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인겔하임이 전신 농포성 건선(generalized pustular psoriasis, GPP)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인터루킨-36 수용체(IL-36R) 항체 치료제 스페솔리맙(spesolimab)이 투약 1주 만에 위약 대비 유의미한 피부 증상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새로운 혁신 신약(First-in class)으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스페솔리맙 2상 임상인 EffisayilTM 1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전신 농포성 건선은 판상 건선과 달리 생명을 위협하는 호중구성 희귀 피부질환으로, 통증을 수반하는 무균 농포(비감염성 고름 물집)의 광범위한 발현을 특징으로 한다.
전신 농포성 건선의 악화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심장 및 신장 부전, 패혈증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져 입원 또는 심지어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를 신속하고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부재해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높다.
최근 들어 판상 건선 환자의 임상경험을 기반으로 한 생물학적제제들이 전신 농포성 건선 치료에도 사용되고는 있지만 그 효능 및 안전성에 근거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농포성 건선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계열 최초의 치료제가 요구되는 상황이며 스페솔리맙이 더 관심받는 이유다.
EffisayilTM 1 임상시험은 악화를 경험한 전신 농포성 건선 환자 53명 대상으로 12주간 스페솔리맙 또는 위약을 1회 정맥주사했다. 1차 평가지표는 치료 1주차에 농포성 건선 평가지표인 GPPGA 0점(육안으로 관찰되는 모든 농포의 소실)을 달성한 환자 비율로 설정됐다. 스페솔리맙 투여군은 54%(35명 중 19명)가 GPPGA 0점을 달성한 반면 위약군은 6%에 그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
특히 환자들은 연구 초기에 대부분 매우 심각한 농포 분포를 가지고 있었고 삶의 질이 저하돼 있었음에도, 스페솔리맙은 투여 1주차 만에 치료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농포가 사라지는 효과를 보여줬다.
2차 평가지표는 1주차에 GPPGA 점수 0/1(맑음/거의 깨끗한 피부)을 보인 환자 비율로 스페솔리맙 투여군은 43%로, 위약군의 11% 대비 유의미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같은 농포 및 피부 개선 효과는 연구 기간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스페솔리맙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감염 및 전신 약물 반응에서 추후 더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스페솔리맙 투여군은 6%(35명 중 2명)의 환자에서 약물 이상반응이 보고됐으며, 그 중 1명은 약물 유발 간 손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또 스페솔리맙 투여군의 17%(35명 중 6명)가 첫 주에 감염 발생을 보고했다. 반면 위약은 5%였다. 12주 동안에는 모두 환자의 47%(51명 중 24명)에서 감염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스페솔리맙이 위약보다 1주차 병변 제거율이 높은 것은 맞지만, 감염 및 전신 약물반응과의 연관성도 보여줬다”며 “농포성 건선 환자에서 스페솔리맙의 효과와 위험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더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시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책임자인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의대(Icahn School of Medicine) 마크 레브월(Mark Lebwohl) 박사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는 전신 농포성 건선 치료제가 없어 응급치료가 빈번하게 요구되고,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따르는 상당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로 스페솔리맙은 전신 농포성 건선 악화의 징후와 증상을 단 1주 만에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이 치료 효과는 최대 12주까지 지속적으로 관찰됐다”고 강조했다.
스페솔리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신 농포성 건선 치료에 희귀의약품(Orphan Drug Designation, ODD) 및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지정을 받았으며, 올해 10월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스페솔리맙과 관련 Effisayil-2 및 Effisayil-ON 등 다른 두 가지 임상도 병행 중이다. 전자는 전신 농포성 건선의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유지요법으로서의 효용성을, 후자는 5년간의 장기적인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