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lobal Blood Therapeutics, GBT)의 겸상적혈구질환(鎌狀赤血球疾患, sickle cell disease, SCD,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Voxelotor 복셀로터)’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4~11세로 적응증 연령대를 넓히는 추가 가속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2019년 11월 25일에 12세 이상 SCD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하루 한번 복용하는 경구용 치료제로서 겸상적혈구병의 근본 원인인 겸상 헤모글로빈 중합을 직접 억제하는 최초의 치료제다. 옥스브리타는 헤모글로빈에서 알로스테릭한 변화(allosteric changes, 자극을 주는 물질이 수용체 또는 조절부위에 결합하면 해당 단백질이 구조적으로 변함)를 일으켜 겸상세포 적혈구에 높은 친화력을 발휘한다. 과거에는 헤모글로빈과 헤모글로빈 중합억제제가 반응하면 점성의 증가 또는 혈관 점착 증상으로 이어져 신약개발에 실패했으나 옥스브리타는 알로스테릭 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했다.
참고로 2019년 11월 노바티스의 ‘아닥베오’(Adakveo, 성분명 크리잔리주맙-tmca, Crizanlizumab-tmca)는 옥스브리타보다 열흘 먼저 FDA 승인을 얻었다. 아닥베오는 P-셀렉틴(P-selectin)을 표적으로 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로서 변형된 적혈구가 서로 달라 붙는 것을 방지해 혈관 막힘 사건과 이로 인한 통증을 현저히 줄인다. P-셀렉틴은 SCD의 혈관폐쇄 위기의 주요 매개체다. P-셀렉틴은 접착분자인 리간드 P-셀렉틴 당단백질(PSGL-1)과 결합한다. 그런 다음 백혈구를 포획해 혈소판을 활성화하고 겸상적혈구를 집합체를 형성하게 한다.
겸상적혈구는 적혈구가 낫 모양(鎌狀) 또는 초승달 모양처럼 생겨 단단하고 끈적끈적한 구조를 띠게 하는 유전성 질환이다. 혈관 내부의 혈액 흐름을 제한하고, 체내의 각 조직으로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미국 내 SCD 환자는 10만명에 달하고, 전세계적으로는 2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잘못된 세포들은 장기적인 합병증을 유발하고 기대수명을 감소시킨다.
옥스브리타는 환자의 적혈구를 정상적인 형태로 회복시켜 적혈구와 신체 조직의 손상을 줄인다. FDA는 겸상적혈구병을 앓고 있는 4~11세 어린이 45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령 확대를 승인했다. 피험자들은 체중을 바탕으로 옥스브리타정을 복용했다. 옥스브리타는 체내에서 현탁액으로 풀어진다.
1차 평가지표는 시험 시작점 대비 24주차에 헤모글로빈이 혈액 1㎗당 1g 이상 증가한 비율이었다. 3분의 1이 넘는 36%가 이 목표를 충족했다. 이번 승인은 가속승인이기 때문에 옥스브리타가 헤모글로빈 증가로 인한 임상적 이점을 제공함을 연장된 확증시험을 통해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참고로 12세 이상의 겸상적혈구병 환자 27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HOPE 연구에서 나온 데이터에 의하면 24주 치료 후 옥스브리타 투여군 중 51.1%는 헤모글로빈이 1g/dL 이상 증가했으며, 이에 비해 위약군은 이러한 헤모글로빈 반응률이 6.5%로 집계됐다.
복셀로터 치료와 관련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이전의 임상연구와 마찬가지로 두통, 설사, 복통, 메스꺼움, 발진, 발열, 피로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