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은 1차 접종자가 전체 인구의 약 30% 수준까지 늘었다. 3일 하루에만 신규 백신 접종자 수가 1100여명 증가했다.
백신 종류별로 보면 누적 1차 접종자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는 1039만6325명,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378만2315명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전국 현장에서 점차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접종을 시작한 지 약 4개월 동안 국민 8300여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이 보건소 관리 직원의 실수 등으로 폐기된 것으로 확인돼 질병관리청에 비상이 걸렸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 2월26일부터 7월1일 현재까지 총 921바이알(병)의 코로나 백신이 관리 부주의 등의 이유로 192건에 걸쳐 폐기됐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을 통해 받은 ‘폐기 백신 수량 및 원인’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폐기된 백신 종류 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715바이알로 가장 많았다. 화이자는 188바이알, 얀센(J&J)백신은 18바이알이 폐기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바이알 당 약 10명이 맞을 수 있고 화이자는 6명 정도가 맞을 수 있다. 얀센은 1바이알에 5명 용량이 들어있다. 이를 고려하면 총 8368명분이 접종되지 못하고 버려진 것이다.
백신을 폐기한 192건 가운데 161건이 직원의 관리 부주의로 발생했다. 대부분 백신 보관 적정 온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관리 부작용으로 △백신이 보관된 냉장고의 문을 깜빡하고 제대로 닫지 않거나 △실수로 냉장고의 콘센트를 빼거나 △백신 보관용 냉장고에 고장 난 멀티탭을 사용하는 등이 보고됐다. 이렇게 백신의 적정 온도를 지키지 못해 폐기된 백신만 전부 796바이알(약 7000명분)에 달한다.
앞서 지난달 30일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1000여명이 접종할 수 있는 화이자 백신이 관리 소홀로 한꺼번에 폐기됐다. 백신을 관리하는 보건소 직원이 이날 사용할 백신 172바이알을 해동하기 위해 냉장고로 옮기던 중 깜빡하고 냉장고에 넣지 않았다가 사고가 났다. 1000여명이 맞을 수 있는 물량의 이 화이자 백신은 약 14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됐다.
화이자 백신은 냉장고에서 5일까지 보관이 가능하지만 상온에서는 30분 이내 사용해야 한다.이 밖에 백신을 옮기다가 용기가 파손돼 못쓰게 된 경우도 97바이알(약 970명분)이 나왔다. 냉장고 자체 고장, 병원 내 전력공급 불량 등으로 폐기된 사례도 36건 정도로 나타났다.
누전 차단기가 고장 나 냉장고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경우도 3건 정도 나왔다.조명희 의원은 “백신 한 병이 아쉬운 상황에 관리 실수로 백신을 폐기하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백신 보관 및 접종행정을 재점검해 버려지는 백신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유형별로 보면 전체의 92.6%가 '적정온도이탈‘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백신용기파손', '희석과정오류', '백신유효일시 경과' 순이었다. 관리 부주의가 발생한 기관은 대부분 일반 병원, 요양병원 등이었다. 접종센터는 단 2곳에서만 관리 부주의로 인한 폐기가 발생했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백신 보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방역 당국이 백신 관리 체계를 견고히 하고 백신이 제대로 보관될 수 있도록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여러차례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점검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고 발생한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백신 폐기를 최소화 하기위해 백신 담당자에 대해서 교육을 진행 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는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상 회복을 향한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제 전체 국민 열 분 중 세 분이 1차 접종을 마쳤다”라며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정부를 믿고, 사전예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우리의 의약품 생산능력과 미국의 기술을 결합해 대량의 백신이 생산·공급되면 국제사회의 코로나19 극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른 신종 감염병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구축할수 있도록 백신 관리를 체계적이고 촘촘하게 해 줄것을 당부 한다"고 말했다.
제주 의원서 응급 구조사가 코로나 백신 1900건 접종
한편 백신 관리 부실 이어 제주시내 한 의원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응급구조사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 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제주보건소에 따르면 제주시 내 A 의원에서 의료법상 의료인 자격을 갖추지 않은 직원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 등으로, 의사의 지시와 관리·감독 하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P 의원은 비의료인인 응급구조사가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응급구조사는 그동안 1900건 넘는 백신 접종을 했으며, 이 가운데 AZ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뒤 지난달 30일 사망한 60대 여성 B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B씨 사망과 백신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제주도는 A 의원을 백신 접종 위탁의원에서 배제하고, 자치경찰단에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관련, P 의원은 해당 응급구조사를 백신 접종 의료진으로 구성하겠다고 질병관리청에 등록까지 했고, 관련 교육도 이수했지만, 지금까지 질병관리청이나 제주도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비의료인인 응급구조사는 질병관리청 시스템에 백신 접종 의료진으로 등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혹여나 등록됐다고 해도 엄연한 비의료인으로, 백신 접종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