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출신들이 2018년 공동 설립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Sana Biotechnology)가 주식시장 초기 공모(IPO)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5억8800만달러를 유치했다.
지난해 6월 초기 파이낸싱으로 7억달러 이상을 모았고 미국의 한 전문지가 올해의 유망기업 리스트 1위로 꼽아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는 세포의 유전자를 조절하고 신체의 손상된 세포를 교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나는 4일(현지시각) 지난주에 정한 당초 예정가보다 주식 2350만주를 25달러에 파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7일에는 20~23달러에 1500만주가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현격하게 뛰어넘었다.
이번 주식공모는 전임상 시험 단계의 바이오테크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2018년 이후 공모한 바이오기업으로서는 로열티파마(Royalty pharma, 21억7500만달러), 모더나(Moderna, 6억400만달러)에 이어 3번째다. 지난해 6월 상장한 뉴욕의 로열티파마는 직접 신약개발을 하는 곳이 아니라 바이오 의약품 관련 특허를 판매하는 회사다. 모더나는 2018년 11월 상장했으며 코로나19 백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으로 요즘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나바이오의 흥행은 2013년 이후 시작된 생명공학기업의 IPO 붐이 지속되고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보인 모습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자아낸다.
사나 외에 2월 상순에 9개의 생명공학기업이 IPO에 나서며 총 10억달러 이상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 중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BLACKSBURG) 소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랜도스바이오파마(Landos Biopharma)는 3일 625만주를 주당 16달러에 공모해 1억달러 안팎을 조달할 예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락빌의 센세이바이오테라퓨틱스(Sensei Biotherapeutics)는 700만52주를 19달러에 공모해 약 1억3300만달러를 모을 계획이다. 이 회사의 선도물질은 SNS-301로서 암 항원인 아스파틸베타수산화효소(Aspartyl beta Hydroxylase, ASPH)를 표적으로 삼아 진행성 두경부 편평세포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1/2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큐어백(CureVac)과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전문으로 하는 아테아파마슈티컬스(Atea Pharmaceuticals) 등에 연구자금이 쉽게 들어갔다. 이를 비롯해 작년에 5000만달러 이상의 IPO에 성공한 71개 바이오기업은 총 150억달러를 유치했다. 이들 기업의 86%는 현재 상장 당시 가격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사나바이오가 속한 유전체의학 전문기업들은 미국 FDA가 높인 인허가 장벽으로 지난해 좌절의 연속을 맛봤다. 그러나 작년 미국서 상장된 11개 관련 기업 중 9개 유전자편집 전문기업은 긍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빔테라퓨틱스(Beam Therapeutics)의 경우 작년 2월 데뷔 이후 주가가 거의 500% 상승했다. 빔은 지난달 280만주를 투자자 그룹에 매각해 2억6000만달러 상당을 모았다. 자금 사정이 좋을 때 미리 현금 실탄을 확보하자는 포석이다.
이에 따라 사나바이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2018년 쥬노테라퓨틱스를 세엘진(Celgen, 지금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자회사)이 90억달러에 인수하도록 유도한 주역들이 사나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파이프라인도 암, 심장병, 희귀유전질환 등 광범위하다.
사나에 베팅할 투자자들은 주노와 같은 성적을 바라고 있다. 주노는 2014년 신개념 암세포 치료제를 내세워 2억6500만달러 규모의 IPO에 성공했으며 초기 임상단계의 여러 신약후보가 좋은 성적을 냈다. 세엘진은 주당 87달러에 주노 주식을 인수했는데 이는 초기 공모가인 24달러의 약 3.5배, 시리즈A 펀딩 당시의 22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노의 대표적 작품인 거대B세포림프종(LBCL)을 가진 성인을 위한 CD19에 직접 작용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 세포 치료제인 ‘리소-셀’(리소캅타진 마라루셀, Lisocabtagene Maraleucel, 코드명 JCAR017, 또는 Breyanzi)은 아직 FDA 허가를 얻지 못했다. 주노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2017년에 인수한 경쟁사인 카이트파마(Kite Pharma)나 노바티스에 뒤처져 있다. 길리어드의 CAR-T 치료제인 ‘예스카타’(Yescarta 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Axicabtagene ciloleucel)와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 성분명 티사젠렉류셀, Tisagenlecleucel)가 이미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많이 늦었다.
사나는 주노의 전 임원인 스티브 하르(Steve Harr)와 한스 비숍(Hans Bishop)이 공동 창립했다. 하르는 CEO로, 비숍은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전직 연구 책임자인 수닐 아가왈(Sunil Agarwal)도 동행했다. 주노의 최고 투자자였던 아치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는 주노에서 했던 역할을 사나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IPO 직전까지 사나 주식의 28%를 보유했다.
이밖에 플래그십벤처(Flagship Pioneering),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베일리기포드(Baillie Gifford), F-프라임캐피털(F-Prime Capital), 알래스카퍼머넌트기금회사(Alaska Permanent Fund Corporation, APFC), PSP인베스트먼트(Public Sector Pension Investment Board), 베조스익스페디션즈(Bezos Expeditions), GV, 오메가펀드(Omega Funds), 앨티튜드(Altitude Life Science Ventures) 등이 지난해 펀딩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나의 계획은 주노보다 더 야심차며 광범위하다. 주노는 혈액암을 더 잘 표적으로 삼고 공격하기 위해 백혈구(T세포) 유전자를 변형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에 비해 사나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포 유형을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노는 상장 전에 3억달러를 모았다면 사나는 그 두 배인 7억달러 이상을 긁었다. 주노가 3개 주요 암센터의 연구에서 파이프라인을 발굴했다면 사나는 코발트메디신(Cobalt Medicine), 사이토카디아(Cytocardia), 오사인코퍼레이션(OScine Corporation) 등 3개 비상장 생명공학 회사를 인수했다. 특히 오사인은 뇌 및 중추신경계 질환에 대한 치료 또는 질병 수정 세포치료법을 개발하는 유망기업이었다. 결과적으로 사나는 펀딩과 주식공모로는 15억달러를 모았고, 시가총액으로는 49억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49억달러는 전임상 단계 상장 바이오기업으로는 사상 최대의 시총이다.
사나는 더욱이 연륜이 깊은 유전자 치료의 선구자인 리처드 멀리간(Richard Mulligan)이 연구부문을 이끌고 있다. 기존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유치한 자본으로 유전자전달, 면역학, 유전자 변형과 제어를 포함한 핵심 플랫폼 개발을 진전시키기 위해 투입했다. 그 중 특정 세포에 대한 생체 내 유전자 전달, 환자의 면역세포에 대해 이질세포임을 숨기고 줄기세포 생물학을 적용해 누락되거나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는 생체 외 유전자 변형 등이 강점이다.
사나의 임직원은 약 200명에 달한다.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11개의 공개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입증할 게 많다. 세포치료제는 몇몇 소소한 혈액암에 대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지만, 종양학 이외의 영역에서는 세포에 유전공학을 적용하려는 노력의 대부분이 연구 초기 단계에 있다.
이 회사의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에 다수의(multiple) 신약후보가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