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달 25일부터 병의원 금연치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키로 한 데 대해 보여주기식 행정, 형평성 무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금연지원 정책이 담배값 인상 시기보다 2개월 가량 늦게 진행된 데 흡연자 또는 금연결심자의 반감이 크다. 흡연자가 봉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금연치료 시 의사 상담료와 금연보조제(니코틴패치, 껌, 사탕) 및 의약품 구입비의 최대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금연 프로그램 참여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로부터 니코틴 중독평가와 흡연욕구 관리 등 금연유지 상담을 제공받게 된다. 하지만 한의사는 의사와 치과의사와 달리 금연약물 처방이 불가능하고 금연침으로 이용돼 온 이침(귀에 놓는 침)이 금연수단으로 채택되지 않아 상담료만 챙겨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됐다. 금연침은 효용성을 평가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올해 안으로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참여자가 부담하는 상담료는 의료기관 종별 상관없이 최초 4500원, 2~6회 방문시 2700원이다.
보건소의 경우 무료로 금연보조제를 지원받고 금연상담사의 상담으로만 진행되지만 병의원의 경우 진료비와 금연보조제나 금연치료 약물 중 선택해 일부 비용을 금연상담자가 지불해야 한다. 보건소에서는 금연보조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없는 제약이 있지만 금연보조제만으로 금연을 시도하겠다면 굳이 돈을 내고 병의원을 찾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보건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재정 형편이 열악한 경우에는 금연 지원 예산이 부족하거나 동날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북의 한 구청 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지난해 금연상담 등록자 수는 1~8월에 5명 수준이었지만 올들어선 벌써 70명을 넘어섰다”며 “예정된 예산을 다 쓸 경우 보건소 예산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예방접종 등에 차질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밝혔다.
일반 병의원에는 복지부 예산이 사용되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예상치 않은 수익이 생기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의약품 지원이 불가능하므로 복지부에 등록한 병의원에는 금단증상이 심각하거나 금연실패자가 상담 및 처방을 받으러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연치료에 들어가는 니코틴패치, 껌, 사탕에는 하루 1500원이 지원된다. 항우울제이자 금연치료보조약물인 NDRI계열(Norepinephrine & Dopamine Reuptake Inhibitors)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웰부트린 서방정’(성분명 부프로피온, bupropion)에는 정당 500원, 화이자의 니코틴 수용체 부분 효능제인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 Varenicline)에는 정당 1000원이 지원한다. 한미약품은 웰부트린의 제네릭 의약품인 ‘니코피온’을 재생산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요가 없어 생산 중단했다가 다시 라인을 살리기로 한 것.
약국은 건강보험공단에 약값 및 조제료 등을 직접 청구하고 환자에게 차액(청구액의 30%)만 지불받는 방식으로 금연요법제를 제공하게 된다.
복지부는 금연 치료 활성화와 성공률 제고 차원에서 최종 치료에 성공한 참여자에게 본인부담 일부 지원(5만~10만원)과 금연성공 기념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지원조차도 금연성공 인정을 평생 1회로 한정할 것인지, 금연실패 시 1년내 재시도를 용인할 것인지, 금연 성공뒤 재흡연 시 환수할 것인지 등 기준 설정에 예민한 문제가 남아 있다.
복지부는 프로그램 이수율과 금연성공률이 우수한 의료기관에 추가 보상과 모범기관 인증 등 인센티브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데 금연 성공의 근거를 현재 보건소에서 하는 일산화탄소 호흡기 측정으로 할지, 모발 내 니코틴 검출 등 정밀검사로 할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자담배를 필 경우 일산화탄소는 측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의 한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방문한 한 지역주민은 “전에도 금연클리닉을 다녔다가 실패 후 다시 왔다”며 “구정 이후에 병원으로 가면 약도 준다는데 약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갈지 아니면 돈이 안드는 보건소로 다녀야 할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1월부터 시작해줘야지 2월말부터 시행한다면 끊었다가 다시 피라는 소리냐”며 “어차피 시행할 것이라면 담배값 인상과 같이 맞췄어야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