못한 소리가 나며, 목에 쉽게 피로를 느낀다. 이물감·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게 가장 많이 찾아오는 음성질환은 성대결절이다.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목소리가 변화되다가 쉬고 거친 음성이 생기면서 성대 피로함이 밀려와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여기에 성대에 압박과 긴장이 더해지면서 반복되는 성대 진동으로 성대 점막이 자극을 받게 되면 섬유화가 진행돼 결절이 단단해진다. 호흡곤란, 목의 건조감, 이물감 등도 동반된다.
이런 성대결절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목소리가 영구적으로 변해 수술적인 치료를 시행해도 본래의 목소리를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목소리를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군살이 생기듯이 성대결절이 재발하게 된다.
후두염도 주의해야 한다. 봄에는 황사 속에 포함된 초미세먼지,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기도 안쪽으로 들어가 성대와 후두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경우 후두의 점막이 붓고 헐어 쉰 목소리가 나고 가려움증, 이물감, 기침, 음식 섭취시 통증 등이 나타난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고열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대구증은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성대 점막에 깊게 홈이 파인 상처가 생겨 잡음과 함께 거칠고 쉰 소리가 나고 양쪽의 성대의 접촉이 원활치 않아 발성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만성적인 성대의 염증이나 후두염, 성대결절 및 성대낭종 치유과정에서 후유증 등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같은 성대질환을 예방하려면 성대점막의 윤활작용을 원활하게 해주는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장시간 말하거나 노래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목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된다.
목에 힘을 주거나 무리하게 발성하지 말고 목이 눌리지 않게 목과 등·허리를 꼿꼿하게 편 바른 자세에서 자연스럽고 편하게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전반적인 신체의 피로도 목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성대결절의 경우 80% 이상은 음성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안 원장은 “가벼운 음성질환은 충분한 휴식이나 1개월 이내의 음성언어치료만으로 개선이 가능하다”며 “만성화될 경우 치료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평소 성대 건강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은 만성적인 성대결절로 대부분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적 치료는 최소 3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을 경우 시행한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은 “후두경을 통해 결절과 폴립 등 덩어리를 확대해보면서 정교한 미세현미경도구를 이용해 제거하는 후두미세수술법이나 전신마취 없이 30분 내외로 성대수술을 시행하는 펄스다이레이저(PDL) 수술이 시행될 수 있다”라며, “수술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하며 상처가 치유되는 최소한의 기간인 2주 동안 음성 사용을 제한해야 하므로 음성휴식이 가능한 시기에 수술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00년대 중반에 국내 피부과에 도입된 PDL 치료는 원래 염증성 여드름 및 흉터 제거에 쓰여왔다. 레이저를 이용해 성대진동에 가장 중요한 성대 표면(성대점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안쪽 병변만을 치료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 출혈이 없고 국소마취 후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예송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최근 시술 병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홍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아침에 내원해 전신 마취 하에 약 30여분 동안만 성대점막에 50~100회 정도 레이저 조사 치료를 받고 당일 퇴원하여 환자의 수술적 부담이 우선 적다”며 “치료 후 1주일 정도 큰 소리를 내거나 목소리를 많이 내지 않는 생활 속의 주의만 필요할 뿐 출혈이나 통증도 심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레이저 치료를 받은 환자는 3~6개월에 걸쳐 손상된 성대 점막에 생긴 홈에 새롭게 점막 조직이 차오르면서 음성이 개선됐다”며 “지금껏 150여명의 환자에게 시행한 결과 90% 이상의 환자들이 단 1회의 레이저 치료만으로 합병증 없이 정상수준에 가까운 음성회복 결과와 높은 환자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이 시술법은 음성질환을 전문 치료하는 경험 많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풍부한 임상경험이 요구된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1회 300여만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비인후과 의원 원장 A모 씨는 “강남권 이비인후과에서 주로 시행되는 PDL레이저의 경우 아직 임상적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존 수술보다 몇 배나 더 비싸고, 대부분 기본적인 음성치료 등으로 치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굳이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대수술에서 레이저를 사용하면 현미경칼이나 가위로 병변을 직접 절제할 때보다 성대 점막 안의 절제면이 덜 매끄럽고 거칠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