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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지만 올해 반전의 기회 만든 美 바이오기업 ‘시젠’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12-29 03:51:30
  • 수정 2021-09-24 2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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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번째 신약 승인, 애드세트리스 연 매출 10억달러 돌파, MSD서 16억달러 투자 유치 성공
과거 ‘시애틀제네틱스’에서 글로벌 지향 새 이름 … ADC 전문기업 변신, 제4신약 조기 출시 관건
 

올해 적잖은 성과를 낸 바이오기업들이 많지만 미국 동부 워싱턴주 
보텔(BOTHELL) 시젠(SeaGen) 만큼 도약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회사도 별로 없다.
 
시젠은 지난 10월 8일 회사명을 기존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에서 간명한 시젠(Seagen)으로 바꿨다. 지난 4월 17일 ‘투키사’(Tukysa 성분명 투카티닙 tucatinib)가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적응증으로, 자체 개발한 세 번째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게 개명의 중대한 계기가 됐다.
 
미국 태평양 연안의 시애틀에서 벗어나 너른 바다를 지향하는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이로써 시젠은 이름 두 번째 음절에 ‘gen’ 또는 ‘gene’을 사용하는 몇몇 다른 바이오 제약사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바이오 업계의 거성인 암젠(Amgen),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비싼 값에 팔린 세엘진(Celgene), 최근 몇 년간 부진했지만 한 때 주목받았던(Biogen)처럼 잘 나갈 수 있을까.
 
관련기사: 시애틀제네틱스 ‘투키사’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신약으로 美 FDA 승인

지난 4월 시젠은 미국 머크(MSD)의 도움을 받아 북미 및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투키사를 발매 중이다.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 허가를 받았고 임상 연구한 것보다 넒은 범위의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덕분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본격 유행하기 전에 100개 이상의 영업팀을 동원해 성공적인 마케팅을 마칠 수 있었다.
 
더욱이 지난 9월 14일 MSD는 16억달러를 시젠에 투자하기로 했다. 유방암 및 기타 고형종양에 대한 2상 시험 약물인 연구용 항체-약물복합체(ADC)인 라디라타주맙-베도틴(ladiratuzumab-vedotin)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현금으로 6억달러를 지불하고, 주당 200달러에 500만주(10억달러 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 ADC는 MSD의 빅히트작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삼중음성유방암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으로 개발 중이다. MSD는 투키사 승인에 대한 마일스톤으로 1억2500만달러를 지불했다.
 
시젠의 창업자 클레이 시걸(Clay Siegall) CEO. 출처 회사 홈페이지
그러나 처음부터 시젠이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 시젠의 창업자 클레이 시걸(Clay Siegall) CEO는 창업자금을 구하러 다니면서 계속 ‘노’라는 거절을 당하기 일쑤였다. 당시 리툭산(Rituxan)과 같은 항체 약물이 막 등장하면서 시걸의 구상은 다소 앞서나가는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걸은 종양을 식별할 수 있는 항체에 암세포를 파괴하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를 부착함으로써 항체 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발상에는 19살 때 선친이 뇌암 진단을 받고 일련의 치료를 받았지만 살릴 수 없었던 개인적인 아픔이 한몫했다.
 
그 영향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와 BMS에서 근무하며 항암제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 드디어 1997년에 자신의 회사인 시애틀제네틱스를 설립했다.
 
노력의 결과 2011년 8월 호지킨성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주’(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 Brentuximab vedotin)를 FDA로부터 처음 승인받았다. 이 약은 현재 6가지 유형의 혈액암에 사용되는데 최근 연간 매출이 10 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최초의 ADC 제제인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주’(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엠탄신, Trastuzumab Emtansin)에 이어 두 번째 ADC 블록버스터(연간 10억달러 매출 이상)가 됐다. 지금은 호지킨병의 맹주가 됐고 다케다와 공동 판매 중이다.
 
