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백신 보급 … 학교는 더 열어야 … ‘렉키로나주’는 졸속 허가 … 병상 부족엔 허둥지둥
새 봄이 오면 백신을 맞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1일 신규 환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국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11월이나 돼야 한다니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세계 10위~20위권 경제대국이라 자화자찬하더니 세계에서 100번째로 첫 접종을 시행하는 후진국가가 됐다. 물론 지난해 추석연휴와 개천절 시위 전까지는 코로나 방역 전선이 잘 관리돼 백신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날씨가 싸늘해지고 건조해지는 겨울에 접어들면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의 특성상 코로나19도 감염률이 상승하면서 기승을 부린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간과한 나머지 백신 도입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런 면에서 대선 불복과 온갖 스캔들과 구설수로 점철된 부정적 이미지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백억달러를 ‘초고속작전’ (Operation Warp Speed)에 투입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토록 진두지휘한 것은 비록 보수 포퓰리즘이지만 높은 실행성에서 한 가지 미덕을 남겼다.
대다수 언론이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위생 철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반면 일부 극렬 보수 매체는 자영업자들의 민심을 대변한다며 마땅한 대안도 없이 무차별적인 집합금지 명령을 완화해야 자영업자의 생업이 보장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당국 수뇌부의 고뇌에 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K방역의 허점은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 절차주의는 비효율과 국민의 고충을 키운다.
예컨대 지난해 늦가을 3차 유행 당시 코로나19 전담 병상이 부족해지자 보건당국은 각 병원에 병상을 확보하라고 재촉하면서도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데 세세한 증빙까지 요구해 병원들을 힘들게 했다.
병상이 부족하다보니 지난 1월 초중순에는 요양병원 집단감염 환자를 전용 병상이 아닌 코호트격리(개인격리가 아닌 집단격리)로 관리하게 됐다. 결국 996명이 감염되고 9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의 95%가 60세 이상이고, 요양병원에 갈 정도면 이미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코로나19에 취약하다하지만 더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방치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확진용으로는 부족하지만 20분 만에 검사가 끝나는 자가진단용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수출용으로만 승인하다가 도입 필요성이 인증된다는 원성에 못이겨 작년 11월 11일에야 국산 제품을 처음 공식 허가했다. 20분이면 판정이 끝나기 때문에 위음성이 10~30%에 이르는 부정확성에도 불구하고 광역적인 방역에 효과가 있다는 견해도 상당했다. 그러나보건당국은 질질 공식 승인을 미뤄왔다. 현재도 일반인을 위한 약국용 제품은 없고 병원에 가서 유료로만 이용할 수 있어 사실상 활용도가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필요성을 인정해 이미 작년 초봄에 승인한 것을 늦가을이 다 돼서야 승인해놓고 왜 활성화를 억누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습 성과가 역대 최저로 기록될 지금의 교육환경도 문제다. 학교에 맞는 맞춤형 방역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반 성인과 똑같은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그저 학교 집단감염으로 욕을 먹지 않는 데에만 초점을 두다보니 등교일수는 줄고 학생들이 친구들과 사회성을 쌓거나, 운동·특별활동으로 체력과 특기를 키울 기회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면수업이 아니라면 학교교육은 의미가 없다. 결국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인스턴트 식품을 더 많이 먹게 되고 살만 찐다는 불평이 나온다. 학교와 지자체에 더 많은 재량이 있어야 교육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될 수 있다.
아울러 학교운동장의 폐쇄는 인근 주민과 자녀의 건강증진을 막는 획일화된 조치이니만큼 풀어줬으면 한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과 운동장은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이 없다. 자녀와 부모가 축구나 농구 같은 것도 함께 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주’(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나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 Regdanvimab)가 유용한 치료효과를 내는지 검증해볼 필요도 있다. 베클루리주는 이미 유효성과 부작용 논란이 많았던 약이다.
렉키로나주는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내는 P값이 0.05 이상이다. 400㎎/㎏를 투여했을 때의 P값은 전체환자 0.25, 중등증 폐렴동반 0.14, 고령 중등증 0.06 이다. p값은 낮을수록 좋고 0.03이 넘으면 사실상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져 논문으로서 가치도 없고, 약이라면 임상적 유의성이 없다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이 렉키로나주의 고위험군 경증이란 적응증은 60세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심혈관질환·만성호흡기질환·당뇨병·고혈압 중 하나 이상)을 가진 경증 환자로 규정돼 있는데 자의적인 기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산소포화도가 94%를 초과하고 보조적인 산소공급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이라면 굳이 약을 주지 않아도 될 듯하다. 환자에게 뭐라도 약을 줘야 하는데 줄 게 없어 준다는 이미지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결국 정부 당국은 국산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검증을 제대로 하기는커녕 오히려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지난달 5일 졸속으로 허가를 내줬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5일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허가신청을 냈지만 이런 여건이라면 승인이 나올지 의문이다.
K방역이 성공한 것은 결국 개인이 국가에 잘 협조하는 우리사회의 풍토에 기반 것이다. 한국인의 마스크 착용률은 94%로 외국의 33%를 앞선다. 거칠게 말하면 ‘국가동원주의’에 협력해준 덕분이다. 개인주의가 강한 서구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방역에 온 국민이 집중하느라 자살 증가 같은 이슈는 다뤄지지도 않는다.
마스크를 365일 착용함으로써 초래될 건강상의 마이너스는 누구 하나 제기하지도 않는다. 단지 마스크 장기 착용으로 인한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편도선염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신선한 공기를 제대로 흡입하지 못해 생기는 장기적인 역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더욱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직업인들에게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