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1/L1 억제제 ‘키트루다’ ‘옵디보’ ‘임핀지’ ‘티쎈트릭’ 보험등재 실패 … AZ ‘타그리소’ 1차 치료제 승격, 노바티스·암젠은 소기의 성과
이미 서구에서 승인된 첨단 PD-1/L1 억제제라도 중국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제약사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지만 중국 내 제약사들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자국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해외 제약회사들은 계속해서 중국 환자들에 접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이 28일(현지시각) 발표한 새 국가상환약물목록(National Reimbursement Drug List, NRDL, 보험급여 적용대상 리스트)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 아스트라제네카(AZ)의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 로슈의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 등 다국적제약사들의 PD-1/L1 억제제가 모두 중국 정부와의 가격 협상에서 실패해 신규 등재되지 못했다. 이번 NRDL은 내년 3월에 발효되며 2022년 말까지 유효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의 3가지 PD-1 억제제들이 새로 등재됐다. 중국 제약사 베이진(Beigene 百濟生物, 百濟神州北京生物科技有限公司)베이진(BeiGene)의 ‘바이즈안’(Baize’an 성분명 티스렐리주맙, tislelizumab, BGB-A317)’, 장쑤헝루이의약(江蘇恒瑞醫藥, Jiangsu Hengrui Medicine,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camrelizumab, HR 301210, INCSHR 1210, SHR 1210), 준시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 君實生物)의 ‘투오이’(Tuoyi, 성분명 토리팔리맙 Toripalimab) 등이다.
캄렐리주맙은 작년 5월 31일 중국에서 재발성 불응성 전형적 호지킨성림프종(classical Hodgkin lymphoma, cHL) 의 3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바이즈안은 독일 머크세로노와 공동개발한 물질로 지금은 BMS 계열사인 세엘진(Celgene)이 2017년 6월 아시아 판권을 사들였다가 2019년 1월 BMS와 합병되자 같은 PD-1 억제제인 옵디보와 효능이 충돌하자 다시 베이진에 반환됐던 후 반환했던 신약이다. 작년 12월 27일 중국에서 cHL 치료제로 시판승인을 받았다.
투오이는 2018년 12월 15일경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최초의 자국 개발 PD-1/L1 억제제(현재 총 8개)이며, 올해 9월 10일 중국 제약사 중 최초로 면역관문억제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이로써 중국에선 가장 먼저 허가되고 지난해 협상에 성공해 올해 3월에 등재된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및 릴리 파트너십의 PD-1 억제제인 ‘타이비트’(Tyvyt, 성분명 신틸리맙 Sintilimab)와 함께 4개 PD-1 억제제가 중국 시장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게 됐다. 타이비트도 호지킨림프종으로 2018년 12월 27일 중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관심거리는 신규 3개사의 PD-1 억제제가 외국 제약사들에게는 거의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의 가격 인하를 감수했다는 점이다. 이들 3가지 신약은 중국 NRDL에 오르기 위해 가격을 약 80% 인하했다고 중국 국가의료보장국(National Healthcare Security Administratio, NHSA)의 시안준시옹(Xianjun Xiong)은 중국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앞서 타이비트는 64% 가격 인하를 수용하고 NRDL에 등재됐는데 이보다 훨씬 큰 폭이다. 이런 큰 인하 폭 때문에 MSD, BMS의 면역항암제와 준시바이오사이언스의 또다른 항암제가 협상 라운드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작년 12월 초 타이비트 협상 당시 주식투자기관인 SVB리링크(Leerink) 분석가들은 타이비트의 가격 인하가 3차 치료제로서 불응성 재발성 cHL 적응증에 국한되는 것을 감안하면 잠재적으로 더 큰 폭의 가격 할인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신규 3개의 중국산 PD-1 억제제들은 모든 승인된 적응증을 급여 범위에 포함시켰다. 지난 6월에 비편평성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이 추가된 헝루이의 캄렐리주맙도 이번에 급여 범위에 들어갔다.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이미 미국에서의 절반 가격으로 중국에서 비급여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외국산 PD-1/L1 억제제에 80% 할인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강압일 수 있다. 이 때문에 MSD와 BMS라는 세계적 제약사들은 중국의 새로운 NRDL에 적응하기 위해, 또는 자사 면역항암제의 NRDL 포함 제외에 대처하기 위해 약가 정책 조정에 나섰다.
MSD는 키트루다 중국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이에 따르면 환자의 치료 후 최대 2년이 되거나, 병이 악화될 때까지 중간에 두 번의 무료 치료를 포함해서 6번의 사이클 치료 후에는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이전에는 첫 4번의 유료 사이클 치료 이후 두 번의 유료 사이클과 세 번의 무료 사이클 치료를 번갈아 제공했다.
BMS는 NRDL 협상 직후, 등재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자사의 옵디보 프로그램을 개선했다. 매년 6 사이클만 비용을 받고 이후에는 무료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로써 옵디보는 체중이 60kg인 환자를 기준으로 연간 약제비를 원래 가격의 절반 수준인 11만652위안(약 1만6940달러)으로 낮췄다.
면역관문억제제는 고가의 치료비가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 환자들은 건강보험을 통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NRDL 관련 협상은 역사적으로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NHSA에 따르면 119개 약품들이 평균 50.63%의 가격 인하 후 등록됐다.
가격을 낮춘 대가로 제약사들은 더 넓은 환자에게 접근, 더 많은 판매량을 누릴 수 있었다. 과거 암 치료제들은 이같은 중국 보건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혜택을 보기도 했다.
예컨대 SVB 리링크 애널리스트들이 29일 투자자 노트에 인용한 바에 따르면 베이진 경영진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항암제 매출은 NRDL 등재 후 첫 4개 분기 동안 NRDL 이전 수준의 2.16배, 7개 분기 동안 2.88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베이진 측은 또 “외국 경쟁사들보다 늦게 시장에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내 PD-1 억제제 업체들은 올 3분기 기준 중국 PD-1 억제제 시장의 약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노벤트의 타이비트는 NRDL에 포함된 덕분에 2020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178% 증가한 9억2100만위안(1억41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SVB 리링크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 노트에 “중국 PD-1 억제제 판매는 적은 환자 수와 낮은 약물 보급률로 인한 제한된 보상(급여)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20억달러에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베이진은 이번 티스렐리주맙 이외에도 지난해 11월 중국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BTK 억제제 ‘브루킨사’(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와 함께 협력사인 암젠으로부터 도입해 지난 6월 말 출시한 암젠의 ‘엑스지바’(Xgeva)도 이번에 보험급여 대상으로 등재했다.
이번 NRDL 협상 라운드에서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이 현재 후순위 치료제에서 이번에 EGFR 변이 1차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급여 적응증을 넓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