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치료의 패러다임이 개복수술에서 피부절개를 최소화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ESD) 등 시술적 요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비교적 초기인 1·2기에 조기진단하는 케이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시경시술의 증가로 병원 내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입김이 강해지자 그동안 위암치료의 ‘메인’을 자처했던 위장관외과들 사이에선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위장관외과와 소화기내과 교수가 위암 치료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위암에 대한 표준치료법인 위절제술은 복부를 10~15cm가량 절개한 뒤 암세포 병변을 주변 위조직을 함께 잘라낸다. 재발 위험은 덜하지만 위를 상당 부분 절제하므로 식이장애 및 영양소 불균형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 치매나 골다공증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게 복강경 위절제술이다. 위절제술처럼 길게 절개하지 않고 1㎝ 안팎의 구멍을 4∼5개 뚫은 뒤 수술도구를 삽입해 병변을 떼어낸다. 개복수술보다 수술 후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빠르지만 개복수술보다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므로 수술난이도가 높고, 재발 및 안전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어 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게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다.
이 치료법은 위절제술과 달리 위를 잘라내지 않고 수면내시경을 하면서 위암세포를 포 뜨듯이 잘라낸다. 전신마취나 피부절개가 필요하지 않고 원래 위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환자만족도가 높다. 위절제술과 복강경절제술은 위장관외과 의사가, ESD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집도한다.
최혁순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00년 국내에서 내시경점막하수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20년간 의료진의 수술 숙련도가 증진되고 연성내시경이나 진정내시경 감시장치 등이 도입되면서 수술 안전성과 효과가 괄목할 만큼 향상됐다”며 “ESD는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위암에 대한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았으며 최근엔 진행성 위암 등 고위험군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장관외과 전문의들은 위암수술의 감소는 한국뿐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추세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됐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P대학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구체적인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10여년 전부터 위암수술이 매년 30%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위절제술의 경우 5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서 1년에 150례만 돼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기위암에 대한 내시경수술이 고난도 치료 행위임을 의미하는 ‘전문질병군’으로 분류되면서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더욱 날개를 달게 됐다. 전문질병군 비율은 다음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부터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 입장에선 굳이 내시경시술을 줄이고 위절제술 같은 수술요법을 권장할 이유가 전혀 없다.위장관외과 의사들은 내시경시술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위절제술이 위암의 표준치료법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며 “같은 조기위암이라도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됐거나, 점막하로 깊이 침윤됐거나, 진행성인 환자가 내시경절제술을 받으면 재발 또는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가 강조했다.
대한위암학회와 대한소화기학회는 위암 치료 의료진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불필요한 충돌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세포 크기가 2cm 이하이면서 종양 내 궤양이 없는 초기 위암엔 내과적 내시경절제술이 권장된다. 반면 암세포가 2cm보다 크거나, 림프관 또는 수직면 침범이 동반됐거나, 내시경상 점막암이 확인되거나, 종양 내 궤양이 없는 경우엔 내시경절제술 외에 추가적인 절제술이 필요하다.
위장관외과 전문의들은 암 외에 다른 질병으로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시선을 전환하는 중이다.P대학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수술 감소는 이미 몇 년전부터 예상됐지만 학회 차원에서 대응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관심이 뜨거운 비만대사수술 등 새로운 영역으로 위장관외과 의사들이 관심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대사수술은 약물치료로 개선되지 않는 고도비만과 각종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위를 절제하거나, 위와 소장 사이에 우회로를 만들어준다.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인 초고도비만 환자, 고혈압·당뇨병 등 합병증이 동반된 30kg/㎡ 이상 고도비만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술비의 20%만 부담하면 된다.
현재 국내 ‘비만대사수술’은 환자의 체질량지수(BMI)가 35kg/㎡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가 30kg/㎡ 이상이면서 제2형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알콜성지방간, 관절병증, 역류성식도염, 천식, 저환기증,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의 동반질환들 중 한 가지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된다.
단, 제2형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 한해서, 체질량지수가 27.5kg/㎡ 이상이면서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제2형 당뇨환자에게까지 그 대상이 일부 확대되어 있다. 하지만, 체질량지수가 30kg/㎡ 미만(27.5-30 kg/㎡)인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는 치료비의 80%를 환자가 부답하는 선택 급여 대상으로 묶여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는 체질량 지수 25~30kg/㎡ 사이가 전체 당뇨 환자의 4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