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심사관, p값 기준 0.05를 0.06으로 무리하게 완화, 노골적 승인 의도에 ‘무리수’ 비판 나와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필름코팅정’(Entresto, 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sacubitril·valsartan)은 작년 6월 심부전증 임상연구에서 큰 실패를 맛봤다. 치료 효과의 통계적 유의성 입증에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바젤(Basel)에 위치한 이 빅파마는 지난 8월 3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박출률보존심부전(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HFpEF) 관련 적응증 추가 승인 신청을 냈다.
현재 FDA 심사위원들은 이미 황금률로 정해진 통계적 기준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약의 적응증을 승인할 기미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심부전은 크게 HFpEF와 박출률감소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으로 나뉜다. HFpEF는 고혈압, 2형 당뇨병, 비만, 신장질환에 의해 유발되는 심부전이다. HFrEF는 허혈성 심장질환, 유전자 변이, 심근염, 심장판막질환 등에 의해 초래되는 주로 급성(일부는 만성적 진행)인 심근세포 손상에 의해 일어난다.
HFpEF 치료제로는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질산염제제 등이 있으나 예방 차원에서 약물을 미리 복용하면 혈압이 과도하게 낮아지거나 기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이나 관상동맥우회로술이 시행되기도 하나 제한적이다.
HFrEF 치료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를 중심으로 쓰되 환자의 내약성이 떨어지면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투여한다. 차선으로 베타차단제,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mineralocorticoid receptor antagonist, MRA, Spironolactone 및 Eplerenone 등 일종의 이뇨제)를 활용한다. 궁극적으로 긴급수술로 치료하기 때문에 약에 대한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제약업계의 관심도는 HFrEF보다는 HFpEF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데 치중돼 있는 상황이다. 엔스테로스토는 HFrEF의 일종인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NYHA class II-IV)에 대해 적응증을 2015년 7월 FDA로부터 획득했다.
미국 증권투자회사인 리링크(Leerink)의 분석에 따르면 엔트레스토는 HFrEF 시장의 15~2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올 1분기 5억6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2025년에는 4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FpEF 적응증까지 획득해 최대 50억달러까지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작년 6월에 공표된 3상 Paragon-HF 임상연구 결과에서 엔트레스토는 HFpEF 화자의 심혈관 관련 사망과 입원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아슬아슬하게 놓쳤다. 엔트레스토의 두 가지 성분은 그 중 한 성분인 발사르탄을 단독 투여한 것에 비해 사망위험을 13%나 줄였다.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좌절감을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적응증 확장을 위한 보충적 신약승인신청(supplemental New Drug Application, sNDA)이 접수됐고 오는 15일로 FDA 산하 심혈관 및 신장약 자문위(Cardiovascular and Renal Drugs Advisory Committee) 미팅이 예정돼 있다. HFpEF 적응증을 획득하느냐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
그런데 FDA는 자문위 회의에 앞서 내부 검토 문서를 공개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FDA 심사관들은 이 문건을 통해 통계 결과의 p값(신뢰수준, 낮을수록 신뢰도가 높음)이 0.06이긴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0.05라는 목표치(황금률)을 약간 상회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Paragon-HF의 실패에 합격점을 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FDA 심사관들은 엔트레스토의 시험 실패를 대신 해명주려는 듯 심혈관질환 신약이 중추적(PIVOTAL,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임상시험의 주요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새로운 적응증을 획득한 몇 가지 선례를 소개하며 이 보고서를 시작했다.
P값의 0.05와 0.06 차이를 언급한 후, 심사관들은 임상시험 설계에서 가능했던 것과 했어야 했던 것들을 언급했다. 즉 임상 설계가 잘못돼 임상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는 게 심사관들의 견해다.
구체적으로 엔트레스토의 유효성을 계산하는 데 이 임상시험은 임상 연구자(의사) 자체의 자료가 아니라 별도의 보정계수(Adjudicator)들을 사용해 결과를 평가했다고 심사관들은 지적했다.
