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패혈증으로 인한 전신 염증 및 장기 손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체외 배출되는 금속 전구약물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소민 현텍엔바이오 최고과학기술자(CTO)와의 산(産)·학(學)·연(硏)·병(病)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전구약물(prodrug) 형태로 세륨 기반 항염증 물질을 디자인해 패혈증에 대응할 수 있는 금속 기반 나노물질 개발에 성공, 임상시험 진입 가능성을 열었다.
패혈증은 체내 염증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며 전신에 걸쳐 다발성 장기 손상과 쇼크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현재 패혈증 치료법은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고, 특히 활성산소종(ROS)에 의해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약품들보다 강한 항산화, 항염증 성능을 가진 무기 나노입자들이 치료제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금속의 체내 축적으로 인한 장기 독성 문제에 대한 우려로 임상에서 사용이 제한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체외 배출이 가능하고 과도한 염증반응을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후보물질로 세륨(Ce) 및 킬레이트 제제인 DTPA( Diethylene triamine pentaacetic acid) 복합체(Ce-DTPA, 약칭 CRN)를 개발했다. 이 복합체는 체내에서 신장을 통해 배출이 가능한 나노입자로서, 세륨 이온의 누출을 방지했으며 철-DTPA(Fe-DTPA)와 병용할 경우(CF-DTPA 형성) 항산화 및 항염 효과가 극대화되고, 축적되지 않는 게 확인돼 약물 독성에 대한 우려를 배제시켰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금속 전구약물 치료제인 세륨-DTPA의 패혈증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CLP(cecal ligation and puncture, 맹장을 묶고 구멍을 냄)로 패혈증을 유발시킨 실험쥐의 혈관에 세륨-DTPA를 주사한 결과 사이토카인 폭풍의 발현이 감소해 간, 비장, 신장에서 장기 손상이 완화되고, 약물 무처리 그룹에 비해 생존율이 약 5배 증가함을 확인했다.
김치경 교수는 “패혈증은 전신 염증반응으로 단일 치료 약물이 아직 없고. 현재는 동시 다발적인 조치를 통해 치료하지만 효율성이 낮아 신규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로 패혈증 단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소민 CTO는 “나노의약품의 상업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기존 나노의학이 당면한 과제인 장기간 독성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했다”며 “대량생산과 임상시험 진행을 통해 패혈증 치료제 승인을 달성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