2019년 12월엔 방광암 항체약물복합체(ADC) 치료제인 ‘패드세브’(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를 두 번째로 허가받았다. 두 번째 신약이 나오기까지 무려 8년여가 걸린 것을 시걸은 아쉬워하고 있다. 이에 시젠 주가는 4월 이후 10월까지 상승 일로에 있다. 작년 중반 주당 100달러를 조금 웃돌던 주가는 올 4월경 200달러 대에 안착한 후 7월 이후엔 견고한 3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알렉시온(Alexion), 알닐람(Alnylam), 바이오마린(BioMarin)과 같은 다른 중형 생명공학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시젠의 회사 가치는 330억달러 수준이다.
 
주식투자기관인 RBC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인 케넌 맥케이(Kennan MacKay)는 “시젠이 차세대 지속발전이 가능한 대형 생명공학 회사로 부상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커다란 난관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젠은 여전히 ​​지속적인 수익성이 부족하다. 애드세트리스가 림프종 시장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지, 시젠이 새롭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계속 발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아 있다. 성장의 관건은 시젠의 약물이 암 치료를 빠르게 변화시킨 표적 면역요법제와 병용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에 달려 있다. 이에 시걸은 “더 이상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며 “우리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ADC는 항체, 세포독성물질, 이를 연결하는 접합분자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시젠의 20년 동안 연구개발 노력이 말해주듯 3요소가 원활하게 기능해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엄청난 난제이자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에 맥케이는 시젠의 발전 과정을 칼날의 균형을 잡는 ‘예술’에 비유하면서 “매우 좁은 치료의 창”이라며 “그래서 이 수업(개발 과정)은 다른 것보다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시젠은 성공하기까지 항체를 독소에 연결하는 더 나은 방법을 수년간 테스트했다. 초기의 노력은 부족했지만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결과도 나아졌다. 애드세트리스 초기 임상에서 절박한 림프종 환자에게 신약후보를 투여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를 투입하는 사투를 벌였다고 시걸은 회상했다.
 
패드세브는 방광암으로 허가된 ADC로 키트루다와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으로 임상에서 입증됐다. 지난 4월 투키사가 세 번째 FDA 승인을 확보하고, 라디라타주맙-베도틴(ladiratuzumab-vedotin)의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MSD는 양사 간 광범위한 동맥도 맺는 차원에서 총 16억달러를 시젠에 밀어넣었다.
 
시젠은 올 3월 현재 17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생명공학 베테랑이자 시애틀이 고향인 컨설턴트 스튜어트 리만(Stewart Lyman)은 암젠에 인수된 이뮨엑스(Immunex)에서 근무했다. 그는 시애틀의 바이오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그는 “시젠은 독립된 기업을 유지하면서 이제야 열매를 맺고 있는 파이프라인에 자원을 쏟아부었다”며 “시젠 직원들이 여전히 주변에 있고, 시젠이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하다. 지역 생명공학 커뮤니티에게는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시젠의 사세 상승은 ADC 기술, 특히 항체와 항암제를 묶는 링커 분자의 발전과 평행선을 달린다. 그런 모멘텀이 투키사의 승인과 MSD의 호의적인 거래로 귀결됐다.
 
지난해 FDA는 3개의 ADC 신약을 허가했다. 한 해에 가장 많은 ADC를 승인한 셈이다. 한 예로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에 69억달러(선불금 13억5000만달러, 조건부 마일스톤 55억5000만달러)를 들여 유방암 ADC 치료제인 ‘엔허투’(Enhertu 성분명 fam-trastuzumab-deruxtecan-nxki, 코드명 DS-8201)를 사들였다. 이 약은 같은 해 12월 FDA 허가를 얻었다.
 
지난 9월에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혁신 항TROP-2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이자 삼중음성유방암 (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 치료제인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Sacituzumab Govitecan-hziy)를 얻으려 이뮤노메딕스(Immunomedics)를 21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런 의미에서 ADC 제제들은 면역항암제의 잠재력 있는 동반자 약물로 부각됐고 면역항암제가 가야 할 다음 수순이 될 전망이다. 이런 기대감은 시젠에게 압력이 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환영할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제4, 제5, 제6의 신약이 얼마나 빨리 터질지에 따라 시젠의 성장속도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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