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 논란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신약으로 허가받은 바이오젠의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 아무래도 유럽에서는 승인 획득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는 이달 열린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아두카누맙 심사 논의 결과 부정적인 표결결과가 나왔다고 전해들었다고 17일(현지시각) 전했다. CHMP는 위원들에게 구두 설명 후 아두카누맙 승인 여부를 투표에 부쳤다. CHMP는 표결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13-16일에 열리는 회의에서 승인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애듀헬름 잠재 수익의 40%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젠은 유럽 내 환자에게 아두카누맙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고려하면서 EMA 및 CHMP와 계속 협력할 방침이다. 바이오젠이 EMA에 승인 거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질 확률은 역대 사례로 볼 때 20% 이하다.
바이오젠의 글로벌 안전성 & 규제과학 임시 책임자로서 곧 은퇴한 알 산드록 (Al Sandrock) 박사를 대신하고 있는 프리야 싱할(Priya Singhal)은 “우리는 이러한 표결 결과에 실망했지만 자사 데이터의 강점과 아두카누맙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에게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잠재력이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지난 11일 알츠하이머병임상학회(CTAD) 컨퍼런스에서 아두카누맙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및 병리적 타우단백질(p-tau) 감소 효과를 입증하는 추가적인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오젠은 인지 개선과 p-tau의 상관성을 설명했지만 그 상관도는 낮았다.
하지만 애듀헬름은 효능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신속 승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 3분기 바이오젠의 애듀헬름 매출은 30만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근에는 애듀헬름을 투여한 캐나다의 75세 여성이 약물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뇌부종 및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 진단을 받은 후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또 지난 8월에 미국 정부의 한 부처인 재향군인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가 애듀헬름을 처방집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보건의료재정청, 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 CMS)는 내년 초 애듀헬름에 대한 급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CMS는 이미 2022년에 메디케어파트 B의 특별보험료를 약 15%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애듀헬름이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애듀헬름의 연간 약가는 5만6000달러로 불확실한 유효성에 비해 터무니 없이 높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