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화(直火)·석쇠·불판·프라이팬 순으로 발암성 높아 … 삶고 데치면 안전, 맛없는게 ‘흠’
육류 조리법 중 기름기 많은 돼지목살을 석쇠에 구울 때 가장 발암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인 비만의 주범은 기름기 많은 동물성지방과 가공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상적인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중은 65:15:20으로 간주됐는데 최근에는 육류섭취가 늘어나는 식단의 변화 추세 때문인지 45:30:25가 최적의 섭취 비율로 권고되고 있다. 단백질과 지방의 비중이 현격하게 높아진 것이다.
밀가루음식은 밀을 잘게 빻아 만들므로 밀가루(글루텐) 알레르기가 없는 한 입자 형태의 곡류 식품(쌀밥 등)보다 소화·흡수가 잘돼 아무래도 살이 찌기 더 쉽다. 더욱이 기름기 듬뿍 담긴 생크림케이크나 피자 등의 음식은 탄수화물과 지방질이 넘쳐 살찌기에 딱이다.
먹기 좋아하고 살이 잘 찌는 사람은 확연하게 부드럽고 구수한 기름(지방질) 냄새를 좋아한다. 그것도 기왕이면 식물성이 아닌 동물성을 탐한다. 먹는 취향에 따라 고기를 밝히는 사람은 밥만 많이 안 먹으면 절대 살이 안찐다며 밥류를 기피하고 육식을 옹호한다.
물론 흰쌀밥은 도정이 많이 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편이지만 밀가루음식에 비할 바가 못되게 적고, 고기에 비한다면 열량이 턱없이 낮다. 따라서 쌀밥이 중성지방을 높이는 주범으로 모함받고 있는(특히 젊은 여성으로부터) 상황은 밥 대신 빵이나 면류를 먹기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의 식성 탓이지, 영양학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쌀밥 한공기의 열량은 150~200㎉인 반면 라면 한봉지는 450~500㎉, 쇠고기 1인분(200g)의 열량은 436㎉이다.
최근 한국인 식생활 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다한 육식이다. 프랑스 해양개발연구소가 176개국의 1961~2009년 식재료 섭취량 변화를 조사했더니 2.06에서 2.23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은 2.15에서 2.21로 높아지는데 그쳤다. 증가세로 치면 한국인은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생태계 먹이사슬을 영양단계로 구분하면 식물이 1단계, 토끼 2단계, 여우 3단계, 북극곰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5.5단계로 분류된다.
한국인의 연간 육류소비량은 1986년 15.6㎏에서 1992년에는 22.3㎏으로 늘었다. 당시 미국인의 111.8㎏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일본인의 39.8㎏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43.7㎏까지 늘었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매일 120g을 먹는 셈이다.
단백질의 하루섭취권장량(g)은 대략 자기체중(㎏)에 1.1을 곱한 것이다. 이조차 10여년전에는 체중 1㎏당 1g의 단백질이 적당하다 했으나 최근 조금 증가한 분위기다. 몸무게가 70㎏인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 77g의 단백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밥과 콩, 곡류, 채소 중에도 소량(약20g)의 단백질이 들어있으므로 나머지 57g만 육류로 섭취하면 족하다. 이를 초과하는 육류 섭취는 단백질을 분해·대사시키느라 소화기관과 신장만 피곤하게 만드는 셈이다.
원래 한국인의 육식은 소고기국이나 설렁탕 정도에 불과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보니 소피를 응고시킨 선짓국을 먹는 것도 감지덕지했다. 고기가 귀하기도 했지만 채식 위주로 검박한 식생활을 모범으로 삼은 이유도 작용했다. 밭가는 소를 도살해 먹는다는 게 악덕이고, 육식을 즐기는 것 자체가 탐욕스럽다는 게 선인들의 기본인식인 탓도 있다.
하지만 요즘엔 고기 굽는 냄새에 탐닉해 다들 불판이나 석쇠에 구워먹기를 선호한다. 순수하게 단백질만 섭취할 요량이면 소고기국, 설렁탕 정도에 만족하겠지만 음식을 맛으로 먹는 욕구가 훨씬 강하기에, 특히 단백질과 지방질이 어우러져 타면서 내는 구수한 냄새와 씹는 즐거움을 벗어던지기 어렵기에 구워먹기를 선호한다.
