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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원짜리 다빈치 로봇수술, 효과는 몇점일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2-02 14:34:33
  • 수정 2020-09-14 13: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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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강경·개복수술 대비 우월성 입증 근거 부족 … 갑상선암, 신경·피부조직 손상시켜 통증 유발
미국 다빈치로봇제조회사 인튜이티브서지컬이 만든  ‘다빈치Xi’올해 들어 꾸준히 다빈치로봇수술에 선별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비용 대비 효용성를 두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로봇수술에 대해 선별급여를 적용하는 안이 추진되려다 의료계 및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다빈치로봇수술은 피부를 최소절개한 뒤 로봇팔을 원격으로 조정해 병변 부위를 치료하는 것으로 전립선암 및 자궁암 치료에서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출혈량과 합병증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개복수술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의 병변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2005년 국내에 도입돼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뒤 연평균 51.4%씩 수술 건수가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35개 대학병원에 45대의 다빈치로봇수술 장비가 설치돼 있다. 수술용 로봇 제조회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국내에 독점적으로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입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45대의 로봇수술 장비만 사용 중인 이유는 결국 돈이다. 장비 가격이 한 대당 30억~40억원, 연간 유지비용은 약 2억5000만원에 달해 중소병원이나 동네의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안전성 문제도 고려해봐야 한다. 로봇수술은 안전성·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장기추적 연구결과가 아직 없어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발표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결과는 로봇수술 회의론에 힘을 실어준다.

연구원이 자궁암, 결장암, 방광암, 폐 및 기관지암, 구강 및 인후두암, 식도암, 부신암 및 신우요관암 등에 대한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분석한 결과 기존 수술법보다 합병증 발생이 의미있게 낮은 질환은 자궁암뿐이었다. 자궁암 중 자궁경부암의 경우 개복수술보다는 합병증 발생률이 낮았지만 복강경수술과 비교할 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재원기간 등을 단축시키는 등 장점도 있었지만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은 비슷했다. 

방광암의 경우 오히려 로봇수술 후 협착 발생률이 기존 수술보다 높았고, 기관지암·식도암·부신암·신우요관암 등은 축적된 임상 근거가 부족해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지난 4월에는 전립선암 치료에 로봇수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개복·복강경수술보다 치료효과가 우수한 반면 위암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봇수술을 전립선암 치료에 적용했을 때 재원 일수는 3일, 출혈량은 100㏄ 줄었다. 폐색전증·주변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덜했으며, 성기능 회복률도 기존 치료법보다 우수했다. 하지만 위암에서는 기존 치료법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보다 로봇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과 치료효과는 비슷하지만 비용은 33% 정도 비싸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갑상선암은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존 절개수술은 목 중앙을 5~6㎝ 정도 절개한 뒤 종양을 제거한다. 시야가 많이 확보되며, 갑상선암 절개에 앞서 경부 임파절을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목의 정중앙에 5㎝ 크기의 수술흉터가 남고 수술 후 피부당김, 감각저하 등 불편함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수년 전부터 갑상선암 로봇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수술 술기를 배우기 상당수 의사들이 찾아오고 있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내시경수술과 거의 유사해 겨드랑이와 유륜 등에 0.5~1㎝ 크기의 절개 구멍을 1~4개 내고, 로봇팔을 넣어 목 부위의 갑상선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로봇수술도 단점이 있다. 최소 3개, 보통 4개 정도의 로봇팔이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갑상선 주변 신경·피부조직 등을 손상시켜 기능저하 및 통증이 수반될 수 있다. 즉 절개수술시 겉으로 드러나는 목의 흉터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로봇수술이 생각지 못한 후유증을 일으키게 된다.

예컨대 유두 주위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받게 되면 양측 유방 윗부분이, 겨드랑이로 접근해 내시경을 넣을 경우 겨드랑이에서 쇄골 윗부분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수술 후 1개월 남짓의 한참 동안 통증이 지속되고,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도 해당 부위의 감각이 떨어져 ‘남의 살’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의 불만은 갑상선암 수술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효과 대비 지나칙 비싼 비용도 문제다. 로봇수술은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12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환자가 수술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반면 기존 절개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부담이 100만~200만원 선에 그친다. 
외국인은 수술 흉터에 관대한 반면 한국인은 수술 흉터에 연연하는 성향이 지나친 게 로봇수술이 주목받게 된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 의사는 “갑상선암을 로봇수술로 절개하다 성대 관련 신경이 망가져 고음 발성이 어려워진 케이스도 있다”며 “병원들이 고액의 로봇수술 비용을 기대해 불필요하게 로봇수술을 권유하는 데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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