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정체의 늪에 빠져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국약품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안국약품의 향배에 대한 여러 가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를 비롯해 동종업계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능력이 검증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영 능력 강화에 나서는가 하면 노바티스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 등 시장 규모가 큰 오리지널 품목들을 선택해 특허 도전에 공격적으로 나서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는 자격도 얻었다.
이외에도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3개의 바이오 신약과 1개의 케미컬 신약, 10개의 케미컬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보유를 확대하며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에 주력하는 등 중견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안국약품이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015년 이후 좀처럼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피,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59년 설립된 안국약품은 서울약품 상무로 재직하던 어준선 현 회장이 1969년 1억원에 인수한 뒤 50년 넘게 어 회장 중심의 오너가 지배 아래 운영되고 있다. 1981년 안국약품의 효자상품이랄 수 있는 눈영양제 ‘토비콤’을 출시하고 2000년대부터 개량신약의 다양화와 전문의약품(ETC)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한때 제약업계의 중견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너가 승계과정에서 자사주를 과도하게 매입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은 현실에 주가가 폭락한데다 매출실적마저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2018~2019년 터진 안국약품의 불법 임상 및 리베이트 파문은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상황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됐다. 특히 어진 부회장이 의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허가받은 대상자가 아닌 자사 직원에게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2019년 9월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것이 타격이 컸다. 어진 부회장은 앞서 2019년 7월엔 의사들에 대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적도 있다.
최근 안국약품이 실지회복을 부르짖으며 총력전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수년간 정체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안국약품의 변화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공 여부 전망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기업 이미지 개선과 오너 리스크 탈피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다 지난 수년 간 이루어진 잦은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안국약품은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영 능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단기간 근무로 끝나는 잦은 외부 인사 영입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원의 잦은 교체로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내부 임원 승진 기회가 줄어들 경우 양질의 인력이 회사를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론이기는 하지만 잦은 외부 인사 영입은 내부 직원들의 업무 역량에 대한 회사의 불신으로 비칠 수 있고 이는 업무 의욕 하락으로 이어져 심할 경우 양질의 인력이 경쟁사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외부 평판에도 좋을 것이 없는 게 내부 승진으로는 임원을 달 수 없는 회사라는 낙인이 찍히면 구직자들이 입사를 외면할 수 있고 기존의 근무자들도 타사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법 임상 및 리베이트와 관련해 추락한 회사의 이미지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해야 할 숙제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불법 임상 및 리베이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안국약품의 매출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사실에서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서는 불법 임상과 리베이트 파문 뒤 안국약품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추락한 회사의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미지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임원 얼굴을 바꾸고 투자를 확대해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에 주력해도 가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안국약품이 보이고 있는 변화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들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