한우라는 것도 품종만 우리소이지 미국식 사료를 먹이기에 비만한 서양소가 되고 만다. 우리는 먹는 소고기는 기본적으로 근육에 해당한다. 근육은 태반이 단백질하다. 소의 운동을 최소화하고 기름진 곡류 사료를 먹이면 고기의 육질에는 기름기가 늘어나 하얗게 서리가 내린 것처럼 ‘마블링’이 잘 형성돼 구워 먹을 때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게 된다. 한국사람은 유난히 구워먹을 때 구수한 향미가 나는 등심을 좋아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안심과 송아지고기처럼 지방이 적고 육즙을 느낄 수 있는 부위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육류를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굽는 것도 문제다. 이럴 경우 육류의 단백질이 변형된 헤테로사이클릭아민(Heterocyclic amine, HCAs)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 이 물질은 특히 대장암이나 간암을 유발하는 경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160도 이상부터 이같은 발암물질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200도 이상에서 굽거나 튀기면 그 양이 급격히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직화(直火) 위에서(바베큐), 석쇠 위에서, 불판에서(이상 구울 때), 프라이팬 안에서(튀길 때) 순으로 더 많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 생성된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는 석쇠보다 불판에서 구울 때 훨씬 적은 양(약20분의 1)이 나온다. 또 소갈비에 비해 기름기가 많은 돼지목심에서 훨씬 많은 발암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Hs는 식품, 휘발유 등 유기물이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연소될 때 발생하는 100여종 이상의 물질을 일컫는 말로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등에도 포함돼 있다. 이밖에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비계와 살코기의 경계부분이 타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생성되므로 환기가 필수적이다.
조리시 열원으로는 숯불, 가스불꽃, 연탄불꽃 순으로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가스불꽃이나 연탄불꽃을 이용해 고기를 구울 경우 니트로사민(nitrosamine)과 니트로피렌(nitropyrene)과 같은 발암물질이 유발될 수 있다.
모든 음식은 태우면 발암성이 높아지게 돼 있다. 성분과 조성이 변하기 마련이고, 인체내 소화기관도 이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맛 없을 때 먹는 누룽지조차 탄수화물을 태운 깐밥을 끓인 것이므로 그냥 흰밥에 비해 발암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맥아를 태워 발효시킨 흑맥주가 일반 맥주보다 발암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대장암 예방 등에 좋다는 커피도 원두를 220도 이상 온도로 로스팅할 경우 향미는 좋아지되 커피 고유의 카페인,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이 나타내는 유익한 작용이 상쇄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개연성이 있다. 싱싱한 원두를 약한 불에 로스팅한 원산지의 커피가 맛이나 건강에서 더 이롭다고 봐야 한다.
반면 끓이기, 찜, 데치기 등의 조리법은 상대적으로 돌연변이물질이 미량 생성되거나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중앙아시아 위구르족은 하루에 200g의 고기를 먹지만 성인병에 걸리는 비율은 낮다. 고기를 삶아먹는 식문화 덕분이다. 전자레인지에서 요리된 고기도 일반적으로 돌연변이물질 생성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암성을 줄이면서 굽는 고기맛을 제대로 내려면 고기를 알루미늄 호일에 싸서 전자오븐에서 초벌 익힌 다음 불판에서 구우면 좋다.
이밖에 고기를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곁들여 먹거나, 비계나 닭껍질 등 지방이 많은 부위를 도려내어 굽거나 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이 때 양파 토마토 브로콜리 같은 항암성 강한 채소를 신선하게 가급적 익히지 않고 사용하는게 좋다. 허브나 버섯 등을 곁들이면 생약의 약성을 누리고 콜레스테롤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육류 섭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과다한 육류섭취로 인해 체내에 과도한 동물성지방이 유입되면 대장용종이나 대장암이 생기기 쉽다.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 이로 인한 뇌졸중이나 심장병도 초래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육류 섭취 패턴은 매일 화투장 48장을 쌓아놓은 분량의 쇠고기를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실천하기는 어렵고 과식하거나, 때로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어쩌다 고기를 먹게 된다면 소고기의 경우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의 부피에 해당하는 분량의 소고기를 먹는 게 추천된다. 덩치가 큰 사람이면 손도 클 것이고 조금 더 먹어도 괜찮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