많은 임상시험에서 중앙값 보정(Central Adjudication)은 연구 결과에 정확성을 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통계를 보정하는 사람들은 조사자가 보고한 의심스러운 임상 사건(예를 들어 심부전의 경우 사망이나 입원)을 독립적으로 평가한다. 보정자(임상통계학자)들은 연구 대상과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피험자가 실험 중인 약물을 제대로 투여받았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FDA는 맹검(盲檢) 방식의 임상적 가치를 훼손하고 Paragon-HF 연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FDA는 임상연구자가 임상사건을 평가할 전문성을 가졌으며, 임상연구자와 통계보정자의 사건에 대한 인식은 ‘위험 요인에 관한 한 사실상 동일하다’고 밝혔다. 결국 임상연구자의 통계가 더 합당하다는 해석이다. 또 임상연구자가 판정한 사건(사망이나 입원 등)을 통계치(표본수)에 포함시켰더라면 p값이 0.05보다 낮아져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어 FDA는 심사관들에게 보고됐지만 정보 또는 수치변환 과정(alternative practices)이 부족해 보정 과정에서 버려진(tossed out, 통계처리가 안 된) 일부 사건에 대해 ‘부분적인 신뢰(partial credit)’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통계학적 처리에 따른 이분법적인 ‘예’나 ‘아니요’ 대신, 제공된 증거의 수준에 따라 숫자로 된 척도를 사용할 생각을 갖고 있음을 FDA는 내비쳤다.
이에 노바티스는 FDA 심사관들의 검토가 Paragon-HF의 엔트레스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환영했다. 독립된 집단(FDA)의 재분석이 노바티스의 데이터를 긍정적인 것으로 판정했다고 덧붙였다. 공식적인 통계 보정 평가결과는 결코 이를 허용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FDA는 Paragon-HF에서 엔트레스토의 이점이 심장박출률이 낮은 환자들에 의해 더욱 돋보인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임상연구는 박출률이 최소 45%인 환자들이 연구에 등록했다. 이미 승인된 적응증의 임상연구에서 피험자의 박출률이 40% 이하로 정의된 것에 비하면 오히려 5%나 더 큰 이점(유효성 입증에 필요한 깔아주기 점수)을 얻고 임상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다.
FDA는 “이런 점이 예상됐다면 Paragon-HF 연구의 p값이 0.05 이상이어도 통계적 유의성을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2019년 6월 통계적 유의성 입증에 실패한 이후 줄곧 Paragon-HF 연구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왔다.
노바티스의 심혈관계 및 신장, 대사 약물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소어겔(David Soergel)은 “우리는 데이터의 전체적인 맥락에 근거해 엔트레스토가 약효와 잠재적 유익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명백한 증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HFpEF는 충족되지 않은 엄청난 의료적 수요를 가지고 있으며, 수년 동안 정말 풀기 어려운 퍼즐이었다”고 처음 임상 결과가 발표됐을 때 말했다.
노바티스는 Paragon-HF가 통계적 유의성 입증에 실패한 뒤 지난해 11월 17일 HFpEF 환자에서 엔트레스토의 유효성 사례를 보강하기 위해 PHILADELPHIA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Paragon-HF 임상의 두 가지 하위 데이터를 자체 분석해 이 약이 57% 이하의 박출률을 가진 환자에서 가장 효과적임을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심부전에 대한 엔트레스토의 승인은 FDA가 소집하는 전문가들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따를 의무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한다.
구체적으로 심사관들과 자문위원들은 사전 지정된 분석과 사후 분석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그들은 엔트레스토의 HFpEF 승인 여부를 평가하고, 약물이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비록 전부는 아닐지라도 왜 그랬는지 추가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노바티스는 보도자료에서 “임상 데이터의 가치와 엔트레스토가 HFpEF 환자들에게 보여준 잠재적 혜택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심부전에 대한 과학과 지식를 증진시키고 있으며, 이번 회의가 환자의 삶을 개선하려는 우리의 사명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FDA와의 대화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의료계 전문가들로부터 추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