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와 코로나19 중화항체 ‘에테세비맙’ 개발해 주목 … FDA 허가된 ‘밤라니비맙’과 병용요법 승인 추진 중
중국 상하이, 장쑤성 쑤저우에 본부를 두고 2012년에 설립된 준시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 君實生物)는 이미 8개의 PD-1/L1 억제제가 나와 있는 출시된 중국 시장에서 하나의 PD-1 억제제를 시판하는 기업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준시가 개발한 PD-1 억제제인 ‘투오이’(Tuoyi, 성분명 토리팔리맙 Toripalimab)는 2018년 12월 15일경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최초의 자국 개발 PD-1/L1 억제제(현재 총 8개)이며, 올해 9월 10일 중국 제약사 면역관문억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았다. 앞서 올 5월에는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로리주맙 Pembrolizumab)에 이어 투오이가 중국 시장에 등장했다. 그 다음으로 이노벤트의 PD-1 억제제 ‘타이비트’(성분명 신틸리맙 Sintilimab, 2018년 12월 27일), 장쑤헝루이의 PD-1 억제제인 캄렐리주맙(camrelizumab, 2019년 5월 31일), 베이진(BeiGene)의 항 PD-1 단일클론 항체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2019년 12월 31일)이 각각 호지킨 림프종 3차 치료제로 각각 중국에서 승인받았다.
준시바이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메릴랜드주 록빌(Rockville)에 톱얼라이언스바이오사이언스 TopAlliance Biosciences)라는 이름의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메릴랜드는 새로운 표적을 찾아내고 그 기능성을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둔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초고속 스크리닝으로 새로운 항체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닝 리(Ning Li) 준시 CEO는 지난 9월 의학전문지 스탯(Stat)과의 인터뷰에서 “최초라는 것은 스타트업에 큰 의미가 있다”며 “시장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홍보를 통해 의사, 환자, 재능 있는 사람, 투자자, 대중들 사이에서 회사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노피에서 아시아 규제 담당 부사장을 담당했던 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통계학 업무를 맡아 본 경력이 있는 전문가로는 중국 내 제약사 CEO 중 거의 유일하다. 이런 경험은 준시가 중국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준시는 어쩌면 중국 시장부터 제대로 공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준시는 2018년 12월 중순 치료 경험이 있는 흑색종 치료제로 중국에서 허가받았다. 이는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가 불과 5개월 전에 동일 적응증으로 중국에서 첫 허가를 얻은 것에 도전장을 낸 것이나 다름 없었다. 더욱이 두 약물은 같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등록 및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두 약은 소수이지만 서로 다른 환자 모집단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됐으므로 결과를 비교하기가 어렵다. 키트루다는 중국인 환자 103명이 참가한 1b상 Keynote-151 임상시험에서 17명(16.7%)의 환자에서 치료반응을 보였다. 반면 투오이는 2상 Polaris-01 연구에서 127명의 환자 중 22명(17.3%)에서 종양 위축이 나타났다.
두 시험 모두 대조군이 없는 것을 감안했을 때, 투오이가 환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더 효과가 뛰어나 보인다. 투오이 투여군은 중앙값으로 22.2개월을 살았지만 키트루다 투여군은 12.1개월 생존했다. 이는 키트루다가 보통 PD-L1 음성 환자보다 치료에 더 잘 반응하는 PD-L1 바이오마커를 가진 양성 환자를 모집단에 더 많이 등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일이다.
투오이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총 4억2600위안(6350만달러)으로 이 중 2억5400만위안(3790만달러)가 2분기부터 나왔다. 올해 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갑작스런 매출 둔화를 회복했다.
중국내 가속승인이 끝나자 준시는 이를 홍콩거래소 상장에 활용했다. 기술력을 인정해주는 완화된 상장 규정을 이용해 상장에 성공한 중국 바이오기업 중 하나가 됐다. 준시는 홍콩에서 2018년 12월 3억9400만달러를 모금했고, 2020년 7월 6억9200만달러의 IPO에 성공했다. 이어 중국 본토의 나스닥과 비슷한 STAR 시장에 이중 상장했다.
투오이가 지난 9월 10일 FDA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은 것은 상업적인 가치에 더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적응증이 비인두암(nasopharyngeal carcinoma)으로 불리는 희귀암 유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중국 생명공학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런 사소한 것은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는 영역이다.
최근 준시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는 최근 FDA로부터 코로나 중화항체로 긴급사용승인(EUA)을 허가받은 릴리와 함께 공동 연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릴리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표적으로 하는 준시의 중화항체에 1000만달러를 선불 지급했다. 또 중국 외 권리를 얻기 위해 상용화 성공 시 2억4500만달러를 지불키로 약정했다. 에테세비맙(Etesevimab, 코드명 JS016/LY-CoV016)으로 불리는 이 약은 준시와 중국과학원 미생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릴리의 당초 의도는 준시의 에테세비맙과 파트너인 캐나다 밴쿠버 소재 앱셀레라(AbCellera)의 항체 후보물질인 밤라니비맙(Bamlanivimab, 코드명 LY-Cov555)을 결합시켜 이중 항체 칵테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이달 9일 FDA 긴급승인을 받은 것은 밤라니비맙이었다.
다만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가 주관하는 ACTIV-3 임상시험에서 밤라니비맙이 (중증) 입원 환자의 단일요법제로 실패해 준시의 에테세비맙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생겼다.
Blaze-1으로 명명된 또다른 릴리 주관 임상에서 밤라니비맙 단독 투여는 신규 진단된 경증~중등도 코로나19 환자(외래)의 입원할 비율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그러나 이 시험의 핵심지표로 보면 오직 중간 용량만이 투여 11일차까지 바이러스 양 감소 측면에서 위약을 이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중항체 칵테일 병용요법은 바이러스 부하를 현저히 줄이고 증상을 개선하며 코로나 관련 입원 및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홈런을 날렸다는 게 릴리의 주장이다.
릴리는 증상이 나타난 초기 단계에서 경증~중등도 환자를 위한 밤라니비맙 단일요법제로 FDA 긴급사용신승인을 내줬다. 이에 릴리는 병용요법도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준시는 투오이와 에테세비맙 외에도 PD-L1, BTLA, TIGIT, CTLA-4, CDK 등을 타깃으로 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그 비중이 항암제로 크게 기울어져 있긴 하지만 심혈관질환, 자가면역질환, 신경계질환 분야 신약후보물질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