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혈액형부적합 간이식 100례를 달성했다고 31일 밝혔다. 2012년 1월 첫 시행 후 7년 여 만에 이뤄낸 성과다. 2018년 말까지 이 병원에서 시행한 간이식수술은 1063건으로 이 중 약 10%가 혈액형부적합 이식이었다.
100번째 환자인 주정숙 씨(55·여)는 간암 환자로 간기능이 계속 떨어져 이식수술을 결심하게 됐다. 주 씨는 O형으로 A형인 딸의 간을 이식받아 입원 후 열흘 만에 간이식수술을 마쳤다.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공여자의 간을 그대로 이식하면 급성 거부반응이 발생해 애써 이식한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혈액형부적합 간이식을 성공하려면 먼저 혈장교환술과 면역억제제 투여로 항체를 제거해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고난도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이식외과, 진단검사의학과, 소화기내과, 간담췌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등 관련 의료진의 협진과 회의로 혈액형부적합 이식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혈장교환술과 면역억제제 투여로도 혈액형부적합 항체가 잘 반응하지 않아 거부반응을 막기 어려운 환자에겐 비장적출술을 시행했다. 항체를 생성하는 비장을 제거하면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 진행성 간암 환자에 대한 간이식수술, 간 주변 장기까지 손상된 환자에 대한 다장기 이식수술, 로봇수술을 이용한 간절제술 등 고난도 술기를 집도하며 임상 경험을 쌓아왔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이식 대상 수혜자와 공여자의 폭을 크게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동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국내에선 장기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환자들은 혈액형이 일치하는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수차례 고비를 넘겨야 했다”며 “혈액형부적합 간이식수술이 활성화되면 이같은 안타까운 상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