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지만 건강 하나는 자신 있었던 김모 씨(65)는 아침 일찍 동네 뒷산을 올랐다가 쓰러진 채 이웃주민에게 발견됐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김 씨는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에 의한 뇌졸중으로 진단받았다. 평소 지병이나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 웬 날벼락이냐며 가족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기온이 낮아지는 가을·겨울철에는 뇌졸중 환자가 급증한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게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이다. 경동맥협착증은 동맥경화증에 의해 생성된 혈전이 경동맥(목 부위 동맥)을 좁아지게 만든 상태를 의미한다.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심장혈관을 제외한 기타 혈관질환의 90%가 경동맥협착 질환일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서도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혈관은 동맥과 정맥으로 구분된다. 동맥은 심장에서 온 몸으로 혈액을 공급하고, 반대로 정맥은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전달하는 주요 혈관 중 하나이므로 혈전으로 인해 좁아질 경우 혈액 공급량이 줄고,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2011년 미국 의학전문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연구결과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졸중 위험이 6~10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연구에선 증상이 있는 경동맥협착증 환자는 뇌졸중 발생률이 매년 6~7% 높아지며, 증상이 없는 경동맥협착증 환자도 경동맥이 75% 이상 막혀있을 경우 뇌졸중 위험이 매년 10% 정도 증가했다.
윤효철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경동맥협착증 환자의 상당수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또 발견됐더라도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협착 부위의 동맥경화성 부스러기가 뇌혈관을 막으면 갑작스런 뇌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경동맥절제클리닉이 내원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경동맥협착증의 사전 증상이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증상이 없었다 36명(72%) △안면신경마비 증상 1건(2%) △어지럼증 5건(10%) △팔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 8건(16%)으로 나타났다. 즉 10명 중 7명이 병원을 찾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경동맥협착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땐 콜레스테롤저하제, 혈압강하제, 아스피린과 같은 항응고제 등 약물로 관리 가능하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50% 이상이면서 안면부 및 상·하지 마비 등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경동맥이 70% 이상 협착됐을 땐 예방적 차원에서 경동맥내막절제술이나 경동맥스텐트삽입 등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경동맥내막절제술은 경동맥협착으로 인한 뇌혈관질환의 주된 요인을 제거하는 예방적 차원의 수술법이다. 중풍 병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 다른 증상의 발현을 예방하고, 비만이나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중장년층은 뇌경색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경희대병원 경동맥절제클리닉은 경동맥내막절제술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안정된 실력을 바탕으로 내막절제술 및 스텐트삽입술을 시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고령층은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을 갖고 있으므로 경동맥 초음파검사와 예방적 차원의 수술 및 시술이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을 발견 및 치료하는 데 도움된다”며 “경동맥협착증에 의한 뇌졸중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 스트레스, 흡연 등과 관련 있기 때문에 이같은 위험 요인을 예방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지럼증이나 마비 같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군은 경동맥 초음파검사나 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