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혈액암 중 하나인 다발골수종의 재발 위험을 1시간 내 정밀하게 진단하는 유전자 검사법의 유용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새롭게 개발된 ‘미세잔존암 평가’는 민감도가 높고 기존 검사법 대비 검사비도 낮아 진료 현장에 적용 시 치료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잔존암 검사는 최소 1만개 이상의 세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다채널 유세포분석검사 또는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가능하다. 고전적인 다발골수종 평가 방법은 약 1000개의 세포 중 1개 이상의 다발골수종 암세포 관련 정보가 있다는 것을 평가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00만개의 세포 중 단 1개의 암세포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향상됐다.
민창기(공동교신저자)·박성수(공동제1저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다발골수종센터 교수, 박명신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공동교신저자), 안아리 인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공동제1저자) 등은 2019년부터 DURAClone(세포분석 항체 패널)을 활용한 미세잔존암 평가를 개발하여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새로 개발한 미세잔존암 평가법으로 검사한 결과, 음성 상태를 1년이상 유지한 환자 114명은 재발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생존율도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항암과 조혈모세포 이식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 중 조혈모세포이식 치료 후 3~5개월에 국제골수종학회에서 제시한 ‘매우 좋은 치료 반응 기준’에 해당하는 총 166명의 환자를 선별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민창기 교수는 “새로운 미세잔존암 평가에서 음성의 환자는 재발 위험이 낮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음성 환자는 조절된 치료로, 양성 확인 환자는 이차 조혈모세포이식이나 강화된 항암유지요법 등으로 환자맞춤형 치료를 함으로써 치료 성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신 교수는 “미세잔존암 검사는 단순히 질병 경과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개인최적 맞춤치료’에 필수적인 조건”이라며 “혈액암 치료 후 극미량의 미세잔존암이라도 정밀하게 찾는 데 주력해 환자 생존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혈액학회 공식 저널 ‘Haematologica’(IF=8.2)에 최근 게재되었다.
다발골수종은 백혈병과 함께 대표적인 혈액암으로, 과증식한 형질세포가 주로 뼈를 침범해 골절, 빈혈, 신부전, 고칼슘혈증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초기 치료 후 대부분 호전되고, 많은 신약이 개발됨에 따라 생존율이 괄목하게 향상된 질환이지만 재발이 잦다.
따라서 다발골수종 환자의 질병 진행 여부와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 미세잔존암 평가가 필수적이나 임상현장에 기술의 범용성이 부족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미세잔존암 측정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임상에서 더 나은 신속성과 민감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