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내분비질환, 신경계질환, 위장관질환 치료제 신약개발 전문업체인 제리스바이오파마홀딩스(Xeris Biopharma Holdings 나스닥 XERS)는 ‘레콜레브’(Recorlev 성분명 레보케토코나졸 levoketoconazol, 코드명 COR-003)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 쿠싱병) 치료제로 허가받았다고 작년 12월 3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레콜레브’는 수술을 선택할 수 없거나 수술로도 치유할 수 없는 성인 쿠싱병 환자들의 내인성 고코르티솔혈증을 치료하는 용도로 승인받았다.
쿠싱증후군이란 부신(副腎) 및 뇌하수체 이상으로 인해 부신피질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신체에 이상을 나타내는 희귀 내분비계 장애의 일종이다. ‘부신피질 기능항진증’으로도 불리는 쿠싱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비만, 2형 당뇨병, 혈당 불내성, 고혈압, 각종 감염성질환, 다리‧폐 혈전, 골 손실 및 골절, 면역계 약화, 우울증 등을 수반할 위험성이 점점 증가하게 된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유병률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레콜레브는 ‘SONICS’, ‘LOGICS’ 등 2건의 3상 시험에서 확보된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를 근거로 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 기존 약물치료를 받은 성인 쿠싱증후군 환자 가운데 대표성이 있는 166명을 대상으로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레콜레브의 유효성을 이중맹검법, 단일군 비교(SONICS) 또는 위약 대조(LOGICS), 피험자 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평가했다.
이 중 SONICS 임상은 레콜레브의 용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1차 평가지표인 평균 뇨중 유리 코르티솔(UFC) 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하게 감소(p값 0.25 이하), 정상화됨에 따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2차 평가지표인 공복혈당, 장기혈당 조절 지표인 HbA1C,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지단백(LDL)-콜레스테롤, 체중 및 체질량 지수(BMI)를 포함한 심혈관 위험의 주요 2차 평가지표는 기저치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입증했다(p값 각각 0.0001 이하).
LOGICS 임상시험도 위약대조군과 비교할 때 1차 및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3상 LOGICS 연구는 기준선 평균 요중 유리 코티솔(mean urinary free cortisol, mUFC)이 정상치 상단(upper limit of normal, ULN)의 1.5배 이상인 쿠싱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전에 3상 SONICS 연구에 참여한 환자도 LOGICS 연구에 일부 동참했다.
무작위 중단 임상(randomized-withdrawal phase, 특정 약을 먹다가 일부가 갑자기 위약으로 무작위로 배정되는 것) 임상 이전에 피험자로 참가한 79명은 단일군에 배정돼 약 14~19주 간 표지가 공개된 적정(점진적인 약물증량, titration) 후 유지 단계에 들어갔다. 또 다른 44명은 피험자(SONICS에서 직접 무작위 배정된 5명 포함)가 적정 후 8주간 치료에 들어갔는데 22명은 레콜레브 투여군에, 22명은 위약군에 배정돼 모두 43명이 임상을 완료했다.
무작위 중단 임상임 끝난 시점에서 위약을 배정받은 투약 중단 환자는 레콜레브 투여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mUFC 감소 반응에 도달한 비율이 54.5% 낮았다(95.5% 대 40.9%).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된 후 감소 반응을 잃은 21명의 환자는 모두 조기 구조치료(임상 도중 증세가 나빠진 환자를 위해 시행하는 치료)를 받았으며 조기 구조까지의 기간 중앙값은 22일이었다.
제리스바이오파마의 폴 에딕(Paul R. Edick) 대표는 “FDA가 내인성 쿠싱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대안으로 레콜레브를 승인한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이번 승인은 스트롱브리지바이오파마(Strongbridge Biopharma)로부터 매력적인 희귀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인수할 당시에 직시했던 가치에 한층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제리스는 2021년 5월 24일 펜실베이니아주 트레보스(TREVOSE)에 본사를 둔 희귀 신경근‧내분비계 장애 치료제 전문 제약기업인 스트롱브리지바이오파마를 합병 후 주식 비율 6대 4로 합병했다. 이로써 제리스의 초저혈당 치료제인 ‘지보크’(Gvoke 성분명 글루카곤 glucagon)와 스트롱브리지의 ‘케베이스’(KEVEYIS 성분명 디클로페나미드 Diclofenamide 또는 dichlorphenamide)로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됐다.
