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F 겨냥 3상서 위험성이 유효성 상회 … 필고티닙, 작년 8월 FDA 승인 거절 … 남은 희망은 염증질환 후보 GLPG3970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와 벨기에 갈라파고스(Galapagos NV)는 독립적인 임상시험 검토자들이 특발성폐섬유증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 치료제로 3상 임상시험 중인 ‘지리탁세스타트’(ziritaxestat, 코드명 GLPG1690)의 임상을 중단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자이셀레카’(Jyseleca 성분명 필고티닙 filgotinib)를 개발하지 않기로 양사가 합의한 뒤 두 번째로 나온 비보다. 자이셀레카는 작년 9월 유럽과 일본에서는 허가됐지만 미국에서는 작년 8월 안전성이 우려돼 재임상을 시행하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를 받았다. 사실상 승인 거절이었다. 길리어드는 재임상으로 출시 일정이 너무 지체돼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작년 12월 미국 내 개발을 포기했다.
오토택신 저해제(autotaxin inhibitor)인 지리탁세스타트도 마찬가지다. 약이 주는 혜택이 위험을 능가하지 않는다고 판정한 뒤 이 약의 폐질환 관련 모든 임상연구를 종료키로 했다. 이들 두 실패한 신약후보는 2019년 7월 길리어드가 51억달러를 투입해 갈라파고스로부터 사들인 천금 같은 파이프라인이었다.
양사는 지난 1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리탁세스타트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세부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향후 의학학술대회에서 데이터가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갈라파고스 주가는 9일 90.28유로에서 10일 73.38유로로 18가량 폭락한 뒤 18일 현재 68.72유로를 보이고 있다.
길리어드와 갈라파고스는 2015년 처음으로 필고티닙을 거래하면서 제휴를 맺었다. 주로 염증 및 섬유증 치료에 중점을 둔 벨기에 생명공학기업인 갈라파고스를 본 감염질환 전문 메이커인 길리어드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면역학 분야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러나 필고티닙의 미국 진출 실패로 길리어드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개발 목표를 버렸고, 현재 갈라파고스가 유럽의 개발 및 상업적 권리를 반환받았다.
지리탁세스타트에 대한 지난 10일 발표는 2019년 초에 길리어드의 최고경영자가 된 다니엘 오데이 (Daniel O’Day) 의 첫 번째 주요 거래에 대해 더욱 의문을 제기해주고 있다.
이 약의 3상 연구에는 흉터 조직이 폐 내부에 축적되고 호흡을 어렵게 하는 특발성폐섬유증 환자 1500명을 합산할 예정인 2건의 임상시험이 포함됐다. 피험자들은 표준치료 외에 위약 또는 2가지 용량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는 지리탁세스타트를 투여받았다.
증권투자기관인 베어드(Baird)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스코니(Brian Skorney)는 “지리탁세스타트의 임상 실패는 길리어드가 갈라파고스와의 거래에서 긍정적인 투자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투자자들에게 전파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갈라파고스는 프랑스 제약사 세르비에(Servier)와 공동개발 중인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GLPG1972가 임상 2상에서 환자의 증상 개선에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유일한 희망한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서 ‘개념증명(proof-of-concept)’ 연구를 진행 중인 GLPG3970에 달려 있다. 만약 임상 결과 이 신약후보물질이 면역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로 판명된다면 “장기적으로 매우 가치 있고 길리어드와 갈라파고스 동맹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비쳤다.
길리어드는 감염질환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볼륨을 키우려 애썼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말까지 6개 이상의 회사 또는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는 데 무려 27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주로 면역항암제 유망주를 얻기 위한 노력이었다. 과연 성공으로 귀결될지 전세계 제약사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