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벨기에를 거점으로 두고 있는 항암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사인 아르젠엑스(Argenx)가 개발한 ‘바이브가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 efgartigimod alfa-fca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신적 중증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치료제로 지난 17일(현지시각) 허가받았다.
계열 최초의 FcRn(Neonatal Fc Receptor) 차단제로 AChR(antiacetyl choline receptor) 항체 양성인 성인 전신적 중증 근무력증 환자에게 허가됐다.
에프가티지모드는 면역글로불린G(IgG)의 보호 수용체인 FcRn을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FcRn은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로, FcRn 재순환(recycling) 기전을 통해 면역글로불린(GIgG)와 알부민(Albumin)을 세포 안으로 흡수한 후 다시 세포 밖으로 방출한다. 자가항체의 75%가 IgG이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의 조절을 위해서는 IgG의 감소가 핵심이다. Anti FcRn 제제는 항체 자가면역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성 IgG를 줄인다. 즉 바이브가트는 일종의 항체 조각으로서, 발병 IgG 자가항체의 분해를 막는 FcRn과 결합해 이를 저지한다.
더욱이 자가항체의 종류에 관계없이 쓰일 수 있어, 적응증 확대가 용이하다. FcRn 길항제로 커버할 수 있는 100가지 이상의 IgG 매개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가운데 아르젠엑스는 MG 외에도 면역성혈소판감소증, 심상성천포창에도 임상개발에 들어갔으며 2025년까지 15개 적응증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럽과 일본에서도 신약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아르젠엑스에 따르면 gMG 환자 중 약 85%를 치료할 수 있으며 약가는 연간 22만5000달러로 책정됐다.
한편 이 약의 중화권 판권은 상하이의 자이랩(Zai Lab, 再鼎醫藥, 나스닥 ZLAB, CEO 사만다 두(Samantha Du))이 갖고 있으며 내년 중반까지 중국에서 신약승인신청(NDA)을 제출할 예정이다.
바이브가트는 ADAPT 3상 임상에서 투여받은 환자 65명 중 68%(44명)가 ‘중증 근무력증으로 인한 일상활동’(Myasthenia Gravis Activities of Daily Living, MG-ADL) 점수가 2점 이상 개선됐다. 반면 위약군은 29.7%에 그쳤다.
IgG 매개 자가면역질환은 100가지가 넘으며 이 모든 질환은 FcRn 길항제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바이브가트 허가는 유망하다.
현재 치료제가 따로 없는 항체 매개 자가면역질환은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한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농도의 IgG를 투여해 병리적 자가항체를 희석하는 정맥용 면역글로불린(Intravenous immunoglobulin, IVIG) 고용량 요법과, 혈액을 체외로 빼내 IgG를 여과 후 다시 주입하는 혈장분리교환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기존 치료법들은 비용이 높고, 의약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병원에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향후 Anti-FcRn 제제는 이같은 단점을 줄이고, 난치성 질환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제약사들이 FcRn 억제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존슨앤드존슨(J&J)은 모멘타파마슈티컬스(Momenta Pharmaceuticals)를 2020년 8월 19일 65억달러에 인수해 Anti-FcRn 기전의 ‘M281’을 확보했다. M281은 wAIHA(Warm antibody autoimmune hemolytic anemia, 온난 항체 자가면역 용혈성 빈혈), 중증 근무력증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알렉시온(Alexion)을 2020년 12월 12일에 390억달러에 인수, Anti-FcRn 제제인 ‘ALXN-1830’을 얻고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wAIHA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Anti-FcRn 계열 신약 ‘HL161’을 개발하고 있다. HL161은 중증 근무력증(MG), wAIHA, 갑상선안병증(TED)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르젠엑스는 이같은 일부 헤비급 FcRn 경쟁자에 비해 3년 앞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젠엑스는 2020년 5월 에프가티지모드의 3상 임상에 성공, 올 3월 2일 심사가 접수됐다. 지난 17일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른 신약승인 여부가 결정날 예정이었는데 기대가 적중했다. SVB Leerink의 추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이 계열 약물의 미국 시장 규모는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