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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생계형 체납 70% … 73만명 건강권 비상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9-09 11:17:39
  • 수정 2021-09-09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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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7월부터 직장 보험에 얹혀지는 피부양자 자격 대폭 강화 체납자 늘어날 듯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장기 체납한 지역가입 가구 가운데 70%가 월평균 체납액이 5만원도 안 되는 ‘생계형 체납자’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이들이 빚더미를 더 안지 않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수한 ‘지역 건강보험료 6개월 이상 체납가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 기준으로 105만 6000가구가 지역 건보료를 6개월 이상 체납했다. 이 중 73만 3000가구(69.4%)가 월 보험료 5만원 이하였다. 이들 저소득 지역가입 가구의 체납 보험료는 총 9892억원으로, 6개월 이상 전체 장기 체납액 1조 7851억원 가운데 55.4%나 됐다.


사용자와 납부 의무를 절반씩 나누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덜 먹고 덜 입으며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개인이 납부 의무를 온전히 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2014년 세상을 등진 ‘송파구 세 모녀’ 역시 소득이 없는데도 매달 5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했던 건보료 체납 가구였다.


물론 ‘연소득 2000만원 또는 재산 1억원 초과자’가 아니라면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했다고 바로 건강보험 혜택이 중단되진 않는다. 하지만 2017년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 체납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의료 이용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보고서는 “급여 제한이 됐든 아니든 스스로 의료 이용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특성을 보면 체납은 결국 ‘제도적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시민단체에선 장기 생계형 체납 가구의 밀린 건보료를 아예 탕감하는 결손처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에 무리가 간다면 납부유예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국외 체류자나 장애인의 건보료를 사전에 감면하는 제도는 있지만 고령자, 실업 등으로 인한 일시 생계곤란자, 저소득 체납자의 보험료 납부유예를 허용하는 제도는 건강보험에 없다. 반면 국세의 경우 ‘국세징수법’에 따라 납세자가 심한 재산 손실을 보거나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할 때 납부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건보료 납부유예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체납이 반복될 수 있고, 결국 사회 취약계층의 건강권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저소득층·소상공인의 건보료를 감면했다. 이때 납부유예도 검토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하진 못했다.


저소득 고령자의 건보료 연대납부의무 면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가입자는 가구 단위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가구 전원에게 보험료 연대납부 의무가 있다. 정부는 이 중 미성년자를 납부 의무자에서 제외했지만 저소득 고령자 등의 취약계층은 여전히 연대 납부자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7월부터 정부가 직장보험에 얹혀지는 피부양자 자격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재산·소득·자동차를 합쳐 적잖은 보험료를 내야 한다. 피부양자 자격 강화는 최근 결정된 건 아니다. 지난 2014년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송파 세모녀 비극이 발단이었다. 당시 송파 세모녀는 건보료로만 월 5만원씩 내고 있었고 이를 개선해야 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에 정부는 2017년 저소득층의 건보료 부담을 대폭 낮추는 대신, 고소득자와 자산가의 부담은 높이는 방식으로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했다. 새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은 3가지 허들을 모두 넘어야 유지할 수 있다. ①사업소득이 없어야 하고 ②합산소득은 연 2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③재산 과표는 3억6000만원 이하(3억6000만~9억원인 경우엔 연간 소득 1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단 하나라도 넘지 못하면 탈락이다.


‘연금 이야기’의 저자 차경수씨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소득 없이 집만 한 채 갖고 있는 고령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죽는 그 순간까지 평생 내야 하는 건강보험은 ‘1가구 1건보료’ 시스템으로 점차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작년 11월 건강보험공단에서 27만8860원이 찍힌 보험료 고지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집값이 올라 자녀 직장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했으니 11월부터 지역 가입자 자격으로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아파트를 샀다 팔았다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34년 전에 처음 분양 받아 지금까지 쭉 보유하고 있고 자동차도 20년 넘게 타면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면서 “매달 받는 국민연금 68만원이 전부인데 월 건보료로 28만원을 내야 한다니 이건 고령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간접적인 살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은퇴 후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인 고령자에게 ‘집 있는 부자인데 건보료 쯤이야’라는 비난은 가혹하다.


“집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늙어서 돈 없으면 자녀한테 기대서 살라는 건데, (애들도) 손자들 키우느라 나를 도와줄 상황이 아닙니다. 건보공단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규정이 그렇다고 무조건 내야 한다고 하네요. 60세만 되었어도 밖에 나가 아르바이트라도 할 텐데, 나이 들었다고 아무도 써주지 않는데...” 


정부가 내년 7월 건보료 개편을 단행할 경우 1주택 은퇴 고령자들의 반발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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