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이 없는 3무(無) 병원입니다. 하지만 223개 병상을 풀가동하고 로봇보행훈련시스템 등 첨단 재활의료기기를 갖추고 근골격계질환, 중추신경계질환자의 조기 업무 복귀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은 공단 산하 10개 병원 중 유일한 재활전문병원으로 2012년 2월 문을 열었다. 또 보험자병원으로서 민간병원에선 감당 못할 저렴한 수가를 개발, 산업재해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완치의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이 병원은 재활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설계·운영되고 있다. 1층에 각 진료과, 검사실, 행정서비스 부서가 밀집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수중재활치료실과 원장실 등이 있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북부지사 재활보상부 요양재활팀도 병원 안에 있어 재활치료 절차나 산재보상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수중재활치료실은 가로, 세로 각 17m(3개 레인)에 이르는 풀장을 갖고 있다. 일반 수영장은 풀 수온이 27도 정도이지만 이 곳은 근골격계를 충분히 이완시키려 31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지하 형태로 자연 채광을 위해 천장을 3m 정도로 높이다보니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안락한 분위기만으로도 치유받는 느낌이다. 풀의 수질관리는 엄격해서 월 1회 정밀검사를 받고 수소이온농도(pH), 잔류염소, 수온 등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못하면 정상화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탈의실, 가족실, 샤워실 등 부대시설도 넓고 쾌적해 비좁고 후미진 여타 수중치료시설과 완연 차이가 난다. 그에 비해 1인 치료의 수가는 5만5000원, 그룹치료는 3만4000원선으로 민간병원(10만원 이상)보다 헐하다.
김봉옥 대구병원장은 “재활 환자들은 넘어지거나 다칠까봐 병상에서 내려와 걷거나 움직이기를 두려워한다”며 “수중재활훈련은 이런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중치료실이 흑자를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사들의 지도 능력이 뛰어나 주말에 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2층 전체는 재활환자 치료실이다. 절반가량은 근골격계질환치료실이다. 90분 또는 120분 단위로 1대1 도수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민간병원에서 30분 단위로 이뤄지는 것에 비해 길다. 이와 함께 최신 물리치료기를 이용한 심부(코어)근육 강화치료, 열·전기를 이용한 물리치료·통증치료 등이 이뤄진다.
나머지 중추신경계질환치료실에선 작업치료, 인지훈련치료, 연하장애(삼킴곤란)치료, 운전재활치료, 일상생활동작치료(빨래, 설거지 등), 로봇을 이용한 보행재활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로봇을 이용하면 전혀 걸을 수 없던 환자도 다시 보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된다. 아쉬운 것은 하루에 최대 8명밖에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로봇치료기를 탈부착하는 데에만 30분이 걸리고 보행훈련을 하는 데 수십분이 소요돼서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3000만원이 넘는 공단 산하 병원내 의료장비 자산은 총 672억원으로 매년 10%만 교체해도 67억원이 소요된다”며 “정부 출연금을 늘리고 자체 수익금을 더 반영해 로봇치료기 같은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3층과 4층은 입원실이다. 기본 병실은 각각 화장실 한 곳과 세면대 2개가 비치돼 2인실 같은 느낌이 드는 4인실이다. 대나무가 심어진 4층의 중정과 각 층마다 마련된 카페테리어 공간은 환자들 간에, 병 문안 온 지인들과의 친목의 장이 된다. 손을 편하게 쓸 수 없는 환자를 배려해 문 손잡이는 한쪽 팔목으로만 열 수 있도록 고안된 것도 인상적이다.
한편 근로복지공단 홍성진 의료복지이사는 지난 19일 대구병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공단 산하병원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재활치료에 어려움이 많아 10군데 외래재활치료센터 건립을 계획 중”이라며 “입지 여건 탓에 첫 센터를 당초 서울 상봉동에서 영등포로 변경해 내년 2월말을 목표로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달 대구병원을 시작으로 업무관련성 특별진찰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가 입원한 주치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등 3개과 이상 전문의 의견을 종합해 장해진단 시 일치도를 높인다는 의도다. 이러한 방식의 진단을 최종 진단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노동력 상실을 감안한 장해보상에 반영한다는 게 사업목표다.
근로복지공단 산하병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에서도 성공적이다. 지난해 169병상에 이어 올해 645병상으로 서비스 실시 대상 병상이 늘었다. 내년엔 1883병상으로 대거 늘려 의료서비스 향상, 환자 비용 절감, 고용 창출에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