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인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이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성공을 거둔 mRNA(전령 RNA, Messenger RNA) 전문기업 모더나(Moderna)의 사례에 고무돼 이번에는 tRNA(전달 RNA, 전이 RNA, Transfer RNA) 전문기업인 올티알엔에이(Alltrna)란 스타트업을 최근 출범시켰다.
인간세포는 단백질을 만들고 인체가 하는 거의 모든 일에 단백질이 관여한다. 핵 내 DNA가 단백질 형성에 필요한 기본틀을 짜면 DNA에 상보적인 안티코돈(Anti codon)을 갖고 있는 mRNA가 리보솜 안에서 실질적인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 형성에 필요한 개별 아미노산의 배열을 연결한다. 이 때 DNA와는 T(티아민)을 대신하는 U(우라실)만 다른 tRNA가 관련 아미노산을 물어다가 mRNA에 전달한다. 리보솜의 주형 역할을 하는 mRNA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리보솜에 아미노산을 배달해주는 tRNA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2018년 2월 ‘셀리서치’(Cell Research) 저널에는 tRNA는 분자당 평균 13개의 변형(modification)이 존재하며 단백질 합성에서 아미노산과 유전 암호의 어댑터로서 작용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tRNA의 풍부함, 변형, 아미노아실화(aminoacylation, 荷電) 수준은 세포 유형과 환경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mRNA 해독(decoding)에 기여한다. tRNA는 번역에 관여하지 않는 많은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며 세포 안에서 번역 활동 및 기타 프로세스를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연한 만남을 통해 tRNA에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이런 기능을 연구하지 않는 과학자가 태반이다.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의 우두머리인 오니에 아나스타샤디스(Onie Anastassiadis)도 몇 년 전 tRNA 생물학에 대해 더 많이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이런 관심 부족을 발견하고 “너무 매료되고 충격을 받았으며 왜 이 영역을 어느 누구도 탐험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나스타샤디스는 “tRNA를 합성하거나 측정하는 방법과 같은 이 분야의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거의 없다는 데 놀랐다”며 “이러한 필요성에서 플래그십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보고 2018년 tRNA에만 집중하는 제약사의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 제약사가 지난 9일 올티알엔에이라는 간판을 달고 5000만달러의 초기 자본금으로 출범했다. 공동 창립자로 아나스타샤디스가 최고혁신책임자(chief innovation officer)를, 로비사 아프젤리우스(Lovisa Afzelius)가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맡았다.
아프젤리우스는 “Transfer RNA는 단백질 번역의 마지막 중요한 단계”라며 “tRNA가 없으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는데도 완전히 간과돼왔다”고 말했다. 올티알엔에이는 지난 몇 년간의 작업을 통해 확립한 기술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이 플랫폼은 tRNA 분자를 엔지니어링해 잘못된 유전자 코드를 찾아내고 이를 올바른 아미노산으로 대체함으로써 단백질 생산을 회복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 회사 경영진은 아직 어떤 질병을 추구할 것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우 희귀한 것에서부터 조금 더 흔한 것까지 다양한 유전질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나스타샤디스에 따르면 tRNA 분자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단백질 코드를 번역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가졌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레트로바이러스의 전사(transcription of retrovirus)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나스타샤디스는 “전체 tRNA 분야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법으로 tRNA 의약품을 설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연구되지 않은 이 생물학을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력 회사와 마찬가지로 올티알엔에이이는 다양한 페이로드, 전달방법, 조직표적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전임상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아프젤리우스는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거부했지만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규제기관에 인체시험을 시작할 수 있는 허가를 요청하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소수 환자가 존재하는 질환(희귀질환)을 개발하되 아주 다양한 tRNA 의약품을 내놓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이는 벤처기업은 물론 빅파마에게도 힘들고 드문 경우다. 새로운 기술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안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종 수년간의 작업이 요구된다.
그러나 플래그십은 이번 투자에 자신감을 보였다. tRNA 플랫폼 구축을 돕는 데 극단적으로 몰입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자본도 확보됐다는 것이다. 플래그십 CEO이자 모더나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누바르 아페얀(Noubar Afeyan)도 올티알엔에이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다.
플래그십은 모더나와 RNA 연구에 매진하고 지난 8월말 4억4000만달러를 유치한 라론드(Laronde)의 성공모델을 티알엔에이가 닮아가길 바라고 있다. RNA는 제약사와 투자자가 초점을 맞춘 지 오래됐지만 이 분야가 성숙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예컨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는 아주 긴 길을 걸었지만 백신 개발은 좌절과 회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주 모더나는 일부 사람들이 백신 이외의 프로젝트에도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