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상 완료 후 2상 준비 중, 자가면역·염증성질환 겨냥 … 신경퇴행성질환도 공동개발 범위에 넣어
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혈액질환, 암, 희귀면역질환 치료용 소분자약물을 발굴하는 리젤파마슈티컬스(Rigel Pharmaceuticals)가 개발 중인 수용체 상호작용 세린/트레오닌 단백질 인산화효소 1( receptor-interacting serine/threonine-protein kinase 1, RIPK1) 저해제 ‘R552’의 독점권을 얻기 위해 선불계약금 1억2500만달러에 8억3500만달러의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R552’는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및 염증성질환 치료제로 개발이 진행 중인 리젤의 선도물질이다. 임상 1상을 마치고 올해 2상 착수를 준비 중이다. 리젤은 개발, 허가절차, 시판 등에 걸쳐 단계별로 최대 8억3500만 달러의 성과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아울러 한자릿수 중반에서 10%대 후반에 이르는 매출액 대비 로열티까지 별도로 챙겼다. ‘R552’의 글로벌 개발 및 시판에 소요되는 비용은 릴리가 전액 부담키로 했다. 일명 ‘바이오벅스’(biobucks, 개발을 끝까지 책임지고 관련 비용도 후원사가 전부 지불) 계약이다. 리젤은 미국에서 ‘R552’를 공동 판매하는 권한도 확보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리젤의 주가는 17일 종가 4.52달러에서 18일 오전 10시 30분 5.34달러로 상승했으나 오후 4시에는 4.76달러로 내려앉았다.
이와 함께 양사는 뇌 침투 RIPK1 저해제 가운데 중추신경계질환에 적응증을 갖는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공동 개발에 협력하고, 릴리가 임상개발 및 시판 전반을 주도하기로 했다.
‘RIPK1’은 세포자멸괴사(necroptosis, 네크롭토시스)를 포함한 광범위 염증성 세포에 관여하는 중요한 신호전달 단백질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자멸괴사는 물리적인 세포의 죽음(타살)인 괴사(necrosis)와 세포자살(apoptosis)의 합성어로 ‘질서정연한 괴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세포자멸괴사 과정에서 세포들이 파열되면 세포 내 조성물들이 터져 나와 면역과잉반응을 촉발하고 염증을 초래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RIPK1 활성화는 프로그램화된 세포의 죽음(세포자멸괴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과도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세포는 카스파제-8(caspase-8)이라는 효소로 RIPK1을 절단하여 적절한 균형을 유지합니다. 자가염증성질환에서는 이같은 균형에 변화가 생겨 RIPK1가 두 조각으로 분열되는 것을 막아 통제되지 않은 세포자멸괴사와 염증을 초래하게 된다.
숙주는 세포자멸괴사를 통해 질병의 고리를 끊으려 하지만 병인(病因)들은 이를 막아 질병을 초래하려 시도한다. 따라서 세포자멸괴사에 관여하는 ‘RIPK1’을 억제하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염증성질환, 신경퇴행성 질환들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R552’는 쥐를 활용한 전임상 연구에서 ‘RIPK1’ 억제를 통한 관절 및 피부의 염증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RIPK1를 매개해 염증과 조직손상을 유도한 쥐에서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
릴리의 아자이 니룰라(Ajay Nirula) 면역학 부문 부사장은 “릴리의 면역학 부문 전략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을 위한 계열 최고의 의약품 개발을 가능케 할 새로운 표적들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RIPK1 저해제들이 유망한 방법의 하나가 될 뿐만 아니라 ‘R552’가 우리의 면역학 파이프라인에 추가된 만큼 기대가 크고, 리젤파마슈티컬스과 임상개발 진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리젤파마슈티컬스의 라울 로드리게스(Raul Rodriguez) 최고경영자(CEO)는 “릴리와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구축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며 “릴리가 보유한 상당한 수준의 인적‧물적자원과 개발 관련 전문 노하우가 광범위한 적응증을 목표로 RIPK1 저해제들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면역질환 및 중추신경계질환에서 폭넓은 지식을 보유한 릴리가 RIPK1 저해제 프로그램의 임상적‧상업적 성공을 이끌어낼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RIPK1 억제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서 몇 번의 소란이 있었다. 2019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췌장암에 대한 RIPK1 억제제 GSK095에 대한 개발을 포기했다. 당시 이 빅파마는 “지속되는 포트폴리오 우선순위 결정 과정에서 GSK095의 연구개발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사노피는 2018년 다발성경화증, 알츠하이머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등 신경퇴행성 및 전신성염증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2개의 RIPK1 억제제를 개발한 데날리(Denali)와 계약을 맺고 RIPK1 억제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양사는 올해 초 피부홍반성루푸스에서 말초적 RIPK1 억제제인 DNL758에 대한 2상 시험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데날리와 사노피는 과거의 주요 프로그램인 DNL747에 대한 Ib상 시험을 중단했다. 안전성에서 실망스런 시그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양사는 전임상에서 더 나은 치료 전망을 보여주는 DNL788로 주력을 옮겼으며 현재 동일한 신경계질환 증후로 사노피가 1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 릴리는 지난달 긍정적인 2상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 한 도나네맙 (donanemab)을 포함해 신경퇴행성질환 분야에서 임상개발 중인 8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리젤의 경구용 비장 티로신키나제(spleen tyrosine kinase, SYK) 억제제인 ‘타발리스’(Tavalisse 성분명 포스타마티닙, fostamatinib disodium hexahydrate, 코드명 R-406)는 2018년 4월 17일 만성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chronic Immune Thrombocytopenic Purpura, cITP)의 2차 치료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18년 4월 13일에는 리젤이 홈페이지에 24시간 동안 FDA가 타발리스를 승인했다고 사전에 올려 주의를 먹기도 했다. 당시 리젤은 ‘실수에 의한 오류’라고 해명했으며 허가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