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에서 생물학적제제 주사제(인플릭시맙)의 중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강빈 경북대 의대 교수팀은 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 63명을 7년여에 걸쳐 추적관찰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관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장질환으로 전체 환자 중 약 25%가 20세 이하 소아청소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유병기간이 길 수 밖에 없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재발 우려가 큰 탓에 인플릭시맙 같은 생물학적 주사제를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약물은 크론병 치료에 좋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감염이나 종양 발생 같은 심각한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생물학적 주사제의 적절한 사용 중단 시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크론병 환자의 진단 당시 평균 나이는 14.9세였다. 인플릭시맙은 진단 후 평균 12개월 이상 투여받았다. 연구팀이 이들 환자에게 인플릭시맙의 투여를 중단한 뒤 재발률을 확인한 결과 전체 63명 중 38명(60.3%)에서 크론병 재발이 확인됐다.
카플란-마이어 분석에 따라 시기별 재발률을 비교한 결과 인플릭시맙 중단 첫 해 안에 재발한 환자는 19%에 불과했고 4년 후 재발률은 62.2%, 6년은 75.2%였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이 재발 환자와 재발하지 않은 환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인플릭시맙의 조기 사용으로 장내 궤양이 사라져 점막병변이 완전히 치료된 경우 6년 내 재발률이 절반을 조금 넘긴 55.5%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생물학적 제제를 중단했어도 재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이번 연구에선 인플릭시맙의 최저 혈중농도가 2.5㎍/㎖ 이하이면 상대적 재발 위험이 7.19배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돼 주사제 사용 중단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
최연호 교수는 “생물학적 주사제를 언제 끊을 수 있는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여전히 환자들이 부담을 안고 치료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어떤 환자가 약물을 끊고, 어떤 환자가 치료를 이어갈지 선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치료의 정확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