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신약개발 도전 … ‘투오이’ 지난해 9월 FDA 비인두암 ‘혁신치료제’ 지정, 연내 승인 기대
바이오시밀러 생산 사업으로 고수익을 올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 소재 코헤루스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가 이제 오리지널 의약품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와 장쑤성 쑤저우에 거점을 둔 준시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 君實生物)로부터 PD-1 억제제인 ‘투오이’(Tuoyi, 성분명 토리팔리맙 Toripalimab)를 도입, 미국 및 캐나다의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획득했다고 1일(현지시각) 밝혔다.
코헤루스는 준시에게 1억5000만달러를 선불로 지불할 예정이다. 여기엔 투오이 외에 준시의 TIGIT 항체 ‘JS006’과 IL-2항체 ‘JS108-1’도 병행 개발할 수 있는 옵션 행사권리 및 초기단계(early-satge) 면역관문억제제 2개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포함됐다.
투오이가 개발 단계에서 순항할 경우 준시는 코헤루스로부터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8000만달러를 받게 된다. 또 코헤루스가 JS006과 JS108-1에 대한 옵션을 행사할 경우 준시는 프로그램 당 3500만달러의 선불금을 지급받게 되며,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에 따라 각각 최대 2억5500만달러씩을 추가로 받는다. 이로써 이들 3개 신약후보로 준시는 최대 11억1000만달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코헤루스는 별도로 두 개의 다른 면역항암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라이선스 화합물(licensed compound) 당 연간 최대 2500만달러의 개발지원금을 준시에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닝 라이(Ning LI) 준시 CEO는 “코헤루스가 북미에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믿는다”며 “코헤루스와 협력은 글로벌 상업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헤루스는 2019년 암젠의 ‘뉴라스타프리필드시린지주’(Neulasta, 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 Pegfilgrastim)보다 저렴한 대체 바이오시밀러인 ‘우데니카’ (Udenyca, 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 Pegfilgrastim-cbqv)를 출시해 지난해 9월까지 누적 3억6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밖에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으로는 로슈의 암 치료제 ‘아바스틴주’(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와 노인성황반변성 치료제인 ‘루센티스주’(Lucentis, 성분명 라니비주맙 Ranibizumab)와 애브비(Abbvie)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가면역염증질환 치료제 ‘휴미라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를 모방한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각 품목별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코헤루스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우데니카 등을 통해 번 자금으로 토리팔리맙의 미국 및 캐나다 판권을 사들였다. 이로써 같은 PD-1 억제제 계열의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그동안 얻은 수익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제약회사들은 이미 릴리, 노바티스, 암젠 등 서구 제약사와 제휴해 신약후보물질이나 기술을 이전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동안 PD-1억제제 3종과 그와 유사한 PD-L1 억제제 3종 등 총 6종의 의약품이 미국에서 승인됐지만 지난해 1~9월 1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MSD의 키트루다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시장을 점하고 있다. 키트루다의 최대 시장인 폐암에서 토리팔리맙의 임상을 시작한 준시와 같은 경쟁자들이 생겨나는 이유다.
토리팔리맙은 중국 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PD-1 억제제로 중국에서 투오이(Tuoyi)라는 브랜드명으로 흑색종 2차 치료제로 시판되고 있다. 투오이는 PD-1 항체로는 처음으로 2018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지난해 비인두암종(nasopharyngeal carcinoma)과 요로상피암종(urothelial carcinoma)에 대해 각각 3차, 2차 치료제로 중국에서 승인받았다.
투오이가 지난해 9월 1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은 것은 상업적인 가치에 더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적응증이 비인두암(nasopharyngeal carcinoma)으로 불리는 희귀암 유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인두암에 대한 신약허가신청(BLA)를 제출할 계획이다. 중국 생명공학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런 사소한 것은 관심을 두지 않겠지만 중국의 항암제 신약개발은 눈부신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준시와 코헤루스는 올해 FDA가 투오이를 진행성 비인두암 치료제로 승인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게 됐다. 코헤루스 경영진은 이번 계약의 옵션이 성공해 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코헤루스 2.0’으로 전환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설명이다.
준시는 PD-1 억제제를 업고 코헤루스와 손을 잡아 미국, 유럽 제약회사와 연계하는 중국 면역항암제 업체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중국 이노벤트바이올로지(Innovent Biologies)는 PD-1 억제제인 ‘타이비트’(Tyvyt, 성분명 신틸리맙 sintilimab)의 전세계 권리를 릴리에 넘겼고, 베이진(BeiGene)은 PD-1 억제제인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에 대한 북미·유럽·일본·러시아 판권을 지난달 6억5000만달러 선불금을 받고 노바티스에 양도했다.
시스톤(Cstone)은 2020년 1월 출범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스타트업 신약개발 기업인 EQRx에게 중화권을 제외한 지역에 항PD-L1 억제제인 수게말리맙(Sugemalimab, CS1001)의 개발권을 작년 10월말에 넘겨 공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30일에는 화이자가 시스톤파마슈티컬스의 지분 9.9%를 2억달러에 사들이며 수게말리맙의 중국내 판권을 획득했다. 이 신약후보는 폐암, 위암, 식도암 등 중국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