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토피피부염 및 천식 치료제로 62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사노피 및 리제네론의 블록버스터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두필루맙, dupilumab)가 뜻밖에 암초를 만났다.
그동안 단일클론항체로서 면역과잉질환에서만 적응증을 늘려온 듀피젠트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chronic spontaneous urticaria, CSU)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하면서 승승장구 행보에서 좌절을 맛보게 됐다.
18일 두 회사는 CSU에 대한 단독요법제로 허가된 노바티스 및 로슈의 ‘졸레어주사’(Xolair 성분명 오말리주맙, omalizumab)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듀피젠트를 평가하는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듀피젠트가 증상을 유의하게 줄이는 데 실패해 가려움증을 포함한 모든 주요 평가기준에서 수치적 개선이 관찰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익성( futility)을 이유로 3상 임상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CSU는 피부에 두드러기를 유발하거나 피부 아래에 깊은 부기를 유발하는 심각한 염증 상태의 질환을 말한다. 항히스타민제가 1차 치료제이지만 약 50% 이상의 환자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약 30%는 항히스타민제를 4배까지 증량한 후에도 증상 조절에 실패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고 사노피와 리제네론은 대규모 CSU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를 아예 단념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보고된 3상 연구에서 졸레어로 치료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 결과 듀피젠트와 항히스타민제 병용요법은 항히스타민제 단독요법에 비해 가려움증과 두드러기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리제네론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조지 얀코풀로스(George Yancopoulos) 박사는 “다음 단계에서 계속 첨단적인 듀피젠트를 평가할 것”이라며 “듀피젠트는 승인된 모든 의약품으로 해결하지 못한 난치성 질환으로 남아 있는 CSU 환자에게 유의미한 이점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생물학적제제를 쓰지 않은 환자에서 가려움증과 두드러기 활성의 감소를 거의 두 배로 늘린 것을 첫 번째 3상 임상에서 입증한 바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소식은 노바티스가 CSU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한 쌍(2건)의 리겔리주맙(ligelizumab) 임상시험에서 동일한 내용을 보고한 지 두 달 만에 나왔다. 리겔리주맙은 Ligelizumab은 IgE에 대한 단일클론항체로 IgE Cε3 도메인의 에피토프에 특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혈청 IgE를 중화하고 IgE-FcεRI 결합 활성을 억제해 IgE의 생산을 억제한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CD23에 대한 IgE 결합을 억제하는 기전도 갖고 있다. 리겔리주맙도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사용할 때엔 효과적이지만 졸레어를 능가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사노피의 젠자임사업부 경영 부사장인 빌 시볼드(Bill Sibold)는 생물학적제제가 적합한 30만명의 CSU 환자 중 약 15%가 졸레어를 투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노피가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가 적합한 환자군의 약 3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예상했다.
증권투자기관인 ODDO BHF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CSU 악재가 듀피젠트에겐 작은 차질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CSU 임상연구 초기 단계에서 나온 처음의 긍정적인 결과는 CSU에 대한 희망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며 “연간 60억유로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듀피젠트의 모멘텀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2026년 100억유로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한다”고 고객 메모를 통해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