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최준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제1저자 김주앙 박사, 한은정 박사)은 세계 최초로 노인성 고심도 난청을 유발하는 HOMER2 유전자 돌연변이의 존재를 규명하고 구체적 발병 기전을 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고령의 고심도 난청 환자에서 ‘c.1033delC’ 유전변이를 발견했으며, 분자 모델링과 동물실험(제브라피쉬)을 통해 이 변이가 HOMER2 유전자의 염기서열 말단에서 ‘사이토신’ 염기를 삭제해 단백질 구조를 변형시키고, 청각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방해해 심각한 난청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뿐만 아니라 심장 이상 등을 포함한 전신의 발달 문제까지 일으킨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노인성 고심도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변이가 심장을 포함한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발견이다.
이번 연구는 노인성 고심도 난청이 단순한 노화와 생활환경의 결과물이 아니라, HOMER2와 같은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질환임을 구체적인 기전을 통해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청력이 저하되며 작은 소리부터 점차 들리지 않는 병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40% 이상이 앓고 있는 대표적 노인성 질환이다. 고심도 난청으로 진행될 시 치매, 우울증, 당뇨병, 어지럼증, 낙상 등 노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질환의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인공와우 수술 없이는 소리를 듣기 어려워 고령화 시대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노인성 난청은 흔히 중년 이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화의 산물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타고난 유전적 특성과 환경에 따라 사람마다 발현 시기와 진행 속도의 차이가 매우 크다.
소음, 약물, 기저질환 등 노인성 난청을 가속화시키는 환경 요인은 많은 부분이 규명돼 실제 치료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는 반면 유전적 요인은 밝혀진 사항이 매우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청각과 관련이 깊은 ‘HOMER2 유전자’ 손상이 유력한 가설로 제시돼 왔으나 그동안 구체적인 병리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이에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HOMER2 유전자의 단백질 구조를 크게 변형시키는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구체적 기전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왼쪽)·최준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최병윤 교수는 “노인성 고심도 난청을 유발하는 유전적 원인의 한 갈래를 분자 모델링과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낸 연구 결과”라며 “향후 정밀한 유전 진단 전략을 마련하고 최적의 시기에 보청기 및 인공와우를 적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난청 유전자치료 등 환자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준 교수는 “동물모델을 활용한 연구를 통해 HOMER2 유전자 돌연변이가 청력 변화뿐만 아니라 심장 등 신체 다른 부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노년층 난청을 넘어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Molecular Medicine’(IF=4.2)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