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화이자에 백신물량 대행 생산 구애’ … MSD ‘백신 포기, 치료제 개발로 우회’
글로벌 백신 빅5 중 화이자는 아시다시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경쟁에서 독일 바이오엔텍과 파트너십에 성공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가는 백신이자, 전체 글로벌 의약품 상위 10위권에 드는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을 보유한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텍으로부터 사실상 도입한 ‘BNT-162b2’으로 세계(미국) 첫 코로나19 백신 자격을 획득했다. 새로운 방식의 백신이라 다들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과감히 베팅한 게 주요했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추산으로 2020년부터 2026년까지 무려 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정점을 찍어 최고 13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얀센도 다음 주 초에 3상 데이터가 나올 예정이다. 얀센의 모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의 회장 겸 CEO인 알렉스 고르스키(Alex Gorsky)는 27일(현지시각) “최근에 발표된 1상과 2a상 결과가 더 많은 인구(3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효성과 안전성의 좋은 전조가 되길 희망한다”며 “물론 최종 데이터를 보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낙관적이며 매우 부지런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6일 이 회사의 J&J 조셉 울크(Joseph J. Wolk)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와 인터뷰에서 “3차 임상 결과가 우수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시한 임상의 경우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J&J는 지난 13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한 의학 저널 논문을 통해 자사의 백신이 임상 1상 및 2상에서 유효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기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3~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는 것과 달리 1회만 접종해도 면역 효과가 발생한다. 또 이들 두 백신이 초저온 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제약성을 갖고 있지만 얀센 백신은 일반 냉장 온도에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사노피 & GSK, 재조합단백질 백신으로 공동 임상하다 1/2상 유효성 미비, 사노피는 백신에 미련 남아
사노피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의 COVID-19 백신은 5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원하는 면역반응을 얻지 못해 제형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압력을 받고 있다. 작년 12월 11일 나온 1/2상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18~49세에서는 회복기 환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면역반응을 보였지만 50세 이상에서는 낮은 면역반응을 보였다. 이로 인해 백신 출시 예정일은 2021년 중반부터 내년 4분기로 지연될 전망이다.
그동안 양사는 기술의 안정성이 확보된 재조합단백질로 백신을 개발했다. mRNA나 바이러스 벡터 방식보다 개발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실패할 위험성이 낮다고 확신했지만 기대는 어그러졌다. 양사는 취약한 임상 결과의 원인으로 항원의 농도가 불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새로운 항원 제형으로 재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좌절은 단순히 양사의 매출이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최대 10억도스를 예약한 유럽, 미국, 영국, 캐나다의 백신 수급에 폐를 끼치게 됐다. 이에 사노피의 폴 허드슨(Paul Hudson) CEO는 독일의 바이오엔텍에 구애의 손길을 뻗쳤다고 지난 26일 ‘르 피가로’를 통해 밝혔다. 바이오엔텍으로부터 백신 생산 기술을 전수받아 프랑크푸르트 소재 공장에서 라이벌 회사의 백신을 1억도스 이상 찍어내기로 했다. 첫 번째 생산배치는 8월까지 바이오엔텍에 인도된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올해 생산할 물량은 20억도스이지만 미국을 우선시하느라 유럽 선적량을 줄였고 그 외 국가는 선적을 지연시키고 있다.
일부 언론은 공급 능력 부족에 애를 먹는 화이자를 돕기 위해 사노피가 나섰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체면을 구겼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사노피가 백신개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트랜스레이트바이오(Translate Bio)와 파트너십을 형성해 mRNA백신을 개발 중이다.
GSK, MSD … 백신 포기하고 항체치료제로 눈 돌리나?
GSK는 백신에서 길을 잃고 항체 치료제에 치중하는 양상이다. 이 회사는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와 항체 치료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도출된 ‘VIR-7831’(또는 ‘GSK4182136’) 500mg을 릴리가 지난해 11월 10일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밤라니비맙’(bamlanivimab, LY-CoV555) 700mg과 병용투여하기로 제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도에서 중등도에 이르는 ‘코로나19’ 저위험도 환자들에게 나타내는 효과를 평가하자는 것이다.
미국 머크(MSD)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V590’과 ‘V591’ 개발을 중단하고 다른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인 ‘MK-4482’와 ‘MK-7110’의 연구개발과 생산역량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25일 전격 발표했다.
두 백신후보물질의 임상 1상 결과가 미흡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V590’과 ‘V591’은 양호한 내약성을 나타냈지만 면역반응에서 다른 회사 백신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MSD는 원래 독감 치료제로 개발하던 항바이러스 ‘MK-4482’(성분명 몰누피라비르, Molnupiravir, 다른 코드명 EIDD-2801)의 임상시험 진행과 실험용 약물 생산량 증대에 나설 예정이다.
몰누피라비르는 MSD가 지난해 5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 리지백테라퓨틱스(Ridgeback Therapeutics)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로 공동 개발 중이다.
머크와 제휴사는 ‘V590’과 ‘V591’의 임상 1상 시험 결과를 조만간 의학 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홍역 바이러스 운반체 및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 운반체 기반 플랫폼의 잠재력을 평가해 판데믹 대응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CD24Fc’로 알려진 ‘MK-7110’은 새로운 면역 작용경로의 관문을 표적으로 작용해 코로나19에 의한 염증성 반응을 억제하는 동종 계열 최초 재조합 융합 단백질이다. 3상 시험의 중간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입원한 환자에게 사망 또는 호흡부전 위험성을 50%이상 감소시켜 준 것으로 입증됐다.
지난달 23일 MSD는 ‘MK-7110’이 FDA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 미국 정부로부터 개발과 제조, 최초 공급 전반에 걸친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즉 승인을 받으면 2021년 6월 말까지 최대 10만회분을 미국 정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약은 향후 미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현재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시험이 진행 중이며 오는 5월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MSD는 최초 유효성 평가자료가 1분기 중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