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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밴드수술이 목숨 위협한다? … 비만수술이 어쩌다 ‘사람 잡는’ 주범 됐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2-12 12:17:00
  • 수정 2020-09-14 13: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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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승인받은 치료법, 30년간 효과 입증 … 급사 드물고 부작용은 밴드이탈·위벽손상 … 고도비만 환자에겐 ‘한줄기 빛’
위밴드수술 원리를 표현한 사진지난해 10월 가수 신해철 씨가 의료과실로 갑작스럽게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고(故) 신해철 씨는 복통을 호소하며 서울 송파구 가락동 스카이병원에 내원, 장협착 수술을 받고 통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했다. 이후 심정지가 일어나 아산병원으로 후송돼 복강내 장수술 및 심막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허혈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스카이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시 생긴 천공이 문제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그의 ‘위밴드 수술 여부’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그가 사망한 원인 중 하나가 위밴드라는 루머가 퍼진 것이다. 신 씨의 사망 원인과 위밴드수술은 상관이 없고, 잘못된 장협착 수술에 의한 천공으로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곱지 않게 보는 사람이 적잖다. 신

2013년에도 모 케이블방송에서 ‘초고도비만녀’로 소개된 뒤 위밴드수술 후 무려 76㎏를 감량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이 여성은 급격한 다이어트에 의한 영양실조로 사망했지만 이 때도 ‘위밴드’ 자체가 원인일 게 분명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이같은 이슈 속에 등장하는 비만수술은 이제 ‘목숨걸고 살빼는 수술’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위밴드수술은 급사와 연관 짓기 힘들다는 게 대다수 전문의들의 견해다. 

위밴드수술(Laparoscopic adjustable gastric banding)은 이미 30년 넘게 고도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시행돼 왔으며 효과가 입증됐다. 복강경 등으로 실리콘 밴드를 삽입, 직경을 몸밖에서 조였다 풀 수 있어 스스로 식이제한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술적 치료법이다.

수술로 식도 아래쪽, 위의 최상부를 실리콘 튜브 형태의 밴드로 묶어 위로 들어가는 음식량을 줄여 영양분 흡수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수술을 받으면 사실상 위 상부(15~20㏄)만 활용하게 되고 밴드 아래 부위 위는 쓰지 않게 돼 적은 식사량에도 빨리 포만감을 느끼고 배부른 기분이 오래 지속된다. 보통 사람의 위 전체 용적은 약 1500㏄다. 

이상권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만외과 교수는 “위밴드수술의 부작용으로는 밴드이탈, 위벽손상 정도에 불과하고 급사를 일으킬 정도로 큰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며 “이 수술을 받은 뒤 몸에 이상이 나타나도 급사하는 경우는 드물며,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는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위밴드수술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외모지상주의에 의해 평범한 사람도 무분별하게 받아 건강에 해를 입을 때다. 위밴드수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치료법으로 올바르게 활용하면 고도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김용진 순천향대병원 외과 교수는 “초고도비만 환자는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만성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위밴드수술 등 비만외과적 수술을 받으면 몸무게가 빠지면서 오히려 앓고 있던 만성질환이 개선돼 돌연사·급사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말했다.다만 “이미 심장이 비대해졌거나 관상동맥이 심하게 상한 경우엔 고도비만의 합병증인 만성질환이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흔히 고도비만 환자에게도 ‘적게 먹고 운동하면 모두 살이 빠지게 돼 있다’며 혀를 차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고도비만 환자에게 음식은 마약과 같이 작용해 과식·폭식을 조장한다. 연구 결과 고도비만 환자가 음식을 섭취할 때 뇌는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를 복용할 때처럼 고조된 흥분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중독이 심해지면 음식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더욱 심한 고도비만에 빠지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엔젤레스캠퍼스(UCLA) 생리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게으른 성격이 과체중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열량 식단 등이 비만한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에런 블래스델 UCLA 교수는 “이 연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게을러서 살이 찌고 비만이 된다는 통념에 반대되는 결과”라며 “정크푸드를 먹고 살이 찌거나 인지작용이 손상돼 게을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도비만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리 음식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고도비만은 비만 정도가 심해 스스로 체중 감량이 힘든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돼 치료가 필요하며, 고도비만수술은 초고도비만을 해소하는 의학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해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 WHO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기준으로 위밴드수술을 포함한 고도비만 수술치료 대상은 △체질량지수 35 이상이거나 30∼35사이의 비만 관련 질환을 동반한 경우 △수술 이외의 방법으로 비만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쿠싱증후군,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비만을 유발하는 내분비질환이 없는 경우 △체중 감량 의지와 수술 이외 보존적인 치료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어야 하고 △18∼60세로서 심각한 정신과적 병력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환자의 외모지상주의에 의사의 윤리의식이 결여됐을 때다. 학회는 지난해 11월 성명서를 내 고(故) 신해철 씨 사망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윤리의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회는 “지나친 의료 상업화로 의술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전문학회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도비만 환자를 위한 수술적 치료법이 오남용되고, 고도비만을 질병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으로 비만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학술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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