디클로페나미드는 1세대 탄산탈수효소 저해제(Carbonic Anhydrase Inhibitor)로서 급성 폐쇄성 녹내장 치료제(브랜드명 Daranide)로 1958년에 승인됐다가 2000년대 들어 더 좋은 탄산탈수효소 계열의 녹내장 치료제(노바티스의 brinzolamide, 미국 머크(MSD)의 dorzolamide) 등이 나오자 시판을 중단했다. 이후 치료 저항성 간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2015년에는 FDA가 ‘케베이스’를 원발성 저칼륨성 및 고칼륨성 주기적 마비(primary hypokalemic and hyperkalemic periodic paralysis, 미국내 환자 5000명 추정)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면서 7년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2010년에는 선파마슈티컬(Sun Pharmaceutical Industries)이 MSD로부터 디클로페나미드 판권을 인수했고 2016년에는 스트롱브리지가 선을 인수했다. 스트롱바이오파마는 이후 이 약의 가격을 100정당 1만5001달러로 책정했다.
한편 제리스는 스트롱바이오를 인수하면서 스트롱바이오 주주에게 레콜레브가 2022년 1월 1일까지 보통주 1주당 1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조건부 가격청구권(Contingent Value Rights, CVR)을 부여했는데 작년 연말 성사됨으로써 주주에게 추가 수익이 돌아가게 됐다.
마리아 플레세리우(Maria Fleseriu) 미국 오리건대 의대 뇌하수체센터 소장은 인 는 “쿠싱증후군은 환자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파괴적인 희귀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을 받기 전에 수 년을 버티다가 제한된 치료 옵션에 놓이게 된다”며 “전향적 임상 연구에서 레콜레브는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정상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치명적이고 심각한 내인성 쿠싱증후군 환자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임상의에게 중요하고 환영할 만한 새로운 치료 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레콜레브의 주성분은 항진균제인 케토코나졸의 이성질체다. 케토코나졸은 ‘니조랄’로 유명한 성분으로 무좀, 피부칸디다증, 어루러기, 지루성피부염 등에 쓰인다. 과거에 경구제가 많이 활용됐으나 심각한 간 부작용으로 지금은 사라지고 국소도포제만 남아 있다.
레콜레브의 허가사항에는 박스형 경고문구로 간독성 및 QT 연장 부작용이 명시됐다. 경구 케토코나졸은 간 독성을 일으키므로 간 이식이 필요한 사례가 예전에 보고된 바 있으므로 치료 전과 도중에 간 효소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레콜레브는 이번에 항진균제 승인은 받지 않았다.
또 QT 간격 연장은 torsade de pointes와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실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 전과 치료 중에 심전도(ECG) 검사를 수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 저칼륨혈증과 저마그네슘혈증을 교정한 뒤 투여해야 한다.
내분비질환 전문업체인 제리스바이오파마는 경험 많은 영업조직이 미국 내 쿠싱증후군 환자들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중 신속하게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제리스는 2021년 10월 미국 머크(MSD)에 단일클론항체를 초고농도, 즉시 사용 가능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 ‘XeriJect’ 플랫폼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이전했다.
제리스는 단백질 농도가 400mg/mL 이상인 현탁액을 제형화함으로써 현재 정맥주사로 투여되는 단일클론항체의 편리한 근육쥬서 또는 피하주사 제형을 창출할 기술을 개발했다. 분자량이 큰 물질의 분말 형태를 만든 다음 희석해 농축된 소량의 페이스트를 만드는 게 핵심기술이다. 제리스는 과거에 당뇨병 및 간질 치료제에 이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