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의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필름코팅정’(Entresto, 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sacubitril·valsartan)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박출계수보존심부전(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HFpEF)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았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엔트레스토’는 미국 뉴욕순환기학회(New York Heart Associatioin, NYHA) 분류 중 2~4단계 환자의 기존 심박출계수감소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 외에 추가로 동일 단계의 HFpEF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두 가지 심부전에 적응증을 동시에 획득한 치료제는 이 약이 처음이다. 엔트레스토는 2015년 7월 HFrEF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심부전은 미국대학심장재단(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Foundation, ACCF) 및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 분류상 A, B, C, D 단계로 나뉜다.
A단계(NYHA 분류 없음)는 고혈압, 동맥경화, 대사증후군, 당뇨병, 비만, 가족성고지혈증(FH), 심근병증 등의 원인을 갖고 있어 심부전 위험이 높지만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 없고 증상도 나타나지 않은 단계다.
B단계(NYHA 1)는 구조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단계로 아직 증상은 없으나 과거에 심근경색(MI), 좌심실비대 (left ventricular hypertrophy, LVH), 낮은 좌심실심박출계수(left ventricular ejection fraction, LVEF), 심장판막질환을 갖고 있었거나 A단계가 악화된 상태다.
C단계는 좌심실심박출계수가 정상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과거나 현재에 심장 관련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다. 이 중 박출계수가 50% 미만을 HFrEF라고 하며, 50% 이상이면 HFpEF에 해당한다. C단계는 주로 NYHA 2~3단계에 해당한다.
참고로 박출계수가 40%를 초과하고 50% 미만이면 중간범위박출계수심부전(Heart failure with mid-range EF, HFmrEF, 또는 심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라고도 한다.
NYHA 2단계는 일상생활에서 증상이 발현하지만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소실되는 상태다. 그러나 피로와 호흡과 심장박동이 가쁜 증상을 보인다.
NYHA 3단계는 약간의 활동으로도 증상이 유발된다. 이 중 3-A 단계는 신체활동의 제약을 가져오되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는 상태다. 3-B 단계는 더 심각한 활동 제약이 오며 휴식을 취하더라도 최소한의 활동이 가능하다.
D단계(NYHA 4단계)는 약간의 신체활동이나 움직임에도 불편이 뒤따르고,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지속된다.
미국에서는 HFrEF가 전체 심부전 환자의 약 40%, HFpEF가 약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60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만성 심부전 환자 가운데 약 500만명에게 엔트레스토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바티스 측은 예상했다.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3상 ‘PARAGON-HF’ 임상연구를 주관한 미국 하버드대 의대 스캇 솔로몬(Scott Solomon) 교수는 “이번 적응증 추가 승인은 박출계수가 정상 이하로 감소해 기존 약물치료가 적합하지 않았던 다수의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하며, 주목할 만한 진일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들 환자의 치료는 경험에 크게 의존해왔다”며 “이제 한층 더 다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임상시험은 HFpEF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최대 규모이자 유일한 임상 3상 대조시험이다.
심부전으로 4명 중 1명꼴로 재입원하고, 전체 환자의 10%는 퇴원 후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진단 후 5년 이내에 사망하는 환자가 절반에 가깝다.
노바티스 제약사업부의 마리-프랑스 취댕(Marie-France Tschudin) 대표는 “이제까지 허가받은 치료대안을 확보하지 못했던 수 백만 명의 미국 내 심부전 환자들에게 ‘엔트레스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의약품 재창출이란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HFpEF는 고혈압, 심방세동, 당뇨병, 관상동맥질환(coronary artery disease, CAD) 등 원인 및 현재 질환에 준하는 치료가 이뤄졌다.
엔트레스토는 심부전에 가해지는 긴장을 완화해주는 하루에 두 번 경구 복용하는 약이다. 예방적 신경호르몬시스템(즉 나트륨 이뇨 펩티드 시스템, natriuretic peptide system, NPs)을 강화하는 동시에 과민성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AS)에 의한 혈압상승 등 유해한 영향을 억제한다. 기존 심부전 치료제로 쓰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ARB)는 과민성 RAAS의 유해한 영향만 차단한다.
엔트레스토에는 네프릴리신(Neprilysin) 억제제 사쿠비트릴과 ARB 제제인 발사르탄이 복합돼 있다. 사쿠비트릴은 나트륨과 소변의 배출을 통해 혈압을 낮추는 심장 유래 심방성 나트륨뇨 펩티드(atrial natriuretic peptide(ANP)와 B타입 나트륨뇨 펩티드(B-type natriuretic peptide, BNP)를 분해 및 퇴행시키는 네프릴리신을 차단한다. 네프릴리신은 안지오텐신2가 안지오텐신1 수용체에 작용하도록 부추겨 혈압을 올리고, 염증성 물질인 브래디키닌과 서브탄스-P를 자극하기도 하는데 사쿠비트릴은 이를 억제한다고 연구돼 있다. 종합하면 사쿠비트릴 투여로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내려가고, 알도스테롤 수치가 내려가며, 심근 섬유화 및 심실비후증이 개선되고, 나트륨 및 소변 배설이 증가된다고 알려져 있다. 교감신경반응과 전신의 혈관저항도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