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진흥원이 코로나19 장기화와 의정 갈등을 겪으며 국민이 인식하는 ‘공공병원 역할과 기여도’를 두 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긴요하게 활용됐으며, 지역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사 결과 2023년에는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83.7%(매우 필요 57.2%)였다. 지난해에는 같은 응답이 76.2%(매우 필요 44.4%)로 다소 떨어졌지만, 10명 중 8명가량(가중평균 76.5%)은 여전히 공공병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공공병원 필요성 인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두 차례 조사기간 공공병원 기여도에 대한 인식 수준은 유지된 반면, 실제로는 주로 민간병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인식과 의료서비스 이용 행태 간 괴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정책연구센터는 이지선 책임연구원 주도로 이같은 내용의 ‘공공병원 기여도 인식과 이용 상충 원인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1차 조사는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일반병원 전환 직후인 2023년 5월, 20~69세 성인 남녀 2200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2차 조사는 의료파업 장기화 전망 시기인 2024년 7월, 20~69세 성인 남녀 500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 공공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중증질환(81.3%), 일반질환(68.1%) 모두 ‘평소 자주 가는 병원이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접근성 불편’도 주된 이유(응답자의 50% 이상)로 지목했다.
또 공공병원 이용 의향과 관련해서는 ‘일상적 상황’보다는 ‘감염병 재유행 시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공공병원 향후 이용 의향은 중증질환(46.4%)에 비해 일반 질환(56.0%) 시 이용 의향이 높았고, 감염병 재유행 시 이용 의향은 71.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의료파업 장기화에 따라 일반 국민의 62.4%가 가벼운 질환에 대해 병원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45.8%가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 계기가 되었다고 응답하여 의료공백 우려가 일상적 의료 이용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의료파업을 계기로 공공병원을 이용하게 됐다고 답한 비율은 15.6%로 낮아 공공병원 이용 경험 확대에 대한 국민 체감이 여전히 부족함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공공병원이 사회적 책임기관으로 정책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에도, 국민의 의료이용 선택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한 결과도 내놨다. 그 원인으로 “의료의 질, 서비스 경쟁력, 정책적 역할, 의료시장 내 위상 등에서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적시했다.
보산진은 “공공병원에 대한 대중의 이중적 인식과 함께, 인력·규모·제도·시스템·운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며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 속에서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병상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공공의료 강화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공공병원에 대한 신뢰회복과 일상적 이용 확대를 위한 정책 전환 방향으로 △인력과 질 중심의 통합 구조개편 △인프라(기반시설) 투자체계 정비 △공공병원 디지털 전환 지원체계 마련 △지역 맞춤형 공급체계 설계 △지속가능한 운영지원 체계 구축 등 5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보산진은 “공공병원이 ‘있는 것’을 넘어 ‘국민이 믿고 이용하는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능과 구조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공병원의 구조적 개혁과 경험 확대를 위해 디지털 기반 서비스 혁신, 지역맞춤형 실행전략 수립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병원급 공공의료기관이 전체의 의료인프라의 5.2%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왜곡된 민간 중심 의료공급체계의 주변인으로서 머무르고 있다. 공공병원 설립만으로 공공의료가 강화된다는 관성이 남아 있고,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패배의식도 여전하다. 많은 국민이 공공병원을 직접 이용해 본 경험이 부족해 장점을 체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신과 회피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개혁할 전략적 과제 수립과 실행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