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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안전하게 예뻐진다는 ‘지방이식의 배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3-16 01:54:18
  • 수정 2020-09-14 13: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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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름 줄줄 흐르는 부작용, 최근엔 사망사건까지 … 가장 큰 원인은 ‘감염’,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할 우려도
‘내 지방을 써서 안전해요’, ‘이물감이 없으니 부작용 우려가 없습니다’. 흔히 지방이식술을 소개할 때에는 ‘안전하게 예뻐진다’는 수식어가 뒤따른다. 성형수술에 없어서는 안 될 보형물을 인위적인 얼굴을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면서 지방이식의 인기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지방이식술은 자신의 복부, 허벅지 등 군살에서 순수지방을 채취해 볼륨이 필요한 이마, 뺨, 가슴 등에 이식해 입체감을 살려준다. 적잖은 사람은 ‘내 지방을 뽑는데 무슨 큰일이야 있겠어’, ‘끽해야 석회화 정도에 그치겠지’ 등 지방이식의 부작용 자체에 대해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방이식 후 사망하거나, 후유증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환자가 적잖아 ‘무조건 안전하다’는 안전불감증을 버려야 한다. 어떤 시술이든 100%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없다. 

전문가들은 지방 흡입·이식으로 사망에 이르기는 쉽지 않고, 사고가 나는 것은 대개 마취, 미숙한 의사 집도로 인한 수술 후 ‘감염’으로 본다. 

유학생 강모 씨(28)는 5년 전 공부하느라 갑자기 야윈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 고민 끝에 줄기세포 지방이식수술을 받았다. 강 씨는 “병원에서는 2~3일 만에 얼마든지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절대 부작용이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해 수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009년 10월 1일 복부에서 줄기세포와 지방을 추출, 코와 얼굴에 지방을 이식했다. 얼마 후 수술 부위가 점차 부풀어 올랐으며 코에서 상당한 고름이 흘러 나왔다. 당시 종양이 생긴 것처럼 혹이 얼굴에 붙어 있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염증치료를 받고 호전된 듯 보이더니 영국으로 출국한 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강 씨의 온 얼굴은 부어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고, 수술한 부위에서는 계속 고름이 흘러나왔다.

강 씨는 결국 4년으로 잡았던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해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치료비는 1000만원이 훌쩍 넘었다. 병의 원인균은 수술 부위인 복부, 볼, 코에서 나온 ‘마이코 박테리움 포튜이튬’(Mycobacterium fortuitum)이었다. 

배원배 성형외과 전문의는 지방흡입 부작용 관련 방송에서 “공여부(제공하는 부위, 복부)·수여부(이식받은 부위) 모두 염증이 심하게 생긴 것을 보면 소독의 문제로 보인다”며 “분명히 수술기구 소독이 잘못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엔 강남 신사동 라보드클리닉에서 지방흡입수술을 받은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병원을 찾은 김 모씨(30·여)는 수술 당일 극심한 통증을 호소,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28일 사망했다.
  
김 씨가 이송된 병원에서는 사망 원인을 ‘패혈성 쇼크’로 보고 있다. 이는 미생물이나 세균침투 등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며 장기가 손상되는 증상이다. 발열, 빠른 맥박, 전신 염증 등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심하면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

주권 JK성형외과 대표원장은 “패혈증은 세균 감염이 주요인으로 수술 시 멸균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오염된 수술기구로 수술 부위가 감염되거나 혈관주사를 맞았을 때 세균이 침투해 발생할 수 있다”며 “또 링거액이나 마취액이 세균 등에 오염된 경우에도 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수술기구 중 지방흡입에 사용되는 긴 주사기가 제대로 소독되지 않았거나 다른 환자의 지방이 남아 있을 경우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실의 청결 여부도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결국 시술 결과 못잖게 중요한 게 ‘위생 관리’라는 의미다.

병원감염관리 기준이 시행되고 있지만 병원 내 감염관리는 전적으로 병원 자체의 몫이다. 성형외과를 고를 때엔 대학병원 수준의 소독시설과 위생 수준, 직원들의 위생 마인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수영 대한성형외과 이사는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만 패혈증이 맞다면 수술에 사용한 마취제나 주사기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지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근막이 오염되거나 색전증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망사건 관련 집도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외과 전문의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조 이사는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아예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성형수술에 있어서 타과 의사보다 훨씬 풍부한 경험과 수련 과정을 거친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늘어가는 지방이식, 지방흡입 등 성형수술 관련 의료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생긴 뒤에는 후회해봤자 지난 일이 된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는 게 우선이다.

또 사건을 의료소송으로 이어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법적으로 감염사고는 감염 경로를 환자가 입증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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