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들이 속속 승인받으며 치료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발현되는 특성상 증상만으로 치매 종류를 감별하기 쉽지 않다.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시행해 혈액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병리 검출 방법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조한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메모리 및 에이징 센터(Memory and Aging Center) Lawren VandeVrede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팀을 결성해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들이 보이는 임상 현상을 관찰한 결과, 혈액 중 p-tau217을 발굴했다고 12일 밝혔다.
치매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을 필두로 다양한 원인질환에 따라 각기 다른 임상 양상과 병리적 기전을 지닌다. 임상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고, 여러 발병 원인이 혼재되었기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 도구에는 제약이 많았다. PET 스캔, 뇌척수액 검사, MRI 촬영 등이 진단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팀은 최근 알츠하이머병 핵심 병리 기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생체 지표인 p-tau2171) 물질의 유용성과 더불어 전두측두엽치매(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 syndromes, FTLD) 검사 지표로도 활용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08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UCSF 센터에서 임상 평가를 받고 사후 뇌 조직을 기증한 총 349명(남성 55%, 사망 시 평균 72세)을 대상으로 p-tau217. 신경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신경계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등 3가지 바이오마커를 발췌해 혈액 농도를 정밀분석장비(SIMOA)로 동시에 살폈다. 이 연구는 뇌 병리 확정 코호트와 혈액 데이터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 대상군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정상 대조군 등으로 나뉘었다.
연구 결과, 사후에 측정된 혈액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이 지닌 p-tau217 농도(평균 0.28pg/mL)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평균 0.10pg/mL)보다 혈액 내 농도 보다 크게 높았다(P< .05).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중 하이머병이 동반된 경우 p-tau217 농도는 평균 0.19 pg/mL로,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경우(평균 0.07 pg/mL)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p>
이에 혈액 속 p-tau217 물질은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를 진단함에 매우 우수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모든 치매 연관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AUC2)를 0.95로 유지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전형적인 알츠하이머병 집단에서는 0.98에 달하는 정확도(AUC)를 보였으며, 알츠하이머병 집단이 아니라도 0.89의 비교적 정확한 성능을 유지했다. p-tau217은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로 타우 단백질 일종이며 차세대 치매 진단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바이오마커로 기대를 모았던 NfL과 GFAP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각각 AUC 0.73, 0.75). 또 p-tau217 물질과 함께 사용하여도 진단 가치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
ACU(Area Under the Curve)는 1.0에 가까울수록 예측과 실제 결과가 일치하는 완벽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연구팀은 전측두엽 치매로 진단된 환자군 중 약 23%는 알츠하이머 병리를 함께 보유한 것을 밝혔다. 두 가지 치매 형태가 동반된 경우, 인지기능검사점수(MMSE)를 포함한 기억력, 실행기능, 시공간능력 등 인지영역 전반에 걸쳐 더 나쁜 수행 정도를 나타냈다. 뇌 뒤쪽 피질 위축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함께 보고했다. 조한나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연구를 주도한 조한나 교수는 “혈액 기반 p-tau217 물질이 다양한 치매 환자군에서 알츠하이머 병리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가 매우 높다”며 “향후 정확한 감별진단, 치료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p-tau217 물질이 핵심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치매 진단과 연구 환경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뿐 아니라, 향후 혈액을 기반으로 치매 조기진단과 치료 대상자 선별 표준 정립에 세계 정상 그룹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논문은 신경과학 분야 세계 정상급 의학 학술지인 ‘JAMA Neurology’(IF 20.0) 최신호에 ‘Detection of Alzheimer Neuropathology in Alzheimer and Non-Alzheimer Clinical Syndromes With Blood-Based Biomarkers’(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알츠하이머 및 비알츠하이머 임상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신경병리학 검출)라는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